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215]하동 옥산
명산플러스[215]하동 옥산
  • 최창민
  • 승인 2019.03.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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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바라는 산
 
정리가 잘돼 있는 옥산 정상. 정상석에 지리산 정맥이라고 새긴 글귀가 이채롭다.
옥산에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모습.


하동 옥산(614m)은 그리 높지 않은 산임에도 경남 서부지역에서 가깝고 코스도 단순해 친구들과 산악회원들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산행은 배토재를 들머리로 제 2봉에 오른 뒤 오른쪽으로 돌아, 옥산 정상→정수리 청수마을로 하산하는 코스가 정석이다. 그러나 이 코스는 차량회수가 어중간해 정수리 청수마을회관→옥산→천왕봉→낙남정맥 갈림길→청수마을로 회귀코스가 애용된다. 조금 더 멀리 있는 코스는 횡천방향 돌고지재코스, 반대편 양구마을코스가 있다. 대개 7∼8㎞에 4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옥산의 제 2봉에 해당하는 봉우리인 천왕봉이 공교롭게도 지리산 천왕봉과 이름이 똑같다. 그래서 천왕봉에 서서 지리산 천왕봉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재미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면 오리지널 천왕봉이 잘 보인다. 사람들은 지리산 바라기, 혹은 지리산 조망대라고도 부른다. 그러니까 옥산은 지리산의 미니어처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또 이 산줄기에는 지리산에서 달려온 낙남정맥이 구름처럼 지나간다. 옥산 정상에서 보면 2봉이나 산행 들·날머리 배토재 등 정맥 마루금이 바람과 함께 흐른다.

이 외에도 옥산 주변에는 둘러볼만한 곳이 몇 있다. 특히 옥종면 정수리에는 포은 정몽주(1337∼1392)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옥산서원(玉山書院·문화재자료 제47호·1983년 지정)이 있다. 고려 마지막 문인으로 성리학을 닦은 인물, 포은집을 남겼다. 서원에서 1㎞지점에는 유황온천이 있어 등산후 땀을 씻어 낼수도 있다.



 
옥산 정상 마지막 오름길은 경사도가 커 허리를 많이 굽혀야만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뒤로 보이는 배경은 옥종
▲등산로: 옥종면 정수리 청수마을 노인회관→마을 안길→외딴집 앞 수정암·뒤뜰마을 임도 갈림길→신설 임도→임도중간에서 등산로 이용→무덤→데크 전망대→옥산(614m)→헬리포터 갈림길→배토재·돌고지재 갈림길→돌고지재 방향→천왕봉(602m)→청수마을·백토재 갈림길→청수마을 노인회관 회귀. /그래픽=박현영기자


오전 9시 40분, 청수마을 회관 앞에서 출발한다. 들머리를 잘 찾아야한다. 회관에서 물길을 따라 난 마을 안길을 걸어 300m쯤 오르면 뒤뜰마을이 나온다. 좀 더 진행해 외딴집 앞 갈림길에서 왼쪽 수정암 길을 뒤로하고 오른쪽 언덕으로 가면 신설 임도가 나타난다. 이 임도가 옥산 가는 길이다. 뒤뜰마을에서도 능선을 타는 옛길이 있으나 그냥 신설 임도를 찾는 것이 더 빠르다.

임도를 따라 200m정도 올라가면 길은 좌측으로 90도 꺾어진다. 다시 10m 진행한 뒤 오른쪽 배롱나무에 걸려 있는 산행 리본을 따르면 된다.

토종 소나무 숲길을 10분정도 오르면 산소가 나타난다. 가족묘지로 보이는데 비교적 관리가 잘돼 있다. 발치 잔디에 앉아 휴식하고 있는데 산소 주변 소나무가지에 불그스름한 약통이 여러 개 매달려 있었다. 언젠가 지인에게 농약병에 작은 구멍을 내서 걸어두면 고약한 냄새가 나 멧돼지가 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짐승을 퇴치하기 위한 산주의 고육책인 듯 했다. 실제 이 방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산소는 깨끗했다. 얼마 오르지 않아 멧돼지가 영역을 표시한 소나무를 보였다. 산소에 떨어진 음식을 눈앞에서 보고도 다가가지 못하고 소나무에 등이나 비비고 있었을 멧돼지를 생각하니 미소가 나왔다.



 
산소에 침범하는 짐승을 퇴치하기위해 매달아 놓은 약통


1시간 만에 첫 봉우리에 올라선다. 모자이크처럼 깔려 있는 옥종면의 비닐하우스단지, 군락을 이룬 크고 작은 마을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옮기면 거무튀튀한 미세먼지 사이로 어슴푸레 천왕봉이 얼굴을 내민다.

전망대에선 10분이면 옥산에 닿을 수 있다. 마지막 오름길이 제법 가팔라 허리를 많이 굽혀야만 균형을 잡을 수 있을 정도다. 산 정상을 지키고 있는 산불감시 근로자가 “어디서 왔느냐”며 말을 걸었다. “산에 오르면서 운동도 하시고 경치도 구경하고 돈도 벌고 보람까지 있으니 참 좋은 직업”이라고 했더니 “이것저것 신경 쓸게 많아 그렇지도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처음에 산 밑에서 1시간 만에 겨우 올라왔는데 요즘은 숙달이 돼서 30분 만에 올라온다” 고 은근히 자랑했다.

정상석에는 ‘옥산’ 외에 ‘지리산 정맥’이라는 글도 새겨놓았다. 아마도 낙남정맥의 오기인 것으로 보였다.

이곳에선 흔치않게 사방팔방이 모두 조망된다. 지리산뿐만 아니라 광양 백운산, 하동 금오산, 사천 이명산·봉명산까지 각기 모양을 달리하며 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산은 하동군 옥종면의 서쪽에 위치하며 북천면·횡천면과 경계를 이룬다. 예부터 형세가 날개를 양쪽으로 펼쳐 새끼를 보호하는 봉황을 닮았거나, 자애로운 어머니의 치마폭을 닮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계절 전하는 흥미거리는 진달래와 철쭉 솔숲이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옥산, 천왕봉일대에 융단처럼 깔리고 여름에는 낙남정맥 솔숲에서 흙냄새, 나무냄새 자연의 향기가 산을 감싼다.



 
 


지금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었으나 최근에는 낙남정맥이 살아나고 인근에 유황온천이 개발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옥산에선 멀리 맞은편 2봉 천왕봉이 보인다. 급경사를 10분 정도 내려가면 헬기장 갈림길까지 고도를 크게 낮춘다. 다시 임도를 따르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이정표를 자세히 보고 길 찾기에 유의해야한다.

갈림길에서 배토재 방향으로 가지 말고 오른쪽 돌고지재 방향으로 20분 정도 계속 더 진행하다가 천왕봉·돌고지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천왕봉이다.

11시 40분 천왕봉(602m)에 닿는다. 앞선 옥산처럼 사방 전망이 일품이다. 비닐하우스단지 너머 포은의 위패를 모신 옥산서원이 눈에 들어온다.

낙남정맥이 지나는 정상에선 반대편 횡천 방향에 돌고지재가 있다. 이 산마루금을 따라 고도를 높이면 청암면 묵계재 삼신봉 남부능선 지리산 영신봉에 닿는다. 반대방향 정수리 쪽은 배토재로 연결돼 진주로 향한다.

취재팀은 휴식 후 고속도로처럼 잘 닦여진 낙남정맥 배토재로 하산하다 중간 갈림길에서 왼쪽 청수마을회관으로 방향을 잡았다. 경칩(6일)이 지난 들녘에는 개구리소리가 와글와글 요란했다. 2시께 회관에 닿았다.

옥산서원은 청수마을에서 1㎞지점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후손들이 순조 30년(1830)에 진주 비봉산에 비봉루에 세웠으나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폐쇄되자 1965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매년 음력 3월과 9월에 제사를 지낸다. 제사를 지내는 사당, 영각, 배움 터 강당, 유생의 기숙사 동·서재, 장판각, 내·외삼문이 있다.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있음 문집판각 500판이 장판각에 보관돼 있다.

그는 저물어가는 고려의 절개를 굽힐 것을 강권하는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에 ‘임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 있으랴…’ 단심가(丹心歌)’를 날렸다. 이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이방원의 심복 조영규에게 죽임을 당하며 굳은 절개를 보여줬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옥산 오르는 소나무숲길
 
지리산 천왕봉과 이름이 같은 옥산 천왕봉. 이곳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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