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과학자 5명 공저 ‘벌레의 마음’
유전과학자 5명 공저 ‘벌레의 마음’
  • 연합뉴스
  • 승인 2017.02.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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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저술로 소통 기회 열 것”
 “사실 과학계 내부엔 대중적인 저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하라는 연구는 안 하고 딴짓을 한다는 것이죠. 과학자로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저희의 시도가 다른 연구실도 동참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국내 생명과학계를 이끌어갈 젊은 과학자 5명(김천아·서범석·성상현·이대한·최명규)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과학서 ‘벌레의 마음’(바다출판사 펴냄)을 냈다.

 이들은 이준호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유전과 발생’ 연구실에서 수년간 동고동락하며 유전학 연구에 매진해온 선후배 연구원들이다. 학부 시절부터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며 글쓰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공동 저술에 관심을 돌렸다.

 ‘벌레의 마음’은 이들이 2013∼2014년 두 해 동안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5인의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이란 타이틀로 기고해온 글들을 묶은 것으로, 세상과 학문에 대한 살아있는 고민을 대중과 공유하려는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대부분 최근 박사 과정을 마친 20대 후반∼30대 중반의 젊은 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깊고 진지하다.

 그중 한 명인 이대한 박사는 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과학의 핵심은 멋진 결과에 대한 신봉이 아니라 기존의 이론과 상식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과 도전”이라고 말했다.

 저자들이 몸담은 ‘유전과 발생’ 연구실에서는 몸길이가 1㎜에 불과한 작은 벌레인 ‘예쁜꼬마선충’을 모델 생명체로 삼아 생명의 비밀을 캐고 있다.

 저자들의 첫 저작인 ‘벌레의 마음’은 바로 이 예쁜꼬마선충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 생물학의 최전선을 탐험한다.

 ‘캐노햅디티스 엘레간스’(Caenorhabditis elegans)란 학명을 가진 예쁜꼬마선충은 몸체가 투명해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쉽다. 저자들은 예쁜꼬마선충을 ‘엘레강스’라고 부르며 우아한 생명체를 추종하는 팬클럽을 자처한다.

 예쁜꼬마선충은 900여 개의 체세포와 300여 개의 신경세포, 2만여 개의 유전자로 이뤄진 아주 단순한 구조지만 사람의 유전자와 40% 정도의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덕분에 인간의 신경계를 연구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표본으로 과학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예쁜꼬마선충의 신경계 전부를 눈으로 볼 수 있게 시각화하는 연구 프로젝트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영국 시드니 브레너 박사에 의해 1960년대 말 시작돼 20년 만인 1986년 완수됐다.

 이 프로젝트는 ‘벌레의 마음’(mind of worm)으로 명명됐다. 단순한 벌레지만 한 생명체가 가진 마음의 물적 토대를 처음 규명해냈다는 점에서 신경과학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마음의 지도를 획득한 과학자들은 이후 30여 년간 거침없이 예쁜꼬마선충의 신경과 행동을 탐구해 현대 유전학, 발생학, 신경생물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들을 내놨다.

 현대 생물학은 예쁜꼬마선충을 통해 인간과 생명의 보편성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을 계속하는 중이다. 인간의 마음, 성장, 노화, 생명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꼬마선충이 여전히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 역시 예쁜꼬마선충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거나 준비 중이다.

 이대한 박사는 “대중매체로 보는 과학은 결과만을 지극히 선정적이고 상업적으로 포장해 보여줄 뿐”이라며 “대중을 오도하는 과학의 허울 좋은 이미지를 벗겨내고 실제 연구 현장에서 이뤄지는 과학의 과정을 세세하고 진지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는 여전히 박정희시대의 성장 프레임에 갇혀 과학을 과학 자체로 보지 못하고 경제성장의 수단으로만 여긴다”며 “과학은 세상과 인간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증거와 논리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368쪽. 1만5000원.

연합뉴스



 
신간 ‘벌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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