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동백에 대한 단상
황숙자 (시인)
[경일칼럼]동백에 대한 단상
황숙자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7.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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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예쁘게 찾아오는 해질녘.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어지러운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사랑과 애환의 정서로 전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은 동백아가씨.

나무에서 떨어진 땅위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속에서. 한해에 세 번 피어난다고 하는 동백꽃.

진주시 상대동 백영호 작곡기념관. 이곳에는 선생이 작곡하고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 남인수의 추억의 소야곡을 비롯한 수많은 명곡들의 LP판과 유품들이 자료 전시되어 있다.

지난 11일 백영호 기념관 20주년기념 음악회가 열리고 해금된지 30년이 된 “동백아가씨”는 장사익의 절창으로 가족과 선생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심금을 다시금 빨갛게 멍이 들도록 울렸다.

섣달부터 이듬해 삼사월까지 피는 동백은 헛말은 삼가고 조심하며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는 신중함을 담고 있다.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의 예술적 소재로서 단골 등장했는데 사시사철 푸른 잎의 결기는상록수로써 푸른 절개를 상징하고 붉은 꽃은 처연하고 애절한 사랑을 내품하고 있다.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이라고 음유시인 송창식은 선운사의 동백을 노래했고 유명한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춘희는 동백아가씨로 이름 한다.

얼마전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참석차 문재인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방문한 김정숙여사가 “고향 통영에서 동백나무를 가져왔다.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며 이국땅 쓸쓸한 선생의 묘지에 고향의 숨결을 간직한 동백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작가 루이제린저에게 “상처 입은 용”으로 불렸던 윤이상.

올해로 탄생100주년을 맞은 그는 세계적 음악가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위험한 음악가라는 불편한 진실을 감수하고 있다.

일그러진 현대사를 반영하고 조국으로부터 홀대받은 영혼이었지만 선생이 끝까지 지켜내고 추구하고 싶었던 음악적 세계는 인류의 평화였을 것이다.

칠월의 시원한 해풍이 불어오는 언덕위의 집. 거제 예술회관에서 열렸던 선상문학 축제의 밤.

동백의 숲 지심도를 눈앞에 두고 거제지역문학의 특징인 전쟁문학과 유배문학을 논하는 문학의 가치는 열정과 냉정의 동백 정신으로 연계되어 문학의 밤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지금 붉은 꽃으로 아슴아슴 애가 타는 동백의 계절은 지나고 말았지만 영광과 상처로 대변되는 우리역사의 이면이 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동백꽃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해원( 解寃)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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