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친 뇌도 휴가가 필요하다
[기고] 지친 뇌도 휴가가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6.07.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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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뇌는 늘 ‘처리 중’ 상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뇌는 쉴 시간을 원한다. 뇌의 피로를 풀고 싶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것이다. 왜 멍 때리기 식의 뇌 휴식이 필요한 걸까.

워싱턴대학교 신경학과 교수인 마커스 레이클은 빈둥거릴 때도 열심히 활동하는 뇌의 영역을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를 통해 관찰하고, 이를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Default Mode Network)’라고 명명했다. ‘초기상태’를 뜻하는 디폴트 모드로 돌아가기 위해 전자기기는 끄면 되지만, 뇌는 끌 수가 없다. 대신, 적어도 멍 때리는 시간 동안 우리 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정리하며 저장공간을 늘린다.

레이클 교수는 만약 사람들이 전혀 멍 때리지 않으면, 불필요한 정보를 정리하지 못하고 뇌의 저장공간이 줄어 결국 기억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멍 때리기는 우리의 의식세계를 보다 건강하게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심리학적 활동이다. 끊임없이 일하느라 피로한 우리의 뇌는 복잡하고 디지털화된 현실을 벗어나 낭만적 세상으로의 도피를 꿈꾸고 있다.

요즈음 많은 자기 계발서가 끊임없이 뇌를 자극하고 계발하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정보가 없는 무자극의 시간이고 이것이 최고의 뇌 기능 항진법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는 열심히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를 짜내면 멋지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우리 뇌에 지시형 업무수행을 하지 않을 때 작동한다. 사과나무 아래서 멍 때리던 뉴턴도 뇌가 휴식하는 순간에 놀라운 발견을 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사람들이 넋을 놓고 있을 동안 뇌의 디폴트 모드는 활성화되고, 창의력이 촉진된다. 일본 도호쿠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은 집단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 빨리 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휴식이라고 믿으며 게임을 하고 SNS를 즐기는 것을 잠시 멈춰보자.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자극에서 벗어나 뇌에게도 휴가를 보내주자.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휴식은 육체의 휴식을 넘어선 뇌의 피로를 풀어주는 일이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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