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입맛과 학교교육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교단에서] 입맛과 학교교육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 경남일보
  • 승인 2017.06.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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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 중의 하나가 바로 ‘건강’이다. 오죽하면 많고 많은 술자리에서 가장 빈도 높은 구호가 “건강을 위하여!”이겠는가. 이 건강 유지의 조건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적당한 운동과 영양소의 균형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급식은 학생들이나 교직원의 건강을 지키는 첨병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왜냐하면 학교의 영양교사들께서는 한 달 치의 식단을 짜면서 꼭 필요한 칼로리와 염도 등을 엄격하게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게미가 없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이 여름에 가뭄과 무더위에 지쳐 사람들이 입맛이 없다고들 한다. 입맛이 없는 이유에는 건강이나 심리 상태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게미’가 없는 경우에도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 ‘게미’는 ‘재료가 싱싱하고 간이 적당하여 입맛에 딱 맞는 느낌’을 표현한 말로 전라와 경상도에서 많이 쓰는데, 이 ‘게미’가 맛을 크게 좌우한다. 그러나 입맛에 딱 맞는, 게미 있는 음식은 한 끼의 식사로는 제격이지만 그것만 장기 섭취하면 영양소 불균형이나 높은 염도로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이 게미가 바탕 된 ‘맛’이란 무엇인가. 초정 박제가는 ‘시선서(詩選序)’에서 ‘무릇 사물이 변화하여 마음을 움직이고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맛이며, 입이 관할하고 있는 것만이 맛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기에 입맛 또한 ‘음식을 먹을 때 입으로 느끼는 맛’이지만 ‘무엇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러한 마음이 쏠리는 방향’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입맛에 맞는 사람’이나 ‘입맛 떨어지는 소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근자에 학교에서도 입맛을 많이 강조한다. 즉 ‘배움중심수업’ 같은 수요자(학생)의 선호도(입맛)에 맞는 교육과정으로 편성하고 수업의 내용이나 방식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라고 한다. 일부의 수업엔 적용될 수 있는 일리 있는 말이지만 ‘토론’만으로는 지식을 습득할 수 없고, 학생들 입맛만 고려한다면 공부하기 싫어하는 수학이나 과학 교과목은 아예 개설도 어려울 것이고, 음악시간엔 아이돌 가수의 노래만 불러야 되고, 미술시간엔 웹툰 같은 그림만 보거나 그려야 할 것이다. 입맛에 맞다고 꼭 좋은 음식은 아니다. 교육이 그렇고 정치도 마찬가지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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