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정부, ‘지금’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 노력해야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여성칼럼] 정부, ‘지금’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 노력해야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11.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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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유네스코는 한국, 중국 등 9개국 34개 민간단체와 개인 2명이 공동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과 관련해 이견이 있을 경우 당사국 간 대화를 촉구하고 최대 4년간 보류한다는 결의를 채택하였는데, 이 결의를 이유로 해서 등재 결정을 보류하고 당사국 간의 대화를 권고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보류 결정이 내려지자 국내 언론에서는 이 결정에 유네스코 분담금을 무기로 한 일본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결의에서는 새로운 심사제도 개혁안을 2019년부터 적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도, 이번 심사에 앞당겨 적용한 데에서 의심은 더욱 깊어진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몰염치함과 뻔뻔함은 우리가 늘 겪어 오던 것이다. 지금까지 위안부에 대한 자국의 잘못을 어떻게든 은폐하려는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했던 것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다. 그래서 이번 유네스코 등재 보류 결정에 일본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에 절로 수긍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일본의 노력에 대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어 등재신청을 하기로 한 2015년부터 정부가 지원을 약속했지만, 그 해 말 이루어진 12·28 한일 위안부합의 이후 2016년에는 관련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고, 2017년 예산에는 이 부분을 아예 반영하지도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민간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정부는 당연히 이를 지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을 놓아 버렸다. 일본이 진실을 덮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것에 비하면 우리 정부는 민간단체에 일임하고 뒷짐지고 지켜보는 것을 택함으로써 오히려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방해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 정부가 이런 태도를 취한 데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12·28 한일 위안부합의에서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의심한다.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노력이 소극적이었던 데에는 더 중요하고, 더 오래된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지난 2월 16일 문재인대통령 후보의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7차 포럼’의 한 장면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포럼에서 대통령후보의 연설 도중 한 성소수자 여성이 기습적으로 발언을 하자, 후보는 ‘나중에 말씀 기회를 드리겠다’고 수습하려 했고 그에 그 자리에 있던 지지자들의 연호 ‘나중에’가 울려 퍼지던 장면 말이다. 당시 문후보의 ‘나중에’는 당신이 연설을 한 후라는 의미였겠지만, 듣는 사람들에게 ‘나중에’는 심상치 않게 들렸었다. 크고 중요하고 국가적인 의제라는 것들에 밀려 늘 ‘나중’으로 밀려 온 여성, 성소수자들은 이 문제들이 문후보에게도 역시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지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번 등재보류 결정을 접하면서도 이 정부 역시 이 문제를 후순위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드니 북핵이니, 미중과의 관계니 국제사회의 큼직한 화두들에 밀렸던 것은 아닐까. 이 또한 ‘나중에’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 문제야 말로 ‘나중에’ 다룰 수가 없다. 올해만 해도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5분이 돌아가셔서 이제 단 33분만이 생존해 계신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디. 우리 정부는 무엇보다 시급하게 ‘지금’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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