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온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2]
유럽에서 온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2]
  • 경남일보
  • 승인 2018.01.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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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레이크스 뮤지엄-정물화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 전경.

네덜란드에서는 ‘네덜란드(Nederland)’ 대신 ‘홀란드(Holland)’라는 표현을 훨씬 많이 사용한다. ‘네덜란드’란 낮은 땅(Low Lands)이라는 뜻이고, ‘홀란드’라는 명칭은 중세 네덜란드어인 홀트란드(Holtland, 숲이 우거진 땅) 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하였다. 처음에는 암스테르담 근교 지역을 일컫다가 점차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 네덜란드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17세기에 이 지역은 유럽경제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지난날의 위상을 되새기며 여전히 홀란드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바닷물과 투쟁해 왔다. 국토의 4분의 1이 바다 보다 낮기 때문에 끊임없이 둑을 쌓고 풍차를 지었으며 바닷물을 빼내기 위해 운하를 건설했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운하의 도시로 약 1000개의 다리가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덕분에 암스테르담에는 유람선을 타고 멋진 운하를 감상하려는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암스테르담 시내를 걷다보면 어디서나 튤립을 쉽게 볼 수 있다. 싱겔(Singel) 꽃시장에는 싱싱한 튤립과 구근이 가득하고, 기념품 상점에도 튤립을 모티브로 한 상품들이 넘쳐난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튤립은 16세기 터키 지역에서 유입된 꽃으로 이슬람교도들이 머리에 두르는 터번(Turban)과 모양새가 비슷해서 튤립(Tulpen)의 어원을 유추하기도 한다. 지금은 시내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튤립이지만, 17세기 초, 튤립의 수요가 많아지자 자연스레 튤립의 가격이 급등했다. 당시 튤립 한 송이 값이 집 한 채 값과 같았다고 하니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 꽃을 구입하는 한국 사람의 상식으론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다. 튤립은 사람들의 부와 명예를 상징하는 수단이 되었고, 일반 서민들은 튤립을 구입하는 것을 상상조차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시기의 네덜란드 화가들은 정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이 실제 꽃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스 블론기어(Hans Bollongier) ‘Floral Still Life’, 패널에 유채 (1639) 65x53.


레이크스뮤지엄에 유독 정물화가 많이 걸려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상황 때문이었으리. 그 중에서도 한스 블론기어(Hans Bollongier)가 표현한 튤립은 네덜란드 정취를 한껏 느끼고 싶은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꽃이 시들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꽃잎 색깔이 선명하지 않은 것도 한 몫 할 것도 같다.

네덜란드 정물화에서 ‘꽃’은 인생무상을 의미한다. 라틴어로 바니타스(Vanitas) 라고 하는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이지만 결국 지고 마는 운명을 가졌기에 우리네 인생도 죽음 앞에서는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꽃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다. 정물화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따라 그린 그림이 아니라 모든 것에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면, 앞으로 우리가 그림을 마주할 때 ‘꽃’이 마냥 아름다운 ‘꽃’ 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주소: Museumstraat 1, 1071 XX Amsterdam, 네덜란드
운영시간: (월~일) 9:00~17:00
홈페이지:http://www.rijksmuseum.nl/
입장료: 성인 17.5유로, 18세 이하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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