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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의 기행 (90) 신어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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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1  21: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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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정이 쑤셔놓은 벌집이다. 촛불이 들불같이 번져가자 느닷없이 태극기가 덩달아서 물결친다. 외세마저 심상찮게 경제를 압박하고 무력을 증강하며 동서가 위협한다. 밖에서는 뒤흔들고 안에서는 들쑤시니 안팎이 혼미하여 참으로 어지럽다. 혼돈인가 혼란인가 세상사가 갈수록 뒤죽박죽 뒤섞이고 얼기설기 헝클어져 꼬이고 뒤틀려서 가닥이 어디이고 끝 간곳이 어디인지 한 치 앞이 갑갑하고 답답하여 영험과 신비가 가득하다는 신어산을 찾아 길을 나섰다.

남해고속도로 동김해 요금소를 나와서 인제대학교 앞을 지나 안내판이 일러주는 대로 신어산으로 오르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길의 초입인데도 포장된 도로의 옆으로는 낙엽 진 활엽수와 짙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져서 차갑지 않은 산바람이 더 없이 상큼하고 바닥에는 희끗희끗한 크고 작은 바윗돌이 온갖 형상을 하고 촘촘히 웅크리고 있어 신어산이 예사롭지 않은 기암괴석의 암산이라고 귀띔한다.

동림사와 은하사로 나눠지는 갈림길이라서 행선지를 놓고 잠시 머뭇거리는데 간이매점의 구수한 커피냄새가 소나무의 향긋한 내음과 어우러져 발길을 멈추었다. 언젠가는 속절없이 제자리로 돌아올 걸, 이리 가도 맞닿고 저리 가도 맞닿을 운명 같은 길인데 갈림길에 서면 왜 머뭇거려지는 것일까? 가진 것이 없어서 줄 것 없는 빈객이요 쓸데도 없어서 구할 것도 없는데다 초대받지 않은 눈치 없는 속객이 이리 가면 어떠하고 저리 간들 어떠련만 오색으로 화려하게 단청으로 단장하고 갈림길의 입구까지 반기듯이 나와 선 동림사를 찾아 일주문으로 들어섰다.

일주문에서 동림사까지가 400m라고 이정표가 일러줘서 솔향기를 흠뻑 마시며 사방댐이 층층이 이어진 계곡을 건너 굽이진 비탈길을 올랐다. 널따란 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좌우로 지장보살입상이 높이 선 가운데로 경사가 급한 돌계단위에 동림사 천왕문이 우뚝하게 높이 섰다. 커다란 탱화가 서로를 마주보며 벽면에 붙었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조각상이 아니라서 위압감은 덜 하지만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용서 하옵소서’ 하고 꾸벅꾸벅 절을 했다. 아무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눈감아 주는 것 같아서 이어지는 돌계단을 꾸역꾸역 올랐더니 시금치랑 도살이배추가 제철같이 파란 스님들의 텃밭이다.

텃밭 사이로 길은 이어져 석등이 좌우로 비켜선 계단을 오리니까 멀리 신어산 정상의 기암괴석들이 우쭐우쭐 내려다보는데 고화실과 요사 사이로 2층 종각이 웅장하게 높이 섰다. ‘신어산 동림사 호국범종’이라고 양각된 커다란 대종이다.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조석으로 울리었건만 나랏일이 왜 이리도 꼬여만 가는 걸까.

해태와 돌사자상이 쌍으로 마주보는 층층석계를 올라서 대웅전으로 들어섰다. 커다란 지장보살좌상이 본존불이다. 청룡과 황룡이 닫집에서 내려올 듯 여의주를 물고 길게 머리를 내밀었다. 좌우벽면의 탱화의 색감이 연하고 부드러워 온화하고 평온하다. 주변이 온통 송죽으로 둘러싸인 대웅전 뒤편의 산신각으로 들어섰다. 산신탱과 독성탱 그리고 칠성탱이 벽면에 가득하다. 세월의 흔적일까 퇴색된 색감이 오히려 은은하여 깊은 정이 흐른다. 향불의 연기는 실낱같이 오르고 향 내음 번지는 산사의 주변은 온통 송죽이 어우러졌다. 멀리 신어산 정상의 깎아지른 절벽 밑에는 천진암이 그림 같고 삐죽삐죽한 바위틈 사이에는 영구암의 기와지붕이 가까스로 보인다. 기암괴석의 틈새마다 낙락장송이 아스라이 높이 선 열두 폭의 병풍이다.

동림사를 뒤로하고 갈림길로 다시 나와 은하사로 향했다. 송진 냄새가 오지랖을 스며드는 솔숲 짙은 산길은 세속을 멀리하고 선경으로 이어지더니 거암거석으로 쌓은 돌계단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여남은 명이 앉아도 넉넉한 크기와 네댓이 둘러앉아도 남을 만한 평평한 자연석으로 널따랗게 층을 지운 돌계단이 웅장하고 장엄하여 위압감에 짓눌린다. 노송의 거목들이 사방에서 지켜보는데 주눅이 든 채로 오르고 올라서 연못 앞에 닿았다. 신어 두 마리가 새겨진 홍예다리를 건너서 거암거석의 돌계단을 올라 삼간대문으로 들어섰다. 커다란 2층 전각이 막아 선 옆으로 2층의 범종루가 드높고 웅장한데 여느 절집과는 달리 목어의 크기도 엄청나지나만 여의주를 굳게 문 커다란 용이다.

기암괴석의 절벽들을 병풍삼아 둘러치고 아름드리 노송들을 겹겹으로 거느린 옛 이름이 서림사인 신어산 은하사는 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의 오라비인 장유화상이 동림사와 함께 창건했다니 천년하고도 천년의 세월을 더해야 하니 인간세수로는 가늠조차 어렵다. 사방 3칸인 대웅전의 풍모가 놀라움을 더한다. 신이 아니고서야 뉘라서 처마의 짜임을 이토록 정교하게 짜 맞출 수 있을까. 보고 또 봐도 감탄이 절로난다.

 
   
 


겹겹으로 도리치고 다포공포 아귀 맞춘

은하사 대웅전은 설명하면 험이 되니

묻지 말고 와서 보고 전하지는 말게나.

응진전의 나한님은 자애가 넘쳐나고 명부전의 시왕상은 근엄하고 엄숙하여 감히 고개를 들기가 조심스럽다.

내친김에 1.5km라는 영구암까지 가려고 주차장에서 차를 몰았다. 500m를 남겨두고 차는 더 오를 수가 없었다. 바윗돌에 코가 닿을 정도의 가파른 산길을 틈틈이 나무계단을 밟기도 하면서 조심스레 올랐다. 골짜기를 메운 너덜겅은 자그마한 돌덩이들이 쌓인 것이 아니라 우람한 바위들이 수없이 쌓고 쌓인 경사가 급한 거암거석의 너덜겅이다.

숨을 헐떡이며 너덜겅의 끝자락에 닿으니까 깎아지른 절벽이 코앞에 마주 선다. 작은 절집 영구암은 천길만길 절벽아래 가까스로 자리 잡고 벼랑 끝에 앉았는데, 산승은 참선에 들었는지 인적 없이 고요하고 청량한 풍경소리만 속객을 반긴다. 손바닥만 한 마당 앞으로 길게 돌출된 수십 길의 낭떠러지는 수직으로 깎아지른 평평한 암괴인데 누가 봐도 영락없는 거북의 머리이다.

공작새 등에 탔나 봉황의 등을 탔나,

머리는 거북이요 꼬리는 공작새니,

신어산 불국정토가 여기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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