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남다른 ‘끼’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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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송이
  • 승인 2016.11.10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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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우슈’ 꿈나무 문선초 김준재·용산초 신다솔
 
▲ 삼천포 우슈 꿈나무 김준재(사천 문선초 2학년·앞) 군과 신다솔(사천 용산초 2학년) 양이 우슈 체육관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술을 선보이고 있다. 임효선기자



“어린이날 행사랑요, 전어축제에도 갔어요.”

반짝반짝 눈이 빛났다. 우슈 체육관 사범님을 따라 시범 무대를 선보였던 때를 떠올리며 준재(사천 문선초교 2학년) 군과 다솔(사천 용산초교 2학년) 양은 어깨가 으쓱했다.

이어 다솔 양은 “사람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좀 떨렸는데 이제는 재밌어요. 사람들이 우슈를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억지로 등 떠민 이는 없다고 했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매주 토요일이면 제 발로 체육관을 찾아 우슈 시범단 연습에 매진하는 아이들을 말리지 못했다.

“우슈는 중국 대표 무술이에요. 몸도 튼튼해지고 정신도 건강해져요.”

초등학교 2학년과의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우슈라는 종목도 낯설지만 이 운동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몰두해 있다는 이야기는 더 의아했다. 우슈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묻자 ‘엄마가 시켜서요’라며 영락없이 어린아이 같은 대답을 하다가도 우슈가 무엇인지 또 왜 좋은지 설명해달라고 하자 금세 눈빛이 변했다.

“우슈를 열심히 하면 위험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적을 무찌를 수 있어요.”

준재 군은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9월 15일 삼천포 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사천시장배 우슈 태극권 대회’에서 우슈의 꽃이라는 ‘도술’ 부문 금메달리스트다운 대답이었다. 우슈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는 다솔 양 역시 같은 대회에서 3단 도술 부문 은메달, 2단 장권 부문 은메달을 땄다. 준재 군에게도 꿈을 묻자 또 한 번 엉뚱한 대답을 한다.


 

▲ 사천 문선초등학교 2학년 김준재 군이 우슈 체육관에서 취재진에게 우슈가 좋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효선기자



“꿈은 과학자예요.”

우슈에 대해 열을 올리며 이야기하던 준재 군의 꿈이 과학자라기에 웃음이 터졌다. 그런 내게 준재 군과 다솔 양은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우슈는요 체력을 길러주잖아요. 과학자를 하려면 책상에 앉아서 연구를 오래 해야 하는데 이때도 체력이 필요해요.”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말이었다. 무릇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자 체력 싸움이라 하지 않았던가. 초등학교 2학년생에게도 우슈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준재 군과 다솔 양의 어머니들은 아이가 좋아하기에 그저 믿고 지원해줄 뿐이라 입을 모았다. 함께 운동하는 고학년 형, 언니와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승부욕에 고달프기도 했다고.

준재 군은 여섯 살 때부터, 다솔 양은 다섯 살 때부터 우슈를 시작했다고 한다. 누구나 하는 운동 말고 조금은 특이한 운동을 시켜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준재 어머님은 말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운동을 시작한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그러나 우슈는 직선이 아닌 곡선 운동이 주를 이뤄 움직임이 많아 오히려 아이들의 빠른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는 게 체육관 지도자의 설명이었다. 가상의 적을 두고 움직이는 운동이므로 호신술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를 하기 위해서는 우슈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준재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

게임과 우슈 중 무엇이 더 재밌냐고 물었다. “둘 다 좋다”는 것이 아이들의 대답이었다. 초등학생에게 게임을 능가할 만한 놀이와 흥밋거리는 없다 여겼지만 두 아이에게만큼은 ‘우슈’가 게임 만큼 재미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 사천 용산초등학교 2학년 신다솔 양이 우슈 체육관에서 취재진에게 우슈가 좋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효선기자



“친구들이랑 같이 운동 하고 싶어요. 저번에도 제가(준재) 친구를 데려와서 지금 같이하고 있어요.”

준재 군과 다솔 양은 벌써 ‘삼천포 우슈 전도사’로 활동 중이었다. 다솔 양 역시 혼자 하는 운동보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하는 운동이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 학교에 가면 ‘같이 우슈 하자’고 친구를 꼬시는 게 일이라고.

다솔 양 어머니는 “아이들이야 늘 하고 싶은 게 바뀌잖아요. 지금은 우슈 선수가 되고 싶지만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일이죠. 그래도 이렇게 재미있어하고 몰두하니까 말리고 싶지 않아요”라며 아이 꿈을 응원한다고 했다.

준재 군과 다솔 양이 훗날 실제로 과학자와 우슈 선수가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제 만 여덟 살이 된 두 아이는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그것을 왜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들 앞에 ‘과학자’나 ‘우슈 선수’가 아닌 또 다른 길이 나타난다 해도 걱정할 것은 없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그들이 좋아하는 일에 기꺼이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그런 그들을 응원하는 부모님이 곁에 있으니 말이다.

글=김송이기자·사진=임효선기자

삼천포 우슈 꿈나무 신다솔(사천 용산초 2학년·앞) 양과 김준재(사천 문선초 2학년) 군이 우슈 체육관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술을 선보이고 있다. 임효선기자
삼천포 우슈 꿈나무 신다솔(사천 용산초 2학년·왼쪽) 양과 김준재(사천 문선초 2학년) 군이 우슈 체육관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술을 선보이고 있다. 임효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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