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가치관
김성영 (시조시인·고금논술학원장)
시대와 가치관
김성영 (시조시인·고금논술학원장)
  • 김성영
  • 승인 2016.10.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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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영
동주(東周)시대 진(晋)나라 경공 때 도안가의 간계로 충신 조삭의 집안이 역적으로 몰려 도륙당한다. 만삭이었던 조삭의 아내인 공주 장희는 궁궐로 피신하여 비밀리에 아들 조무를 낳지만 궁도 안전하지 못해 조삭의 심복 문객인 공손저구와 정영은 의논 끝에 비장한 희생의 길을 택한다. 조무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정영의 갓난 아들을 안고 수양산에 은신한 공손저구는 정영의 밀고로 도안가에 의해 아기와 함께 참살되고, 정영은 한궐의 도움으로 조무를 궁에서 빼내 우산(盂山) 깊이 숨는다. 15년 뒤, 명철한 도공이 즉위하여 흑백을 밝힘으로써 도안가는 처형되고 조무의 귀환과 함께 조씨 가문은 복권된다. 정영은 ‘소임을 다했으니 공손저구 곁으로 가겠다’며 자결한다.

오나라 공자 광은 왕위를 가로챘던 오왕 료를 죽이고 합려라는 이름으로 왕위에 오르지만, 절륜한 무용에 지략을 겸비한 료의 아들 경기가 국경에서 복수를 벼르고 있어서 불안했다. 이때 오자서가 천거한 요이의 계책에 따라 섬뜩한 비밀 작전이 펼쳐진다. 요이가 왕궁에서 합려를 비난하자 격노한 합려의 명으로 요이의 오른팔을 잘라 하옥하고 아내와 자식들도 잡아가둔다. 며칠 뒤 요이는 탈옥하고 처자식들은 대로에서 화형당한다. 경기에게 도망간 요이는 절대 신임을 얻어 측근 심복이 되자 마침내 암살에 성공한다. 경기가 죽으면서 부하들에게 ‘요이는 영웅이니 살려보내라’고 했지만, 요이는 ‘왕을 위해 내가 저지른 잘못은 세상에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자결한다.

위 인물들이 추구한 것의 가치와 그것을 위해 희생한 것의 가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시대적 상황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두되는 비판적인 논점에 대해서도 요즘의 잣대로만 예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내가 그 시대 그 상황에 놓인다면?’ 하는 가정에 진지하게 몰입하면 간담이 서늘하고 모골이 송연해질 일이지만, 그들이 현시대에 산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희생을 감수하며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 치환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양성과 상대성이 충만한 현대사회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본질적인 보편성이 배제된 자기중심적 가치관들이 상충하게 되면 혼란을 넘어 혼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김성영  (시조시인·고금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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