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다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나쁜 풍조
[경일칼럼] 다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나쁜 풍조
  • 경남일보
  • 승인 2019.06.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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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환(법학박사,시인, 前사천경찰서장)

주용환

우리 사회가 언젠가부터 자신의 잘못과 부주의로 인한 것도 모두 나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호텔을 경영하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어느 날 호텔 사우나에 어린 아이들과 엄마가 목욕을 와서는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장난치며 놀다가 출입문 유리창이 떨어져 깨진 일이 있었는데 나중에 그 사실을 듣고 달려온 엄마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놀랐다며 놀란 것에 대한 보상을 하라고 따지더라는 것이다. 자신의 부주의나 잘못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시설주에게 책임을 묻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근래에 이런 일도 있었다. 지하철로 이어진 지하상가 여닫이문에 앞선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뒤따르던 사람을 배려해서 문을 연채 뒤따르던 사람이 바톤을 넘겨받아 가볍게 잡을 거라 여기고 살짝 놓았는데 뒤따르던 사람은 손도 대지 않고 그냥 재빨리 들어오다가 부딪혀 다친 사건이 있었는데 이 또한 시설주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웃지 못 할 일이 흔히 일어나곤 한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바에 의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핸드폰을 잃어버리고도 도난당했다며 경찰서에 신고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 절도사건이 줄어들지 않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원인과 책임을 자신으로부터 찾으려 하지 않고 나 아닌 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 풍조가 생기게 된 것이다.

최근 어느 티비방송에서 어떤 분은 강원도에 큰 산불이 난 것도 흙은 가만히 있는데 오래전 모 대통령이 나무를 많이 심어서 큰 산불이 되었다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명백한 사실도 잘 못 되면 자신이 아닌 남에게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 전 우리가 어렸을 적에 책상모서리에 부딪혀 아파 울 때면 할머니께서는 “데끼 이 놈 우리 애기를 아프게 했다” 며 책상을 두드리곤 했는데 이런 것이 원인이 되었을까? 아니면 인간 심리 중에 공격적인 성악설에 근거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요즘에 어떤 사건 사고가 나면 원인을 따져 보지 않고 무조건 국가나 시설주에게 떼를 쓰게 되고 보상까지 해주다보니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원인 행위조차 없는데도 불구하고 남에게 책임을 묻는 풍조가 더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선진국 같이 어떤 일이 일어나면 나의 잘못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나의 부주의가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보며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을 때 따져보는 선진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배려할 줄 아는 선진국형 교육도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밀물과 썰물 이야기다. 바닷물이 밀려오는 밀물때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데 빠져나가는 썰물때는 바다새도 강아지도 아이들도 좋아해서 밀물은 썰물을 시기하고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날 밀물이 바닷가 노송에게 물었다. “도대체 썰물이란 녀석은 어디에 있는 누굽니까?” 노송은 말했다. “썰물은 바로 너 자신이란다.” 우리 모두가 ‘내탓이오’ 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할 것 같다. 그 전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내탓이오’ 운동을 하자고 한 것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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