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지리산 식수댐’인가”
“누구를 위한 ‘지리산 식수댐’인가”
  • 이홍구
  • 승인 2016.11.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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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계획은 부산, 울산만을 위한 댐 건설”
“남는 물 준다” 해명 속 “짜깁기 정책” 비판
경남도의 댐위주 식수정책, 특히 문정댐(일명 지리산댐)을 건설하여 부산, 울산지역에 식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의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도는 지난 7일 문정댐을 건설하여 여기서 나오는 깨끗한 물 전량을 부산, 울산지역에 공급하겠다고 도의회에 보고했다. 그러자 당장 “부산, 울산지역 식수공급을 위해 논란이 많은 지리산댐을 건설을 추진하는것은 말이 안된다”는 도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부산, 울산지역만을 위한 지리산댐 건설’이라는 지적에 당혹한 경남도는 부랴부랴 불끄기에 나섰다. 이동찬 도 재난안전건설본부장은 “의회보고 과정에서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도민이 사용하고 남는 물을 부산·울산에 공급한다는 것이 도의 기본입장이다”고 했다.

경남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정댐 건설을 통한 부산, 울산지역 식수공급 방안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남도 “아직 계획단계” 혼선 인정=문정댐 건설과 부산지역 식수공급은 수십년간 지역정서와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문제다. 특히 도의 식수정책 추진계획 자체가 짜맞추기식으로 급하게 만들어져 상호연관성과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도의 식수 1급수 공급 추진계획에 따르면 식수 공급 방안은 1단계(낙동강 취수 원수를 1급수로 대체)와 2단계(부산·울산 깨끗한 물 공급)로 나눠 추진된다.

1단계는 합천 조정리댐에서 하루 50만t, 중·소규모댐에서 20만t 등 70만t을 확보해 창원·김해·양산·함안 중·동부 4개 시·군에 공급한다. 추가로 43만t을 생산하는 소규모 댐을 건설하여 양산·의령·산청·함양·거창 5개 시·군의 식수 자립화를 유도한다. 거제·고성·남해·하동 등은 보조 식수원에서 확보한 15만t 원수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 사업은 현재 홍수조절용으로 건설하는 방안이 검토중인 문정댐 용도를 다목적댐으로 건설, 하루 46만t과 강변여과수 61만t을 부산, 울산지역에 공급한다. 강변여과수 61만 t도 장기적으로 중·소규모 댐을 건설해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2단계 사업에 포함된 문정댐은 ‘부산·울산 전용 식수 공급댐’이 맞다. 1단계 사업인 합천 조정지댐 등에서 공급하는 1급수만으로 낙동강 표류수 63만6000t을 대체할 수 있다. 1단계 사업으로 경남도민에게 1급수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지만 이와별도로 문정댐을 식수공급이 가능한 다목적댐으로 건설하겠다는 것은 문정댐에서 생산되는 식수 전량을 부산, 울산에 주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경남도는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며 현 단계의 식수공급 추진계획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1단계 합천 조정지댐 등의 식수 생산량은 예상수치에 불과하여 기본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공급가능 수량이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다는 것. 경남도 측은 “1단계 합천 조정지댐 물만으로 도민이 사용하기에 모자라면 문정댐에서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만약 1단계에서 확보한 식수가 충분하면 “문정댐을 건설해서 얻어지는 여유수량은 농업용수로도 쓸 수 있다”고도 했다. 결국 도가 설익은 계획을 공론화하여 혼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도민 설득 당위성 떨어져=도의 식수공급 방안은 1단계, 2단계로 나눠져 있지만 이는 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아니라 중요도에 따라 편의적으로 구분한 것이다. 사실상 1·2단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어 어느 한 부분이 차질을 빚게되면 식수정책 전체의 큰 그림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사태를 맞게 된 것은 문정댐을 다목적댐으로 건설하여야 한다는 홍준표 지사의 정책의지와 최근 정부의 댐 건설 지역공모사업을 통한 중소규모 댐 건설 가능성이 짜깁기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홍 지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시절부터 댐위주의 식수정책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지사에 취임한 뒤에도 문정댐을 통한 식수공급은 홍 지사의 지론이었다. 낙동강 물을 끌어다 먹는 중동부 경남과 부산에 다목적 문정댐에서 식수를 공급한다는 것. 도는 이 당시 “경남이 쓰고 남은 문정댐 식수를 부산에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합천 조정지댐 등을 통한 경남지역 식수공급 방안이 마련되면서 역설적으로 “쓰고 남은 물을 준다”는 문정댐 건설의 당위성을 도민에게 설득하기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실현 가능성 불투명=다목적 용도의 문정댐 건설이 실현 가능할지도 현재로는 불투명하다.

문정댐은 처음에는 식수댐으로 출발하여 남강댐을 통한 부산 물공급 계획에 따른 보조댐에서 다시 홍수조절용 댐으로 수시로 용도가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지역갈등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사회적 진통을 겪어야 했다.

현재 정부의 공식입장은 ‘문정댐은 홍수조절용댐으로 건설을 추진한다’이다. 국토부 댐 관련 실무담당자인 우정훈 과장은 “경남도가 문정댐을 다목적댐으로 건설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해와 이를 댐 사전검토협의회에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환경부와 문화재청 등 관련부처 협의를 통해 결정된 홍수조절용댐 건설조차 찬·반 위원들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도는 건설예정지인 함양군과 지역민들의 의견을 댐 사전검토협의회에 적극 반영해 홍수조절용 댐으로 용도를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경남도의 문정댐 건설을 통한 부산, 울산 식수공급 방안과 관련 해당지역 지자체에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역언론의 경우 부산·울산시와 공식 조율과정도 거치지 않은 경남도의 방안이 자체 맑은 물 공급 정책에 혼선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실현가능성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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