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정유년 닭의 해
안명영(진주 명신고등학교장)
[교단에서] 정유년 닭의 해
안명영(진주 명신고등학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1.0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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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 큰 돌을 세워서 굵고 깊게 새긴 글귀를 본다. ‘바르게 살자’이다. 어떻게 살아야 바르게 사는 길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거짓말하지 않고 착하게 사는데 새삼스럽게 강조해야 할까. 살아가다 잠시 멈춰서 옳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라는 지침인가.

병신년 후반부터 온 나라가 거짓진실게임에 빠진 듯하다. 방패를 든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 한다. 그러다가 뚫리면 다른 방패를 들이대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청문회에서 증인에게 그 사람을 아느냐 물으면 대부분은 모른다, 기억 나지 않는다 라고 한다. 일반사람에게 이해 되지 않는 말을 하고 있지만 증거가 제시되기 전까지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소중한 사람이라 여겼는데 이제는 한참을 마주 보아도 안다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따져 판별하게 한다.

많은 시간을 거짓진실게임의 규칙에 대하여 원격연수를 받는 상황이다. 조사와 수사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참고인과 피의자의 신분이 다르다. 이외에 기소·기각, 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 뇌물죄·제3자 뇌물죄, 생명권, 키친 캐비닛 등 착하게 사는 사람에게 익숙지 못한 용어들이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법리공방 방송을 보다보니 짜증이 나고 피로하다. 차후에는 이런 주제의 강의가 없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교훈은 학교의 교육이념을 간략하게 표현한 말로서 많은 학교에서 ‘성실(誠實)’로 하고 있다. 성실을 들여다보면 誠은 言과 成이 합해진 글자로 거짓 없는 말로 표현한다는 의미로 정성을 뜻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말에는 거짓이 없어야 하기에 人과 言이 합하여 信이 되는데 진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實은 집안에 금은재보가 가득함을 나타내어 씨가 잘 여문 열매를 일컫는다. 따라서 학생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믿음이 가는 태도를 갖추게 교육받는다.

대한인은 맡겨진 일에 충실하고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착하게 살아 건강한 사회를 이루고 있다. 학교에서 성실한 심성을 갖춰야 올바르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배운다. 만약 법 논리를 악용하는 사람이 판치는 사회는 혼란으로 깜깜하게 될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을 지켜보면서, 어느 때보다 바르게 살자는 구호에 절감하게 된다. 2017년 정유년은 닭의 해이다. 닭은 밝음을 알린다. 서둘러 상식이 주도하는 밝은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명영(진주 명신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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