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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77> 인성산보석같은 암릉 품은 숨어 있는 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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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3  23: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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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항산 들머리서 본 암봉과 인성산(오른쪽 봉우리).


서부경남 진주에서 2번 국도를 따라 마산방면으로 가다보면 합포구 진전면 양촌리가 나온다. 이곳 양쪽에 두개의 산이 마주하고 있는데 오른쪽이 적석산, 왼쪽이 인성산이다. 인성산을 흔히 숨겨진 산이라고 한다. 적석산의 대중적인 명성에 가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할 뿐더러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인 것 같다.

적석산은 정상부근에 거대한 암릉 2개가 위치하고 이를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있어 진주를 비롯한 인근 창원권 등산객들이 주말산행지로 많이 찾고 있다. 그러나 인성산은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덜 알려져 있다. 실제 등산로에는 그 흔한 이정표도 하나 없었고 인적이 드문 탓에 숲이 들어차 주행에 불편이 따랐다. 다행이라면 예상 외로 산행안내 리본이 많이 달려 있어 길을 잃은 염려는 별로 없었다.

산의 형상은 말발굽형 또는 영문 U를 좌측으로 45도 돌린 형태이다. 산행 출발지는 여항우체국이며 누운 U자 형상 마루금을 따라 인성산 정상에 오른 뒤 국사봉을 돌아 나온다. 중간 475m봉 약간 못 미친 지점 갈림길에서 상촌마을로 내려오는 회귀코스도 있다. 이 코스는 하산 후 상촌마을에서 여항우체국까지 거리가 상당해 30여분정도의 지루한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조금 감수한다면 이 산만이 갖는 나름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암릉이 보석처럼 박혀 있고 때로는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울창한 숲이 나타나는 가하면 활짝 트인 자연전망대가 등장한다.

여느 산과 다른 점이라면 산중 암자와 사찰이 하나 없다. 그래서 오롯이 처음부터 끝까지 산행에만 몰입할 수 있는 그야말로 순도 100% 산이라고 할수 있다.

 

   
등산로: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항우체국→시멘트농로 100m 이동→민가 옆 이동통신안테나→등산로 초입→무덤→능선→옥녀봉(암릉)→인성산→인성산정상석→암릉→갈림길→영산골 하산→상촌·중촌마을→여항우체국회귀. 11km 휴식 포함 6시간 소요.


오전 9시, 창원 마산회원구 진전면 여항우체국에서 바라보면 왼쪽 산마루금에 불쑥 튀어 오른 암봉 옥녀봉이 보인다. 그 뒤 높은 산이 인성산이다.

여항우체국에서 농로를 따라 100m정도 진행하면 왼쪽에 등산리본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이동통신 안테나가 있고 이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꺾으면 등산로이다. 5분정도 올랐을까. 숲속에 산소군은 창녕성씨 선산이다.

오전 9시 40분, 암봉우리가 등장한다. 전망대역할을 해 주변 산세를 굽어볼 수 있다. 맞은편 적석산 줄기 준봉산 산허리에 축사로 보이는 건물이 눈에 띈다. 북쪽은 서북산이다.

 

   
나리꽃.


고도를 낮추면서 고즈넉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늦게 핀 나리꽃이 자체 발광하듯 빛을 낸다. 그러기를 20분, 이후로는 성가시다. 양쪽에 자라는 잔가지들이 얼굴을 스친다. 가시와 쐐기풀이 무릎 아래 노출된 다리를 할퀸다.

두 번째 암릉은 10m가 넘는 벼랑길을 올라야 한다. 로프가 있어 안전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위에서 손을 잡아주면 한결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왼쪽 산 아래 보이는 마을은 영산골에 상촌·중촌마을, 그 산 너머가 양촌온천단지이다. 왼쪽에는 평암저수지와 소규모 산업단지가 힐끔힐끔 보인다.

 

   
지층이 켜켜히 쌓여 바위가 된 홈통형 등산로를 내려가야한다.

 

오전 10시 45분, 이 산 최대의 암릉지대 옥녀봉에 이른다. 배구장 크기의 너른 암반이 높이를 달리하며 모여 있다. 뛰어서 건너거나 우회하면서 길을 찾는 잔재미가 있다. 비럭 끄트머리 등산로로 내려서야 한다. 로프가 있으나 바위더미가 크고 높아 한발 한발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바위사이 홈통형으로 파인 길이 등산로여서 그 길을 따라야 한다. 군인들의 유격훈련을 떠올리게 하는 험한 암릉이다. 반면 그 덕분에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지층, 또 더 오랜 세월 단단하게 굳은 기암의 속살을 코앞에서 대면할 수 있다.

땀이 비오는 듯한 8월의 한낮, 그래도 여유로운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꿀맛 같은 밥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인성산 정상석이 있는 암봉에서 바라본 남해, 인성산 산줄기가 바다로 향하고 있다.


오후 1시 30분, 인성산(644m) 정상에 닿는다. 솔숲 때문에 조망은 없다. 갈림길에선 좌측 서북산 여항산 방면으로 가는 길이 있고 오른쪽이 주행길이다.

5분을 더 걸어서 인성산 정상석이 있는 앙증맞은 암릉에 닿는다. 누군가가 전망 좋은 곳에다 표지석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남으로 바다가 보인다. 이 산도 한국전쟁의 전장이었다. 마산합포구 진전면 인성산 일대는 죽음의 계곡으로 불렸다. 1950년 8월 7일∼13일까지 미 육군 25사단이 중심이 된 킨(Kean) 특수임무부대가 국군과 함께 부산점령을 목표로 공격해 온 북한군 6사단을 방어한 곳이다. 많은 미군과 군인이 스러졌다.

2011년 봄 이 지역에서 군인의 전신유해가 발굴됐다. 당시 개인호에서 외로운 전투를 벌이다 북한군 총에 맞아 전사한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발굴됐다. 밑창만 남은 전투화와 주머니의 회중시계, 녹슨 버클은 허리춤에 있었다.

먼발치에 있는 서북산 정상엔 이 전투에서 전사한 미국 티몬스대위 외 연합군 100여명의 넋을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대위의 아들 리차드 티몬스는 훗날 그러니까 1994년 8월 주한미군 8군 사령관이 되어 아버지의 전장을 찾아와 비를 세웠다.

   
초가을 탐스럽게 익어가는 산돌배.


오후 2시, 요즘 깊은 산속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든 산돌배나무 몇 그루가 등산로를 스쳤다. 나뭇가지에 달랑거리는 서너개의 산돌배에 정감이 갔다. 먹을 수 없을 만큼 쓰고 맛이 없지만 한겨울 설풍(雪風)에 떨어진 뒤 낙엽과 흙에 덮여 봄이 올 때까지 숙성되면 먹을 수 있게 된다. 다람쥐나 너구리 등에 들키지 않는다면 감자나 고구마처럼 땅을 파서 맛난 돌배를 먹을 수 있다.
 

   
울창한 숲.


국사봉(576m)을 지난다. 숲은 더욱 울창해져 성가심은 높아지나 가끔씩 나타나는 남쪽 조망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초록빛 산과 푸른바다가 눈앞에 다가온다. 곧이어 눈앞에 475m봉이 눈앞에 보이는가 싶더니 안부 갈림길이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하산 상촌마을로 내려왔다.

사실 인성산의 등산로는 이 말고도 양촌리를 기준으로 오르내리는 코스가 있다. 들머리를 여항우체국으로 잡고 인성산→475봉에 오른 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동산마을 회관 산수랜드 양촌온천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산행 후 따뜻한 온천수로 피로를 풀 수 있는 겨울산행지이다.

양촌온천은 예부터 지역민들에게 약물이 솟아난다는 말이 있어 피부병 환자나 관절염 환자 등이 즐겨찾던 곳이다. 어디를 파도 온천이 나왔다 한다.

1994년부터 개발됐고 2005년 12월 온천공 보호지구로 지정되면서 각종 온천관련시설이 들어섰다. 땅속 깊이 450m지점에서 솟아오른 온천수는 수소 탄산나트륨형 단순천으로 수온이 34도, 일 생산량은 400t이다.

오후 3시, 상촌마을 회관에 닿은 취재팀은 30분 이상 걸어야 할 길이지만 고마운 운전자의 히치하이킹 도움으로 트럭에 편승, 10분 후 여항우체국에 닿았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gn20170804마산진전인성산 (32)
5m높이의 암릉이 나온다.

gn20170804마산진전인성산 (39)
울창한 숲.
gn20170804마산진전인성산 (44)
영지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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