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목회자의 심방을 감사하는 개인사례금
[경일포럼] 목회자의 심방을 감사하는 개인사례금
  • 경남일보
  • 승인 2016.09.1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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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명예총장)
며칠 전, 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창원을 출발하였다. 그동안 장인어른께서 자택에 계시다가 요양병원으로 옮긴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일반병실에 계시다가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로 옮긴 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그러나 당장 돌아가실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대구로 올라가는 고속도로에서 운명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설마설마가 현실이 된 것이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빈소를 차리고 난 다음에 몇군데 연락을 했다. 내가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님에게도 연락했다. 봉고차 두 대를 운행할 만큼 많은 분들이 오셔서 위로해주었다. 목사님은 위로예배 순서지를 만들어 왔다.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큰 격려와 위로가 되었다. 화장장이 너무 붐비기 때문에 셋째날은 아침 일찍부터 바쁘게 설쳐야했다. 자칫 꾸물대다가는 멀리서 온 문상객이 되돌아가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침 7시에 화장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5시 전에 가족들이 일어나서 준비하고 5시 30분에 발인예배를 드려야했다. 예배 주관은 내가 출석하는 교회 목사님께 부탁했다. 창원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해야 대구에 있는 장례식장에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목회자로써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너무나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래서 사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동서형님, 손윗처남과 의논을 하여 교회에 감사헌금을 드리는 것과 별도로 목사님 개인에게 사례를 하기로 했다. 목사님이 창원으로 출발하려고 할 때에 나는 전후사정을 설명하면서 개인사례금을 넣은 봉투를 내밀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목사님이 봉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최근에 개인사례금을 일체 받지 않을려는 젊은 목회자들의 귀한 움직임이 있다는 걸 알고 아내와 의논해서 동참하기로 마음을 정하였으며 어려운 일을 당한 교인을 위로하는 것은 목회자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교회로부터 월급을 받고 출장비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성직자의 역할 중에서 각종 예식을 주관하는 제사장으로써의 역할은 당연하다. 그러나 새벽 일찍 창원에서 출발하는 수고까지 했는데 개인사례를 하지 않는 것은 결례라는 생각이 들어서 출발하는 차량의 열린 창문으로 다시 드리려고 했더니 굳이 사양하였다. 심지어 목회자로써 자신의 목회철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굳이 그렇다면 교회에 감사헌금으로 하겠다는 말을 하고서 헤어졌다. 출발하는 차량을 보면서 더할 수 없이 기분이 상쾌하였다.

모든 교회에서는 교인들이 이사를 하거나 개업을 하거나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축하, 위로하기 위해 목회자가 심방을 하는데 이때 심방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개인사례금을 드리는 경우가 있다. 고마움의 표시이긴 하지만 너무 적으면 오히려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금액이 부담스러운 분은 심방을 피하기도 하고 목회자와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개인 사례금이 관행으로 정착하게 되면 모든 고마움을 돈으로만 표시하게 된다. 이럴 경우에 돈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교회 오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심지어 소속교회의 부흥집회를 인도하면서도 별도의 사례금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는데 해도해도 너무 심하다.

 
전점석  (창원YMCA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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