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얼음새꽃처럼
최숙향(시인·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교단에서] 얼음새꽃처럼
최숙향(시인·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3.0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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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학교에서는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겨울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학교 앞 계곡물 탓일까. 여러 요인으로 시국이 초비상인 시기라서인지 세상은 더욱 봄을 재촉하며 온통 봄을 부르고 있다. 이 봄을 마음 놓고 기다려도 될 시간은 언제쯤일까. 당장이라도 얼어붙어 있는 봄을 흔들어 깨우고 싶다. 필자가 힘든 시절에 쓴 시를 꺼내보았다. 마음속에서 봄 타령을 할 즈음에 늘 꺼내보는 시이다.

‘네 눈길과 맞닿은 내 몸은/금세 황금빛으로 눈부시다/움츠린 어깨/근육통이 시퍼런 소름으로 피어나던 밤/땅속 깊이 묻힌/떡잎 돌돌 말린 시간을 꺼내어 깁고 또 깁는다/드센 바람,/세상 기슭 흔들고 지나가면/네 따뜻한 골목집 어귀에 내 마음 머물고/밤새 눈이 내렸다는 기사가 실린/조간신문이 배달되는 시각/곧은 손가락 끝으로 밝아오는 아침이/산동네 연하디 연한/한 움큼의 봄을 살며시 흔들어 깨운다/시린 옆구리를 비비며/얼음 속살 헤치며/노랗게 웃음 짓는 나는,/너로 인해 활짝 피는/얼음새꽃/낮에만 피어나는’

얼음새꽃은 복수초의 또 다른 이름이다. 복수초는 복과 장수를, 또는 부유와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라고 한다. 이른 봄 산지에서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고 하여 ‘얼음새꽃’ 또는 ‘눈새기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른 봄 눈 속에서도 피는 꽃 중 하나가 복수초인 것이다.

복수초처럼 시린 대지 위에서도 부지런히 꽃을 피우기 시작해야 한다. 얼음새꽃의 뒤를 이어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벚꽃, 배꽃, 복숭아꽃 등이 앞다투어 피어날 것이다. 우리의 희망도 덩달아 산천에 흐드러질 것이다.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있고,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있으며 지혜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새 출발의 지혜라는 말처럼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때이다.

‘비록 아무도 과거로 돌아가 새 출발을 할 순 없지만, 누구나 지금 시작해 새로운 엔딩을 만들 수 있다’는 칼 버드의 말을 되새김질해본다. 가수 임재범의 ‘비상’이라는 노랫말도 읊조려 본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떠드는 시절에 희망을 갖게 하는 온갖 글귀를 뒤져서라도 기를 쓰고 새 희망을 찾고 싶은 심정이다.
 
최숙향(시인·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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