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양속과 김영란 법
미풍양속과 김영란 법
  • 박준언
  • 승인 2016.10.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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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언기자
얼마 전 지역 경찰관 한명이 부모님 상을 당했다. 동료들은 장례식장 방문에 앞서 조의금을 내도 되는지 고민에 빠졌다. 김영란법 때문이었다. 권익위 질의결과 당사자 상(喪) 외에 부모님 상은 직무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답이 왔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예의를 중히 여긴다 하여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불렸다.

예의란 무엇인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예절과 의리를 말한다. 이웃의 관혼상제가 있으면 축하와 위로를 하는 것이 우리민족의 정서다. 끼니 때면 지나가는 길손에게 따뜻한 밥 한끼 먹여 보내는 것이 우리네 인심이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 법’이 우리의 미풍양속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공직자,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이 직무에 관련해 청탁을 받거나 뇌물을 받지 못하도록 해 맑은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핵심인 ‘직무관련성’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다. 권익위 내부에서 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이 법의 직접적 당사자만 400만명. 간접적 당사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전 국민이 해당된다.

우리나라 법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은 일반 국민의 건전한 법 상식에 합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친한 선·후배간 밥 한끼가 직무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는 이유로, 강단에 선 교수가 학생이 건넨 음료수 한 병을 혹시나 학점 청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부터해야 한다면 과연 이게 국민 정서에 맞는 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에 부정 청탁과 각종 비리를 처벌할 조항이 없었던가. 법이란 단순하고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을수록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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