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연지사종
안명영 (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경일칼럼] 연지사종
안명영 (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8.0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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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성덕왕 24년(725)에 만들어져 안동도호부 남문 루에 걸렸던 종을 상원사로 옮겼다. 국보 36호이며 오래되고 소리가 아름답다. 이렇게 소개되었다면 기억에 오래 남았을까.

애절함이 녹아있는 상원사동종 소리는 심금을 울린다. 유두 한 개를 떼어낸 흔적이 있는데 이를 두고 애틋한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휴도리 부인은 들에 나가 일만 하는 백성들이 가여워 때를 알리는 종을 만들어 안동현에 기증하고자 한다.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심하다 꿈에 선녀 36명이 애절한 노래를 불러 연유를 물었더니 지상에 내려온 남편을 부르는 소리라고 한다. 선녀 대신 36개의 젖꼭지를 만들어 종의 몸통에 붙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듣고서 돌아오지 않고는 못 배길 소리가 되었다. 종이 상원사로 옮기자 죽령에 이르러 꼼짝하지 않아 종지기가 유두 하나를 떼어 남문 루 아래에 묻자 종은 더 애절한 소리를 갖게 된다.

일본의 허름한 창고에서 광명을 기다리는 성물이 있다. 임진왜란 때 왜적이 강탈해 바다를 건너간 종이다. ‘태화7년3월일청주연지사(太和七年三月日菁州蓮沚寺)’라는 종명이 있어 흥덕왕 8년(833)에 주조되었고, 청주가 지금의 진주 지역이라 이 지역의 연지사에 있던 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지사의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의 청소년수련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12일 (사)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가 현장을 방문하여 타종행사를 벌였다. ‘조선 종’이란 이름으로 조구신사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다. 부식이 심하게 진행된 상태로 종의 안정을 위해 받침대에 올려 진 상태로 타종했다.(경남일보 2016.11.14.)

안동도호부 터는 안동군청이 이어 받았다. 안동시로 행정 개편이 되어 그 자리를 공원으로 단장하고 옛 도호부 관아 건물을 복원하면서 남문 루 옆에 시민의 성금으로 상원사동종을 재현하였다. 안내판에 ‘1469년 국명에 따라 상원사로 종을 옮기매 죽령에서 깊게 울며 떠나려 않아 유두 하나를 떼 안동에 보내고 옮길 수 있었다 하니 안동에 대한 종의 애틋한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적었다.

임진년 진주성 참패를 만회하겠다고 왜적이 성을 겹겹이 포위하여 공격하고 민관군 및 승병, 의병이 하나 되어 성을 지킨다. 전투는 1593년 6월 22일 시작하여 29일 끝났다. 성의 함락 후 참상을 ‘성 안에 쌓인 시체가 1천여 구이고, 촉석루에서 남강의 북안까지 쌓인 시체가 서로 겹쳤으며, 청천강에서부터 옥봉리・천오리까지 죽은 시체가 강 가득히 떠내려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연지사종은 비명과 통곡을 쓸어 담아 한으로 녹여서 애절한 소리로 되었다. 촉석루 대들보에 매달고 크게 울려 퍼져야 억울한 영혼을 달랠 수 있다. 시민의 성심과 양식 있는 일본인의 뜻을 모아 빠른 시일 내에 되찾아야겠다.

 
안명영 (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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