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부끄러운 갑질과 망국적 패거리문화의 해악’
[경일시론] ‘부끄러운 갑질과 망국적 패거리문화의 해악’
  • 경남일보
  • 승인 2016.09.0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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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동서고금을 막론 패거리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계 곳곳에서 패거리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는 최소한의 상식과 이성이 무너진 부끄러운 망국적인 현상이 팽배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학계, 언론, 군사, 스포츠 등에 이르기까지 패거리가 만연, 경쟁력을 떨어뜨리면서 불공정·부정·부패 등으로 물들어간 사례도 허다했다.

학연, 지연, 혈연이 “끼리끼리 뭉치고 봐주는 원시부족시대의 부정적 의식구조인 패거리가 무소불위로 날뛰는 통에 혼란, 무질서, 불안이 극에 달한 상태”라는 말도 한다. 가장 큰 해악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입장벽을 높이는 폐쇄성과 배타성이다. 패거리문화는 양날 달린 검으로 작용, 수혜자가 되기도 하지만 상황이 뒤집히면 불이익도 당한다.

전리품 나눠먹는 패거리문화 청산돼야

조선시대에 양반들은 모이기만 하면 동서남북의 사색 파벌과 지연, 혈연, 족벌, 향벌, 문벌, 군벌 타령 등을 부르며 파당의 분쟁을 일삼았다. 양반들의 보수와 수구 꼴통 이념에 몰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연거푸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동서로 갈라지고, 또 노론과 소론으로 파벌싸움만 했다. 그러다 성리학과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명치유신의 일본 군국주의한테 한반도가 잠식당하고 말았다. 청 태종 앞에 무릎을 꿇고 삼배고두(三拜叩頭)하던 삼전도의 치욕을 겪고도 안 변했다.

정계의 공천을 비롯, 권력층 스스로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한 ‘탕평인사’를 외면한 채 낙하산 인사와 공천을 밥먹듯이 했다. ‘우리가 남인가’ 식의 패거리주의와 정실인사로 관료사회의 갈등과 알력, 보신주의를 조장해왔다. 빗나간 풍토는 정부조직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번져 있는 게 현실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걱정하는 ‘탕평인사’보다 ‘믿을 만한 사람’을 챙기는 데만 급급하다보면 자연히 청탁과 줄대기가 성행하게 된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단체이든 패거리문화인 배경하고 관계없이 능력위주의 사회가 돼야 하는데 돈, 학연, 지연, 혈연이 그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고 있다. 같은 지역, 고등·대학교 동문 등등 끼리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많이들 해먹다 패가망신을 당한 사례도 있다. 기수, 학연, 지연, 혈연으로 뭉친 ‘조폭적 패거리 조직문화’의 개선이 없이는 민주사회가 될 수 없다.

저급한 패거리문화에다 기업, 공직사회, 정치권 등이 ‘금수저 흙수저’와 함께 ‘갑(甲)질’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권력상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乙)에게 하는 부당행위를 통칭하는 말로 선출직에서 더욱 심하다. 권력, 재산을 가진 자가 못가진 자를 대상으로 행하는 ‘갑질 논란’은 최근에도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이미 ‘성역화된 친박·친문 패거리 정치’는 당대표 선출 때도 나타났다.

백약이 무효인 패거리문화

패거리 안에선 획일성이 강요되고 대화 대신 명령과 복종이 체계로 정립돼 다양성과 창조성을 말살시킨다. ‘승자의 전리품을 나눠먹는 식의 부끄러운 망국적 패거리문화의 해악과 갑질’은 필히 청산돼야 한다. 더 이상 권력층과 패거리 관계가 있어 출세했다는 얘기가 나돌아서는 안된다. ‘저능·불임의 패거리문화’가 만연하면 부패하기 쉽고, 병든 사회가 되기 마련으로 대수술이 시급하다. 백약이 무효인 고위층의 패거리문화에 국민들은 통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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