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제, 출품작 미리보기
경남연극제, 출품작 미리보기
  • 김귀현
  • 승인 2018.03.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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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연극인들의 축제 제36회 경남연극제가 내달 4일에서 15일까지 진주 현장아트홀, 경남과학기술대 100주년기념관 아트홀,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도내 13개 극단이 참여해 경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극제는 차린 것 가득한 그야말로 ‘연극만찬’이다. 올해 큰 비중을 차지한 창작 작품을 비롯한 총 13개 작품의 내용과 연출 의도를 미리 살펴 본다.

연극제 기간 동안 매일 1편의 공연이 관객과 만난다. 입장권은 1만 원. 예매는 네이버 예약(https://booking.naver.com/) 또는 전화(746-7413)를 통해 가능하다. 이외 경남연극제 관련 자세한 정보는 극단 현장의 홈페이지(https://ihyunjang.com/th36_theater_festival)에서 조회하면 된다.

 
▲ 김해 극단 이루마의 ‘적산가옥’.

기울어진 역사, 현재의 자화상

◇적산가옥(김해 극단 이루마, 작 백하룡·연출 이훈호)=‘적산가옥’은 해방 후 일본인들이 물러간 뒤 남겨놓고 간 집이나 건물을 뜻한다. 작품은 일제 패망 직전의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징병지원을 독려하던 최인석이 일왕에게 자작 작위를 받으러 돌아온다. 그날 밤 최인석은 아내인 윤정혜와 그녀의 정부인 천태경에게 살해당한다. 윤정혜와 천태경은 도피를 결심하고 마산선착장으로 가지만, 어머니를 의심한 최승림이 버마에 학도병으로 가 있던 동생 최경진을 불러들이면서 도피가 발각된다. 천태경은 최경진에게 살해되고, 윤정혜는 목숨을 끊는다.

1년 뒤, 최승림은 최경진이 귀족 자리를 받을 수 있도록 뛰어다닌다. 하지만 이후 최승림과 최경진의 갈등은 깊어간다.

연출가 이훈호는 “적산가옥은 단순한 주택의 의미를 넘어 일제가 자행한 반인륜적 행위이다. 일제 식민지 잔재 청산의 실패로 정의가 왜곡된 시대를 사는,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다. ‘역사 바로 세우기’는 미래를 위한 의무다. 친일파를 소재로 과오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하며,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일념을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공연일시는 오는 4월 8일 오후 4시. 공연장은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 제36회 경남연극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거제 극단 예도의 ‘나르는 원더우먼’.


어제의 ‘을’이 오늘 건네는 이야기

◇나르는 원더우먼(거제 극단 예도, 작 이선경·연출 이삼우)=‘나르는 원더우먼’은 온라인에 올라온 옛 여성 버스 차장 이야기를 다룬 창작극이다.

돈을 벌어 가난을 이기고 꿈을 이루고자 희숙은 시내 버스회사 차장으로 취직한다. ‘진정한 산업역군’이라는 사장의 말에 희숙은 일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지만, 그 일이 쉽지만은 않다. 희숙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 역시 같은 환경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첫사랑의 설렘도 키워나간다.

연출가 이삼우는 “‘을의 이야기’가 지금과도 너무나 닮아 있어 이를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다. 시간이 흘러 연극제가 다가오고, 참가작으로 선정된 후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이 무서운 일은 없던 일이 아니라, 있었던 일으로 지금에야 터진 것이다. 배우도 연출도 희곡을 읽기가 무서웠다. 그러나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야기해줄까’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말과 지문들을 지워나갔다. 처음부터 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고, 아름다운 세상을 기다리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창작초연. 공연일시는 오는 4월 8일 오후 7시 30분. 공연장은 경남과기대 아트홀.

 
▲ 제36회 경남연극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통영 극단 벅수골의 ‘쇠메소리’.


우직한 이들의 꿈, 역사로 남다

◇쇠메소리(통영 극단 벅수골, 작 김선율·연출 장창석)=작품은 조선의 왕에게 인정받은 뛰어난 대장장이들이 사는 마을, 500여 년전 통영 ‘야소골’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야소골은 한자지명인 야소곡(冶所谷)이였으며, 이를 풀이하면 임진란 전후 당포수군만호전에 필요한 무기를 제작했던 대장간이 있었던 것에서 유래됐다.

이곳 주민들은 검을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농기구를 만들며 생활을 이어가는 처지지만, 대장장이의 신념과 역사를 지키며 행복하게 산다.

어느 날, 야소골에 왜군들이 들이닥친다. 왜군들은 무기를 만들어내라고 협박하며 대장장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인질로 잡아 가둔다.

연출가 장창석은 “당시 토굴이 아직 남아있고, 오늘날에도 마을 사람들은 ‘당포해전 승리의 원동력은 야소골’이라며 긍지가 대단하다. 그때 야소골 야장의 창과 칼, 무기를 만드는 솜씨는 왜군들에게도 소문이 자자했다. 야장은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를 반문하며 갈등하다 끝내 자결한다. 갈등, 혼란의 사회에 평화의 쇠메소리를 울려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창작초연. 공연일시는 오는 4월 9일 오후 7시 30분. 공연장은 현장아트홀.

 
▲ 사천 극단 장자번덕의 ‘와룡산의 작은 뱀’.


이 시대 진정한 ‘주인’을 찾아서

◇와룡산의 작은 뱀(사천 극단 장자번덕, 작 정가람·연출 이훈호)=극은 1364년 공민왕 13년, 연등회 때 보일 광대극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공민왕은 기 씨 형제와 친원파 척결로 기황후의 미움을 사 원으로부터 폐위조서를 받았다. 왕은 백성들의 사기를 살리기 위해 성대한 연등회를 열기로 한다.

경연대회의 주제는 ‘結’. 표면적으론 결혼의 ‘결’, 열매 맺다의 ‘결’이다. 그러나 공민왕은 원과의 지긋지긋한 악연을 끝내고 왕건의 자손으로 고려의 기틀을 바닥부터 다시 다져 새롭게 ‘완성’하기 위해 이를 이끈다. 원의 섭정 하에 잊고 있었던 고려 선대조의 기백을 되짚는 것이다.

극단 장자번덕은 “지난해는 현대사에서 역사의 분기점으로 기억될 해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다시 만들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 호명하는 공민왕, 그 공민왕이 호명하는 현종을 불러왔다. 두 시대와 지금이 만나는 지점에 당시 가장 천한 신분이었던 광대들을 주인공이자 화자로 삼아 무대를 연다. 광대들이 연 무대 위에 이 나라의 주인이, 시대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유쾌한 놀이 속에 함께 찾아가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공연일시는 오는 4월 10일 오후 4시. 공연장은 경남과기대 아트홀.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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