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문화예술회관 앞에 세워진 거제 소녀상이 17일 건립 4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연다. 이날 행사에 앞서 거제에서는 뜻깊은 소녀상 행사가 2가지 열리고 있다. 하나는 올 한해 전국을 노숙하며 곳곳에 흩어진 소녀상 그림을 그려 화제가 된 김세진 씨(상명대 애니메이션과)의 그림을 모아 개최하는 소녀상 그림전시회고 다른 하나는 거제 고현일대를 누비는 시내버스에 소녀상을 설치해 시민들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번 행사는 모두 일반 시민이 기획, 추진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거제지역 조선소에 근무하는 이 씨는 "지난 여름 평택에서 김세진 씨의 '소녀상 그리기'를 처음 알게 됐다"며 "뜻깊은 활동에 감동을 받아 이번 그림전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세진 씨가 작품을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에 기증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전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락을 취하게 됐고, 경기도 파주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김세진씨가 흔쾌히 동의하면서 이번 거제 전시회가 진행됐다.
김세진 씨는 이번 전시기간 동안 거제문화예술회관에 상주하면서 작품해설을 도와주기로 했다. 전시회는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12일부터 17일까지 6일간 열린다.
이 씨의 이같은 기획이 문화예술회관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거제지역의 시민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이번 전시에 맞춰 진행되는 '소녀상 버스' 역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이뤄졌다. 이상철씨의 전시 기획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지난 광복절에 시행됐던 서울지역 시내버스 소녀상을 거제에서도 재현하기로 한 것이다. '소녀상 버스'의 거제 운행에 적극 나선 하준명씨는 배윤기 거제건설 대표와 함께 지난 29일 속초로 가 직접 소녀상을 모시고 거제로 왔다. 30일 오후 거제 고현지역을 순환하는 삼화여객 버스에 소녀상이 설치됐다. '소녀상'을 태운 시내버스는 이날 오후부터 고현 일대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하 씨는 "지난 정권이 맺은 졸속 위안부 한일협정이 일본군 성범죄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과한에 더 큰 상처를 주는 처사로 피해국 정부가 할 일이 아니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시민들에게 환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추진했다"고 전했다.
거제 '소녀상 버스'는 전시회가 끝나는 17일까지 운행될 예정이다. 전시 마지막 날인 17일에는 거제 '평화의 소녀상' 건립기념식과 소녀상 제작자인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참여하는 간담회도 마련된다.
김지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