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밥 단상
강천(수필가·경상남도 문인협회 사무차장)
괭이밥 단상
강천(수필가·경상남도 문인협회 사무차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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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
주차장 시멘트 바닥에 사는 괭이밥 형제가 나란히 꽃을 피웠다. 수많은 발길과 자동차들이 오가는 곳이다. 이 위험천만한 자리에서 서로 등을 맞댄 채 의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틀림없이 다정한 형제일 거라고 넘겨짚어 본다.

실금 같이 벌어진 작은 틈새다. 뿌리를 내릴만한 흙이라고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질 좋은 땅 위에서 자랐으면 제법 키도 크고 잎도 무성했으련만,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다 보니 줄기도 세력도 부실하기만 하다. 한여름 염천 아래에서, 목마름을 달래줄 빗방울을 기다리며 얼마나 모진 시간을 보냈을까. 짓밟힌 이파리가 시꺼멓게 변해버린 괭이밥이 겪었을 고초가 눈에 잡힐 듯 선하다.

여리게만 보이는 푸새가 이어가는 꿋꿋하고도 끈질긴 생명력에 절로 감탄이 쏟아진다. 그 힘겨운 고난의 세월을 다 견뎌내고 오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노란 웃음을 토해냈다. 하늘을 향해 다섯 개의 꽃 이파리를 마음껏 열어젖혔다. 팔랑팔랑, 푸른부전나비 한 마리가 중매쟁이를 자처하며 날아든다. 갈라진 곁가지에는 내일을 기다리는 꽃망울이 다소곳하게 희망을 보듬고 있다. 이 또한 머지않은 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희열을 맞이하리라. 극한이라고 할 만한 터전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어렵게 맺은 결실이기에 더욱 빛나는 생애가 아니겠는가.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아무런 간섭이 없어 보이는 환경에서 자라는 풀꽃도 벌레에 뜯기고, 비바람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터. 눈에 드러나는 것만이 어찌 저들의 전부일까. 잡초로 살아가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뽑히고, 밟히고, 치이면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일이 풀꽃들의 일상일 것을.

사람살이라고 별스레 다를까. 잘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인들, 어디 마음의 생채기 하나쯤 없겠는가. 힘들고 고달파 보이는 겉모습이라고 어찌 희망조차 품지 않았겠는가. 다만 쓰라린 아픔을 안으로 달래며 드러내 보이지 않을 뿐, 허허로운 웃음 뒤에 쟁여놓은 삶의 성찰을 누군들 알겠는가.

인생 또한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새의 이 괭이밥과 별스레 다를 바 없으리라. 이리저리 부대끼면서 제 삶의 야문 길을 찾아가는 나그네의 고달픈 여로가 아닐까 한다.


강천(수필가·경상남도 문인협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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