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09.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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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의 사냥꾼 식초
인류의 식생활 중에서 식초처럼 긴 역사를 갖고 있는 발효 식품도 그렇게 많지 않다. 기록에 의하면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BC 5,000년에 식초를 제조하여 조미료, 보존료 및 의약품으로 사용하였고, 히포크라테스(BC 460~377)는 식초를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등 의약용으로 환자에게 처방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부터 고주라는 이름으로 초를 만들었고, 2세기 말엽에는 한약의 재료로 쓰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해동역사(1765년)’에 초를 음식에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향약구급방(1236년)’에는 초가 의약품으로 사용되었으며,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 1670년)」에는 미곡을 이용한 식초 제조법이 최초로 수록돼 있다.

식초는 로마 시대에서 근세에 이르기까지 알코올 발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왜냐하면 식초는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식초산 균의 작용으로 산화되어 초산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초기의 식초는 주로 야생 효모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발효되어 식초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식초는 총산(w/w, %)이 4% 이상으로 정의되며 제조 방법에 따라 양조식초와 합성식초로 대별된다. 전자는 주로 곡물, 과실, 주정 및 당을 포함한 원료의 알코올 발효액으로부터 얻어지며, 후자는 석유로부터 얻은 에틸렌을 화학적으로 처리하여 만들며 일명 빙초산이라고 부른다.

식초가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3번이나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 이 중 1953년 2번째 수상자인 영국의 크레브스 박사와 미국의 리프먼 박사에 의해 식품의 영양적 가치가 밝혀졌다. 즉 식초는 크렙스 사이클을 원활하게 하여 영양소가 우리 몸에서 분해되는 과정을 도우며, 또 혈액을 약한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노폐물 배출을 용이하게 하고 피로를 회복시킨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면 사람이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건강이 좋지 않을 때에는 평상시보다 혈액 중에 더 많은 노폐물이 생성된다. 이러한 노폐물을 없애는 루트는 칼슘과 같은 무기물이 산을 중화시키거나 혹은 혈액 중에 생성된 산성 물질을 신속히 분해시키는 것인데, 이때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이 이러한 역할을 도우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심한 운동을 하면 근육통이나 관절통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젖산이 몸속에 쌓였기 때문이다. 이럴 때 식초를 먹으면 피로의 원인 물질인 젖산을 분해시켜 피로를 없애주고 근육에 유연성을 부여해 준다. 한마디로 식초는 피로의 사냥꾼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가끔씩 식초가 산성 식품인지? 아니면 알칼리성 식품인지를 묻는 퀴즈 문제가 나오는데, 대부분 신맛을 내기 때문에 산성식품으로 답한다. 신맛을 내지만 식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산성식품과 알칼리성 식품의 구분은 어떤 식품이 몸 안에서 대사된 후 생기는 물질을 물이나 조직액 혹은 오줌에 녹였을 때 산도가 높아지는 식품을 말한다. 산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수소이온(H+)의 농도가 높아진다는 뜻이고, 반면에 수산기 이온(OH-)의 농도가 높아지면 알칼리성 식품인 것이다. 식초는 주성분인 아세트산을 비롯하여 약 16종의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어 강력한 살균력을 나타낸다. 세균류를 식초에 담그면 대장균은 30분, 적리균은 25분, 티푸스균은 10분, 황색 포도상구균은 5분이면 사멸된다. 때문에 식초는 여름철에 전염되기 쉬운 장티푸스나 이질 등의 전염을 예방하기도 하고, 식중독이나 부패균의 번식을 막아주기 때문에 식중독의 예방이나 식품의 부패 방지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식초에 함유된 여러 종류의 유기산은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시켜 동맥경화나 고혈압 예방에 도움을 주며, 또한 폴리페놀 성분에 의한 항산화 작용으로 인해 간암, 위암, 대장암 및 유방암의 예방에 유익하고, 그런가 하면 활성산소에 의한 DNA의 손상을 줄여 남성의 정자를 건강하게 한다는 흥미로운 연구도 보고돼 있다./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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