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루 앞 밀양강 둔치 스피커…공연서 제역할 못해
밀양시가 영남루 앞 밀양강 둔치에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고정식 승강형 음향시설이 직진성이 강하고 전달 거리가 짧아 공연용으로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나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밀양시는 이 음향시설이 단순한 행사부터 밀양강오딧세이까지 다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맞춤형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밀양강오딧세이에 초점을 맞춘 시설이다. 그런데 지난해 상설공연 격인 추석 때 한차례 사용하고 돈들인 만큼 가치를 드러내야 할 올해 밀양강오딧세이 공연에는 이런 문제점 때문에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못해 이 같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밀양시와 밀양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2월께부터 6월까지 밀양강 둔치에 60여m 간격으로 2곳에 약 가로 3m 세로 3.5m 깊이 3m 규모의 맨홀을 만들고, 여기에다 높이 8m까지 올라가는 승강형 음향시설을 설치했다. 스피커는 중·고음 2개 우퍼 1개가 각각 장착됐다. 이 사업에는 공사비 등 모두 5억2200만 원 가량 들어갔다. 맨홀을 만들어 지하에 매설한 이유는 하천점용허가 및 영남루의 문화재 형상 변경 때문이다.
앞서 밀양시는 밀양강오딧세이 공연을 위해 음향·영상·워터스크린·프로젝트 등 공연장비와 조명탑·전기시설·관람석 등 부대시설에 모두 45억여원을 투자했으며, 이 음향시설은 이 사업의 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단 관계자는 “지난 행사 때 사용하지 못했다”며 시인하고 “장착된 스피커가 직진성이 강해 전달 거리가 짧다. 고정식은 공연용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작품의 성격에 따라 강한 음악이나 저음 등 다양하고 정확한 기능을 위해 임차해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 밀양강오딧세이 공연에는 메인 스피커 등 모두 2400만 원 어치의 장비들을 임차해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결국 혈세를 쓰면서 이런 저런 주변 여건과 상황 등을 고려하고 세밀하게 검토한 후 추진해야 할 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결과로 풀이돼 향후 비난이 일 전망이다.
양철우기자 myang@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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