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비교적 낮았던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감자와 쌀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산물 물가가 고공행진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쌀 가격이 더 오르느냐, 아니면 내리느냐에 따라 밥상물가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일 OECD에 따르면 4월 한국의 식품 물가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2.9% 상승했다. 상승 폭을 따지면 OECD 회원국 중 10번째로 높다. 올해 1월 30위까지 떨어졌던 식품 물가 상승률 순위가 작년 9월(10위) 이후 다시 10위로 복귀한 것이다.
이러한 식품 물가 고공행진은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창궐, 무더위, 집중호우 등의 요인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한국의 밥상물가가 안정된 것은 작년 4분기부터다. 식품 물가상승률은 10월 1.7%(19위), 11월 0.5%(26위), 12월 0.2%(29위), 올해 1월 -0.3%(30위)까지 큰 폭으로 내렸다. 이상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밥상물가가 다시 타격을 입은 것은 2월부터다. 2월은 이례적이었던 한파의 영향으로 채소를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라 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월 마이너스에서 2.2%로 크게 반등했다. 30위였던 순위도 13위로 솟구쳤다.
3월은 한파의 영향이 가시면서 채소류 가격은 안정됐지만, 쌀을 중심으로 곡물 가격이 올랐다. 이에 따라 1년 전보다 식품 물가는 1.5% 올라 OECD 회원국 중 20위를 차지했다. 다시 안정세를 보이는 것처럼 보였던 식품 물가는 그러나 4월 2.9%까지 오르며 한 달 새 증가 폭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올해 2월부터 비교해보면 한국 전체물가 상승률이 1.4%→1.3%→1.6%를 기록할 동안 식품 물가는 2.2%→1.5%→2.9%를 기록해 꾸준히 전체물가를 견인하고 있다.
아직 다른 국가의 통계가 나오지 않아 OECD 내 순위는 알 수 없지만, 5월 식품 물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2.5%였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5%보다 역시 높았다. 5월 식품 물가는 감자 가격 상승 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채소류 가격 상승 폭(13.5%)이 여전히 커서 2% 중반대를 유지했다. 식품 물가 측정 대상은 크게 농·축·수산물과 공장에서 제조하는 가공식품 두 가지로 분류된다.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안정적인 가공식품보다는 등락이 큰 농·축·수산물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통계청은 앞으로 쌀 가격의 향방에 따라 한국의 식품 물가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2014년 2월부터 가격이 계속 내리던 쌀은 작년 10월 8.5% 오르며 반등을 시작했다.
이후 쌀 가격은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3∼5월은 26.4%→30.2%→29.5% 등 20%대 후반의 높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국 향후 식품 물가는 쌀 가격이 더 올라가느냐 떨어지느냐가 관건”이라며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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