[특별제언] 중국은 아직도 조공외교를 원하는가
[특별제언] 중국은 아직도 조공외교를 원하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6.08.0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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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 (부산대 명예교수·한-유럽연합포럼대표)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수천 년의 역사에서 한때는 좋은 이웃, 다른 한때는 나쁜 이웃으로 병존했었다. 지정학적으로는 한국이 조공을 함으로써 한반도와 중국은 평화공존 관계를 만들어 상호발전을 도모하기도 했다. 6·25 전쟁 시에는 서로 적대관계에서 전쟁을 하기도 했다. 한편 한-중이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르렀고,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의 비우호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군사퍼레이드에 참여해 최상의 파트너십을 만들기도 했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난 수년에 거쳐 6자회담도 주관했다. 그래서 G2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 갑자기 우리의 국방·안보주권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위는 우리로 하여금 지난 수백년간 있었던 조공외교(朝貢外交)를 연상시킨다. 실질적으로 사드는 단지 다음과 같은 3가지 상징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첫째, 사드는 적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을 고도에서 발견, 요격하는 단순한 방어미사일 체계다. 그래서 군사적 효용성은 가장 낮은 무기다. 중국은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과대평가면서 개입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31A(둥펑)에다 5500㎞ 레이더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한국은 비난도 한 바 없다.

둘째, 사드는 정치·외교적 상징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방어미사일을 배치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야망을 버리고 비핵화협상화로 이끌어내는 효과를 거두려는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로써 협력이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한 세계에서 핵·경제병진 방침은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킬 뿐이다. 한편 사드를 전방에 배치하지 않고 남쪽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동북아지역 평화를 위한 정치·외교적 배려가 깔려 있다.

셋째, 사드 배치는 국민 사기진작과 관련된 방어체제이다. 즉 ‘안심무기체제’라고 하겠다.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에 노골적으로 노출돼 있다. 핵무기를 다종화하고 있는 중이다. 언제든지 핵미사일로 남쪽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타격능력을 갖췄다. 6자회담은 재개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다. 게다가 북한은 방사포와 1000여 문의 장사정포를 비무장지대를 향한 최접근 지역에 재배치해 우리 국민의 평화와 안정을 손쉽게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이 G2로서 역할을 다하겠는 의사가 있다면 북한을 감쌌을 것이 아니라 이러한 위협요소들을 제거하는데 한국과 공동노력하고, 유엔결의안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마땅하다.

결국 한반도를 위시한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어느 한 나라의 임무가 아니라 한-미-중 3자협력과 그 지혜에 달려 있다. 한국은 사드 배치가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세계에 알려야 한다. 글로벌화된 시대에, 그리고 북핵-미사일로 요동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조공외교를 기대해서 안 된다. 조공외교는 근대의 유물이다. 과연 근대유물이 21세기 중국의 외교를 떠받칠 수 있을까.

 
허만 (부산대 명예교수·한-유럽연합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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