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감정과 욕망과 갈등
[월요단상] 감정과 욕망과 갈등
  • 경남일보
  • 승인 2017.08.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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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인간의 삶에 모든 갈등의 원인을 욕념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욕심의 대상도 없고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대립하거나 충돌을 일으킬 일이 전혀 없는데도 갈등이 생긴다면 인간 특유의 감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감정이란 몹시 민감하고 복잡해서 사소한 것일지라도 곧잘 흥분하기 때문이다. 흥분한 감정은 상대의 감정까지 자극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서로 맞설 때 갈등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감정이 거듭 싸여 있다면 그 속을 알기가 어렵고, 또 너무 예민해도 만지기가 무섭게 터지기도 한다. 때로는 감수성이 많아 다정다감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친 대립으로 인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사람의 감정이 무딘 것보다는 민감해야 하고 정감 또한 풍부한 편이 좋다. 물론 감정역시 바람직한 것도 있고 또 그 반대의 것도 있다. 책임감이나 감사하는 마음은 풍족한 편이 좋고, 남을 믿지 못하고 샘하거나 미워하는 마음 따위는 될 수록 적은 편이 좋다.

인간의 감정들은 내면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가장먼저 나타나는 건 시기심으로, 즉 남을 셈하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시기심이란 강한 자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는 반면, 약한 자에게 나타나는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시기심이라는 것도 그 어떤 욕심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남이 잘 되는 걸 미워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욕심이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인간적 갈등의 원인은 욕념 또는 욕망으로부터 나타난다고 봐야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욕망은 있다. 그 욕망은 서로 부딪치게 마련이고 욕망과 욕망이 부딪치는 곳에 인간적 갈등이 생기는 건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다. 무릇 인간적 갈등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욕심 또는 욕망을 버리는 길밖에 없지만, 그러나 욕심이나 욕망을 버린다는 건 참으로 어렵다. 욕망을 버린다는 것은 삶의 의욕까지 버린다는 뜻이므로, 살아있다면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욕망을 버림으로써 인간적 갈등을 없애는 것 보다는, 욕망을 바로잡아 불화를 사전에 막고, 할 수 없이 나타나는 인간적 갈등이라면 가장 슬기롭게 풀어가는 길을 찾는 일이다. 이를테면 서로간의 갈등을 가장 적게 줄이되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갈등은 순조롭게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로가 만나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인간적 갈등의 소지가 더욱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요즘,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아름다운 삶의 지혜가 요구된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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