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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93>갈전산~철마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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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6  11: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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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과 갈전산 사이 참나무 트레킹길.

 

한자 칡갈(葛)자를 써 갈전산(葛田山·763m)이다. 인근에 있는 산 이름도 덕갈(葛)산이고 갈밭마을과 갈밭재도 같은 한자를 쓴다. 칡이 많아 그렇게 부르는데 정작 산에는 칡이 보이지 않았다. 예부터 사람들이 칡을 식용으로 많이 사용한 때문인지 요즘 칡이 몸에 좋다고 많이 파내서인지는 알 수 없어도 아무튼 칡넝쿨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갈전산 아래 오례마을은 면우 곽종석(1846∼1919)선생이 어릴 적 공부한 곳이다.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면우는 1919년 파리평화회의에 보낼 ‘파리장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경찰에 발각돼 투옥됐다. 지난 8일에는 파리장서 작성에 관여하고 독립운동을 한 유림들을 기리는 파리장서 기념비가 산청에 세워졌다.

철마산(鐵馬山·774m)에 관한 내력은 별로 없다. 산 아래 예당마을 곽준섭(70)씨는 “신원면지를 만들려고 하는데 철마산에 관한 내용과 전설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다만 “대한독립을 위해 장서 작성에 관여한 곽종석 선생이 마을이름을 역골 혹은 역동에서 예당마을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갈전·철마산 이 두개의 봉우리는 대간 남덕유산에서 분기해 진양기맥을 형성한다. 이 산을 기준으로 북남쪽에 식기봉·덕갈산, 남쪽에 바랑·소룡산, 황매산이다. 이 기맥이 행정구역 상 산청군 생초면과 거창군 신원면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등산로: 산청·거창 경계 수영덩이재→매봉산 정상(반환)→갈전산→갈마산→바랑산·신촌마을 갈림길→신촌마을→택시이용 수영덩이 회귀. 7.5km에 휴식포함 4시간 20분 소요.


오전 9시 50분, 수영덩이재가 등산로 초입이다. 인근에 수영덩이와 원산종돈장이 있다. 길가 ‘갈전산 2.1㎞’라고 새긴 이정표가 눈에 잘 띈다. 매봉산까지는 1.4㎞이다. 도랑 위 작은 교량을 건너 낙엽 길에 들어선다. 소나무와 진달래가 조화를 이루는 숲이다. 서 너차례 오르내림이 계속되면서 고도를 높인다.

아침까지 내린 봄비가 풀잎을 흠뻑 적셨다. 나뭇가지에도 빗방울이 대롱대롱 달려 있다. 이를 대비해 심설 산행 스패츠를 착용했으나 카메라렌즈와 얼굴에 달라붙는 빗물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사진을 촬영할 때마다 렌즈를 닦고 얼굴을 훔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임도를 내려는지 산청군 생초면 향양리 산 1-3번지, 분묘연고자를 찾는 ‘개장 공고’ 입간판이 있다.

무서리·겨울 찬바람을 넘어서 봄에 닿은 이 시절까지 이파리를 떨구지 않은 갈참나무의 사연이 무엇일까. 봄 새순에 밀려서 결국은 떨어지고 말 일인데….

 

   
▲ 매봉산 정상석


오전 10시 25분, 능선에 올라선 뒤 갈림길에서 왼쪽 400m를 더 가면 산세가 매를 닮았다는 매봉산이다. 그래서 거창군에서 화강암으로 참매를 조각해 세워놓았다. 인근 호암산 호랑이 정상석과 같은 시기에 세운 것이다. 810m로 표시돼 있는데 그리 낮은 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소나무와 억새가 키 높이로 자라고 있어 전망은 없다. 산 아래에는 면우 곽종석(1846∼1919)선생이 어릴 적 공부하면서 살았던 오례마을이 있다. 그는 훗날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조약의 폐기와 매국노 처형을 상소했다. 거창에서 심산 김창숙과 협의해 중국 상해 임시정부를 거쳐 파리의 만국평화회의에 독립호소문을 보냈다. 137명이 참여한 파리장서 운동의 대표인물이다.
 

   
▲ 진달래와 소나무가 조화를 이룬 꿈길 같은 갈전산행길을 휘적휘적 걸어간다.


반환해서 갈전산으로 향한다. 통행이 많지 않은 탓인지 쓰러진 나뭇가지가 등산로를 가로막아 진행을 더디게 한다. 꽃을 단 진달래도 얼굴을 할퀴기는 마찬가지다. 세력이 좋은 참나무군락지를 지나 오전 11시 4분, 갈전산 정상에 닿는다. 높이 763m와 산명을 새긴 코팅지가 나무에 걸려 있을 뿐, 변변한 정상석이 하나 없다. 지리산과 황석산, 기백산을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철마산이 774m이니 이 산줄기의 주인공은 높이로 따지자면 810m인 매봉산이다. 철마산까지 3.1㎞를 더 진행해야 한다. 이렇다 할 바위도 나무도 없는 그저 그런 소나무와 조붓한 등산로가 줄기차게 이어진다. 오롯이 트레킹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나무에 박힌 철조망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 하나. ‘송이관리’라는 간판과 함께 나무와 나무사이에 철망을 쳐 놓았는데 30∼40년이 됐는지 철망이 나무를 뚫고 들어가 한 가운데 박혀 있다. 사람으로 치면 대못을 몸에 박은 것과 같은 흉측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시든 것도 있고 죽은 것도 있다. 수십그루가 그런 꼴이었다.
 

   
▲ 멧돼지가 영역표시를 하면서 비벼댄 잣나무
   
▲ 털끝이 갈라져 있는 멧돼지 털


오전 11시 30분, 정면에 가야할 철마산 주릉이 보이고 갑자기 왼쪽에 구릉이 나타난다. 이 황토빛 구릉지가 갈밭재이다. 갈밭재 왼쪽 300m지점 양지바른 곳에 갈밭산촌이 있다. 오래된 과거, 갈밭사람들은 이 재를 넘어 향양리를 거쳐서 산청군 생초면으로 오갔다. 지난(至難)한 시절, 생명줄을 이어 주는 공간, 그들과 영욕을 함께한 삶의 길이다. 지금은 숲이 우거진 인적 없는 길, 대신 소나무와 구상나무 잣나무가 들어찼다. 이 숲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돌았는데 주변에 멧돼지의 흔적이 많았다. 영역표시를 한 소나무와 잣나무가 상해 있었다. 털이 나무에 붙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털끝이 Y자형으로 갈라진 멧돼지 것이었다. 숲과 동물의 보금자리로 바뀌어 있었다.

정상 약간 못 미친 지점에 이 산에서 유일한 바위군이 나타난다. 집채만 한 바위 2∼3개가 등산로와 나란히 이어져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도 육산의 돌출 바위여서 반갑기도 하다.

낮 12시 30분, 철마산 정상에 닿는다. 동쪽에 월여산 황매산이 남서쪽에 지리산이 조망된다. 이 산을 찾는 등산인들의 특징은 대간 정맥종주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백두대간과 정맥까지 종주하고 나면 남은 것은 기맥, 비교적 길이 선명한 진양기맥은 이들의 주요 타겟이기 때문이다.

휴식 후 자리를 털고 출발한 뒤 오후 1시 41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산을 내려온다. 정면으로 진행하면 노은을 거쳐 소룡·바랑산으로 갈 수가 있다.

오후 2시 12분, 수형이 아름다운 소나무가 자라는 거창군 신원면 신촌마을에 도착한다. 산청군 오부면 신촌마을과는 다른 곳이다. 마을 팔각정 쉼터에서 신원면소재지 개인택시를 부르면 친절한 기사가 15분 만에 수영덩이에 데려다준다.

수영덩이로 이동 중 거창사건 희생자 박산골 학살장소가 차창에 스친다. 1951년 2월 신원면 박산골에선 남녀노소 517명의 양민이 학살됐다. 기록에는 당시 국군 제11사단 9연대 3대대가 지리산 빨치산 토벌을 구실로 이곳에 주둔하면서 인근 주민 1000명을 강제로 신원초교에 몰아놓고 공무원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양민을 박산골로 끌고 가 집단 학살했다. 이때 문홍준, 정방달, 신현덕 씨 3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증언하면서 진상이 세상에 알려졌다.

 

   
▲ 거창 신원면 주민 517명이 학살된 박산골


거창양민학살사건은 그해 2월 10일·11일 신원면 일대에서 공비 토벌 중이던 국군이 공비와 주민들이 내통했다는 이유로 주민 700여명을 박산골, 청연골, 탄량골로 끌고 가 집단학살한 사건이다.

차량 회수지인 수영덩이는 그해 3월 30일 무장공비로 위장한 국군이 거창양민학살사건 진상조사를 위해 거창에 온 국회와 정부조사단에게 사격을 가해 조사를 방해한 곳이다. 사건 발생 9년 후인 1960년 5월에는 유가족 70여명이 사건 당시의 신원면장을 산채로 화장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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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산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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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전산 부근 바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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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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