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아천 선생과 인성교육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교단에서] 아천 선생과 인성교육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 경남일보
  • 승인 2017.04.2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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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6월 11일, 시인이자 교육행정가이며 탁월한 사업가였던 아천(我川) 최재호 선생께서 삼현학원 설립을 인가받아 이듬해 삼현여중을, 그 다음해 삼현여고를 개교했다. 삼현(三賢), 현민·현처·현모 양성이란 교육이념으로 개교한 삼현학원은 여성교육과 인성교육의 메카라 부를 만하다.

아천 선생께서 여학교를 세운 것은 선생의 남다른 안목과 통찰력에서 비롯된 일이다. 1960년대 일본을 방문한 후 제2차 세계대전의 패망을 겪은 일본과 독일이 그토록 짧은 시일 안에 강대국으로 부상한 것이 그 나라 여성들의 교양과 근면 때문이었음을 간파하셨고, 머지않은 장래에 틀림없이 부드럽고 섬세한 여성적인 힘이 세상을 움직여 갈 것으로 예측한 뒤 여학교를 설립하셨다고 한다. 이런 확고한 교육철학은 ‘삼현’이라는 학교 이름과 ‘참되고 깨끗하고 슬기로운 여성’이라는 교훈에 잘 드러나 있다.

삼현학원의 특색교육 중 하나가 양심교육인데, 이 양심교육을 실천하는 구체적 제도가 바로 ‘무감독 시험’과 ‘무인 매점’ 운영이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학교의 내신평가에 높은 등급이 절실한 학생들에게 커닝의 유혹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래서 개교 이래 40년 넘게 지켜온 이 ‘무감독 시험’의 전통은 어느 교육적 성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울러 매점은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양심을 다지는 장’이라 여기며 이용한다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또한 이런 교육철학으로 학교를 세운 설립자의 안목도 굉장하지만, 그 전통을 지키면서 학교를 거쳐 간 수많은 교직원과 학생들의 고귀함도 눈물겹고, 이런 정신 때문에 삼현여고가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선정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올해 44회로 졸업생 2만1831명을 배출한 삼현여중과 43회에 2만3019명이 졸업한 삼현여고 출신들은 우리 사회의 어진 국민과 멋진 아내, 좋은 엄마가 되어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고 있음을 아천께서 굽어보면서 평소에 보여주신 그 인자한 미소를 지으실 것 같다.

다음달 6일은 아천 선생 탄신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개인적 교분은 없었지만 먼발치에서 본 그분의 자상한 미소를 떠올리며 우리 사회의 진정한 어른이셨던 한 분을 추모하는 마음에 불어오는 봄바람이 더욱 살갑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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