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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아름다운 병김상진(전 언론인, 진주기억학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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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5  10: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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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젖가슴을 풀어 헤치는 어머니, 남자 요양보호사만 보면 침대로 데려가는 할머니, 자기 똥을 냄비에 담아 장롱 속에 고이 보관하는 할아버지.

모두 치매환자들의 이해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면 ‘노망(老妄)’ ‘더러운 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이 어르신들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젖가슴 풀어헤치는 어머니는 어린 자식을 잃었다. 고양이 소리를 아이 울음소리로 착각하고 젖을 먹이려는 행동이다. 잃어버린 자식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망각의 병’ 치매를 앓아도 잊지 못하는가. 남자를 끌고 가는 할머니는 남편의 외도 때문에 평생 속을 썩였다. 그 반작용이다. 똥을 장롱 속에 보관하는 할아버지는 깔끔한 성격이었다. 자신의 실수를 감추려는 본능이다.

치매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슴 켜켜이 쌓였던 응어리를 풀어내는 과정이다. 이 땅에서 자식 기르고 가정을 꾸리며 사는 동안 받은 온갖 상처와 한을 털어버리고 떠나려는 숭고한 시간이다. 찬란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치매는 과거를 치유하는 시간이다.

치매가 암보다 무서운 병이 되느냐, 아름다운 병이 되느냐는 가족들의 보살핌에 달렸다. 치매환자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 고약한 병이 된다. 그런 행동이 나오는 배경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보살핀다면 환자와 가족이 서로 화해하며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된다.

치매는 국민병이 되어가고 있다. 국내 치매 환자 수는 현재 70만 명이지만 6년 뒤에는 100만 명에 이른다. 진주시에도 5300명의 치매환자가 있다. 치매를 친구처럼 여겨야 할 세상이다.

하지만 치매를 남의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치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족 가운데 치매환자가 생기면 모두 힘들어 진다.

다행히 진주시 치매안심센터가 최근 진주시 문산읍에서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전문 인력 17명이 근무하면서 치매 조기검진과 치매인식개선, 치매 가족지원 사업을 맡는다. 치매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은 부담 없이 전화나 방문으로 상담을 하면 된다.

‘치매는 치료가 안 된다’라는 그릇된 통념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초기 치매노인들이 많다. 결국 환자와 가족들에게 더 심한 고통과 부담으로 돌아온다. 치매 예방 노력과 적극적인 조기치료는 아름다운 노년의 시작이다. 행복한 가정의 기본이다.


김상진(전 언론인, 진주기억학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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