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의 발자취, 경남의 얼굴로<4>
남명의 발자취, 경남의 얼굴로<4>
  • 김귀현
  • 승인 2018.01.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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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을 연구하는 사람들
<1>실천의 표상, 왜 지금 남명인가
<2>‘칼을 품은 처사’ 남명 일대기
<3>지역에서 숨 쉬는 남명의 자산
<4>남명을 연구하는 사람들

남명 탄생으로부터 510여 년, 경남의 가치유산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좁게는 지역민에게, 넓게는 이국까지 남명의 저술과 기록을 전해 왔다. 진주시 소재 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의 박병련 원장과 산청군 소재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의 김경수 책임연구원을 만나 남명의 미래에 대해 질문했다. 이들은 ‘남명학’ 자체의 가치 이상으로 오늘날의 쓰임에 무게를 뒀다.
 

박병련 남명학연구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 기획처장, 장서각관장, 한국학대학원장, 부원장 등 역임. 2002년 남명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위촉, 2004년 부원장에 선임.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와 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남명은 책 속이 아닌 현실에 있다”
■박병련 남명학연구원장


“조선시대 남명 선생이 학문에만 갇힐 것을 경계했듯,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역시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됩니다.”

박병련 원장은 남명의 경의사상을 명의의 의술에 비유했다. 생업 등 본인의 자리에서 몫을 해내는 순간이 바로 남명이 강조한 실천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남명의 정신과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매개는 쉬운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남명학의 연구는 가치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교훈이나 철학적 사유에 머물게 해서는 안된다. 일상에서 동떨어져 있는 학문은 선생이 살던 시대 ‘성리학의 관념화’와 다를 바 없다”면서 “학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그야말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선생의 저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 답은 책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학맥을 잇던 제자들이 의병을 일으킨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의병장 곽재우처럼 학문을 실천하고 사회에서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야말로 남명의 뜻이다.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것일지라도 행동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남명과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남명 선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건 부친의 영향이 컸다. 남명과 고향에 기반을 두고 있던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며 “지역민이라면 윗대에 남명과 인연이 없는 집안은 없을 것이다. 선생을 두고 경남의 근간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사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접근 방식도 ‘우리나라에도 위대한 스승이 있었다’라고 하면 된다. 고루하고 어려운 교육 대신 남명을 좀 더 쉽게 배우고, 가깝게 느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생에 대한 존경도, 학문 연구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남명 선생이 반기지 않을 일이다. 이를테면 선생은 지향점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살면 멋있다’의 본보기이다. 때때로 산청의 ‘산천재’처럼 그의 유산을 직접 보고 느끼면 좋다. 남명은 우리와 결코 멀지 않다”고 말했다.


 

김경수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경상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외래교수, 경상남도 인재개발원 강사, 경북대학교 연구교수, 한국동양철학회 총무이사 역임. 현재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남명 사상의 미래는 ‘접근’에 달렸다”
■김경수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김경수 연구원은 남명 사상의 계승발전 방안으로 크게 △언론의 조명 △수요에 최적화된 교육 △문화예술 공연 등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연구 기관이나 단체, 학자들을 중심으로 세미나와 학술대회를 개최했고, 남명기념관에서는 15년째 선비대학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는 남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즉 특정인들에게만 한정된 창구였다”면서 “대중이 받아들이기 쉬운 창구 중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이다. 선생의 탄생 500주년 기념 공연이었던 ‘시골선비 조남명’(연출 이윤택), 현재 김해지역에서 설립된 문화공연 단체인 ‘김해신어미래문화’가 그 예다.

남명을 콘텐츠로 받아들이는 관객들은 단면일지라도 강렬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령과 직업군 등 사회 구성원의 면면에 맞춘 교육의 확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비대학을 도내 시·군마다 진행하는 안도 있다. 남명 선생과 함께 각 지역과 관련된 남명학파 인물들을 주제로 한 시민강좌를 지속적으로 여는 것이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순수 학문을 다루는 학술대회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강좌를 구분지어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와 함께 연구 기관 간의 네트워크와 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남명에 관한 모든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허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손쉽게 접근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자료를 모으고 동일한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기관 간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남명 사상의 세계화와도 관련이 있다. 외국어 번역과 함께 원본의 1차 번역작업도 중요하다”면서 “자료 번역은 작자의 뜻을 완전히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특정 언어로 말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토론해야 한다. 오역을 줄이면서 가능한 남명학의 원 뜻을 전파하는 데 ‘남명 사상’, 나아가 ‘경남 정신’의 미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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