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10.18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네치아 상인의 전형 마르코 폴로
‘베네치아 상인’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네치아의 상인」에 등장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샤일록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베네치아 상인은 ‘뼛속까지 상인’이라 할 만큼 상인정신이 철두철미했었던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베네치아 상인을 비롯하여 피렌체 상인, 밀라노 상인, 제노바 상인 등 이탈리아의 네 개 상인 집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에서 그러한 상인정신이 배양되고 상업이 발달하게 된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유럽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게 된 계기는 1092년부터 시작하여 200년간에 걸쳐 전개된 여덟 차례의 십자군 원정이라 할 수 있다. 마호메트의 창시로 이슬람교 발흥한 지 20년 만에 중동지역이 장악된 데 이어 지중해 지역들이 이슬람 세계로 바뀌게 되었다. 반면 로마 가톨릭 교회는 재물에 탐닉하면서 세속화되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가운데 교황은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십자군 원정을 감행하게 된다.

십자군 원정 과정에 지중해를 통한 빈번한 왕래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이탈리아는 지중해 교역의 중심이 되었고 그 이전부터 이미 이슬람과 교역을 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상인들은 동방의 후추를 비롯한 다양한 향신료들을 교역의 주요 품목으로 거래하고 있었다. 베네치아는 농토가 거의 없는데다가 특별한 산물이 없어 생활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어 무역밖에는 달리 생존수단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중계무역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당시 유럽 무역의 중심은 동로마 제국의 본거지였던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이었다.

마르코 폴로는 향신료 무역의 개척자였다. 당시 향신료 무역을 탐냈던 사람들은 베네치아 상인들뿐만 아니었다. 제노바도 향신료 무역을 통하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고 몽골과 외교 관계를 맺고 영사관까지 설치할 정도였다. 당시 향신료는 후추를 비롯하여 샤프란, 바닐라, 카더몬, 로즈마리, 세이보리, 보리지 등 50여가지에 달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값비싼 향신료는 후추와 샤프란, 바닐라와 카더몬이었다. 이러한 향신료들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그 품질과 맛을 인정받고 있어서 무역 품목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었다. 당시 유럽에는 음식에 가미하는 조미료가 별로 없어서 마르코 폴로가 공급하는 향신료는 날개 돋힌 듯 잘 팔렸다.

마르코 폴로는 1254년경 이탈리아의 상업도시 베네치아에서 무역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과 숙부는 전형적인 베네치아 상인이었다. 그의 아버지 니콜로 폴로는 1260년 콘스탄티노플을 출발하여 킵차크 칸국, 부하라를 거쳐 쿠빌라이 칸의 조정에 머무른 뒤 1269년 베네치아로 돌아왔다. 그는 무역상들을 이끌고 몽골 제국의 수도였던 타브리즈까지 가서 금과 비단 등을 들여와 유럽 각지의 상인들에게 비싼 값으로 팔았다. 1271년에는 17살 된 마르코 폴로와 다시 중국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마르코 폴로는 관리로서 원나라를 위해 일하면서 17년 동안 중국의 여러 도시와 지방을 비롯하여 몽골·버마·베트남까지 다녀왔다. 1292년 고향으로 돌아와 제노바와의 해전에 가리 함대에 속하여 출전하였으나 패하여 포로가 되었다. 1년 동안 감옥에 갇혀 지내면서 자신이 아시아에서 겪은 진귀한 체험담을 동료들에게 들려주었는데, 이때 작가 루스티켈로가 그의 여행담을 기록한 것이 바로 ‘동방견문록’이다.

베네치아가 상인의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4세기부터였지만, 1615년 경 유럽에 커피를 가장 먼저 들여와 팔기 시작한 사람들도 바로 베네치아 상인들이었다. 베네치아 상인들은 이슬람권과의 무역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스탄불에서 커피를 수입하여 마치 만병통치약인 양 선전하며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이를 계기로 베네치아는 상업적 번영을 누리면서 지금까지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상인의 도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베네치아의 중심인 산마르코 광장 주변에만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가게들이 150 여개나 포진해 있다./경상대학교 경영학과



마르코 폴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