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 앞에서는 안전 속도를 지켜주세요”
김보상(인평초등학교 교장)
[기고] “학교 앞에서는 안전 속도를 지켜주세요”
김보상(인평초등학교 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11.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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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교장 김보상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초등학교 주변 일정한 거리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제도인 ‘스쿨존(school zone)’이 도입된지 만 22년이 지났다.

학교 주변 도로에 어린이 보호구역을 표시하는 안전표지가 설치되고, 과속방지턱과 울타리 등의 안전시설이 모든 학교 앞 도로에 설치되었지만, 학교 앞 교통사고는 해가 거듭할수록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 교통안전에 더 많은 관심을 주는데도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 발생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 앞 도로에서 자동차가 빠르게 달리는 것을 더 강력한 규제를 통해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현행법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의 법규 위반은 벌점 및 범칙금을 2배로 물리고,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특례법상 11대 중과실에 해당하며,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정도의 처벌로는 학교 앞 교통사고가 줄어들지 않으니,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것일까? 최근 한 의원은 학교 앞 과속을 단속할 수 있는 무인교통단속용 장비(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이를 설치하면 벌금이 무서워서라도 과속이 줄어들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스쿨존에 단속용 장비를 설치·운용하기란 언뜻 생각해보아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시하고 단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소위 교통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은 스쿨존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을까? 각각의 사례는 스쿨존의 물리적 구성과 더불어 ‘스쿨존에서의 안전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스쿨버스가 교통신호 그 자체의 역할이 있다. 스쿨버스가 정차하면 “STOP” 안내 표시가 나타나고, 진행방향의 차량과 반대편 차량까지 일제히 멈춘다. 도로에 적어둔 ‘STOP’ 표시를 지나는 차량은 3초 이상 정지해야하는 것이 상식이며 이는 모든 운전자가 지키는 규칙이다. 또 독일에서는 보행자 신호등의 녹색신호가 끝난 후에도 운전자용 신호등의 적색신호는 3~4초 후 바뀌어 아이들 횡단시간을 충분히 제공하여 사고 발생 위험을 줄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안전 운전을 위한 표지판을 크고 선명하게 표시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스쿨존에서 안전규칙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핵심적인 이유는 ‘아이들의 안전을 함께 지킨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실시한 등굣길 ‘가방 덮개 사용 캠페인’과 학교 앞 ‘스쿨존 데이’ 등의 현실적 대안을 통해 스쿨존 사고예방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내 1~4학년 모든 어린이에게 배부된 가방 덮개는 보행 사고 예방과 서행·안전 운전 홍보물로 사용하기 위해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직접 제작한 안전용품이다. 등하굣길 가방 덮개에 표시된 숫자 30은 마치 어린이 한 명 한 명이 “30 이하로 안전 속도를 지켜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만 같고, 여러 개의 움직이는 가방 덮개가 “이 곳이 스쿨존”임을 증명하는 것 만 같다.

학생들의 가방 덮개 하나 하나가 운전자의 부주의와 안일한 안전의식을 점차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 아이들이 항상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는 문화는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가방 덮개라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되었지만 그 속에 담은 마음이 전해져 학생들의 등하굣길이 안전한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긴다. 앞으로 운전자가 스쿨존에 들어서면 자발적으로 안전운전을 하는 행동 변화로 이어지길, 그것이 당연시 되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김보상(인평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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