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노부부의 무언
[특별기고] 노부부의 무언
  • 경남일보
  • 승인 2016.06.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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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사)한국문인협회 회원
김종섭


오늘도 카페에는 많은 사람이 커피 맛을 음미하면서 일상적인 흔적의 사연을 남기고 돌아간다. 자신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일상 속에 사소한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까지도 다채로운 말속에서 표정을 담고 상대의 관심을 이끌어 간다.


아침 일찍 노부부가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 문을 두드린다. 탁자 위에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채워줄 수 없는 무언에 정적의 시간만이 흐른다. 현실 속에 주어진 평상의 이야기는 물론 과거의 이야기도, 희망적인 미래의 이야기도 그들에게는 관심에서 밀어낸 듯 모든 일상의 상황적인 것을 내려놓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만이 주위를 환기하면서 흐르던 침묵을 깬다.

그들의 노부부뿐만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다른 노부부들의 일상적인 풍경을 읽어갈 때가 있다. 그들 또한 한마디의 대화도 없이 침묵으로 일괄된 짧은 시간은 끝내 구부정한 허리를 옮겨 세웠고 힘없는 발걸음을 부추기고 카페 문을 나서는 것이 대부분 노부부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구속력 있는 무거운 짐이었을까. 결혼의 제도는 유지해 가더라도 각자의 활동범위 내에서 따로 거처를 옮겨 취미를 즐겨나가는 때 늦은 부부들의 혼절이라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 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갈수록 변화하는 세상은 볼거리부터 시작해 즐겨갈 수 있는 문화와 먹거리가 풍부하다. 그런데도 평범한 부부의 공통된 취미와 공감대는 상반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어쩌면 결혼이라는 제도의 시작부터 왕성한 경제활동과 자녀 양육과 출가를 위한 수없는 과정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극히 개인적인 일들마저 내려놓고 오직 가족을 위한 헌신적인 시간을 위한 삶을 대부분 살아왔다. 자신이 그동안 누릴 수 없었던 시간에 대해 때늦은 보상을 받기 위한 일을 행하고 있음은 아닐까.

또 다른 이유인 즉, 젊은 날 지나쳐버린 과거의 과정을 통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왕성했던 경제적인 사회활동을 내려놓고 보니 과거에 대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회의감과 허망함이 밀려오는 이유가 주된 요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노년기를 거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는 아직은 노부부의 시기 과정을 체험해 보지 않았기에 아마도 평이적인 상식선에 의한 문제의식만을 피력하게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날로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고독감으로 인해 고립돼 가면서 지금 이 시각에도 많은 노인은 스스로에게마저 위안을 주지 못하고 외로움이라는 혼돈의 시간을 지켜나가고 있다. 주위의 관심은 물론이고 세상 삶의 호기심마저 무의미하게 저버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부부와 함께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추억까지도 기억창에 남겨 둘 수 있는 시간을 현실 속에서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의무적이고도 강요적인 삶을 살아내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어느 특정된 개개인의 삶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이 여전히 지금도 방향을 틀지 못한 채 변화되지 않은 삶을 이 순간에도 답습하며 살아가고 있다.

남은 인생 부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필연적인 의무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이해가 절충되는 삶이 필요할 듯싶다. 어느 작은 일까지도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해 나갈 때 또한 많은 추억의 뒷이야기가 주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최소한 침묵이 되어버린 대화는 되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김종섭·(사)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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