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 불매…태풍일까 미풍일까
일본 제품 불매…태풍일까 미풍일까
  • 백지영기자
  • 승인 2019.07.08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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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현장에서는 아직 큰 영향 없어
향후 사태 진행 따라 폭발력은 잠복
“시음한 손님들이 맛은 있다고 하면서도 일본산이라고 구매를 꺼립니다.”

지난 7일 오후 1시 30분께 진주시 한 대형마트 일본 맥주 시음 행사 매대를 찾은 30대 여성이 종이컵에 담긴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판촉 직원은 “과거에는 시음이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있었지만 일본 제품 불매 여론이 조성된 이후 구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 맥주 진열매대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독일 맥주 여러 캔을 카트에 담은 40대 김 모 씨는 “가족과 함께 마실 맥주를 사러 왔다. 원래는 일본 맥주를 즐겨 마셨지만 더는 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마트 계산원 강 모 씨는 “불매 운동 이후 확실히 일본 맥주 등 일본 제품이 덜 나간다”고 했다.

지역 소비자들이 일본산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경제 보복을 가하자 행동에 나섰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 개인 사진을 ‘BOYCOTT JAPAN(보이콧 일본),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고 적혀있는 이미지로 바꾼 시민도 있다. 위약금을 내고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며 ‘인증샷’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는 이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일본기업으로 불매 기업 1순위로 꼽힌 일본 의류업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후 진주시 한 유니클로 매장은 세일 기간임에도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매장 직원은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며 “매출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양한 일본제품을 판매하는 현장에서는 불매운동의 바람이 크게 감지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일본 제품을 집은 손님들도 불매 운동을 인지는 하고 있다. ‘이거 사도 될지 모르겠다. 다른 상품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은 하지만 처음에 고른 일본 상품을 그대로 구매해간다”며 “매장 내 일본 상품 판매량에 뚜렷한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다국적 미용·건강용품 등을 판매하는 올리브영 직원은 “입점한 제품 중 일본산도 많지만 매출 변화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친구와 함께 색조 화장품을 발라보고 있던 10대 여학생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제품이 일본산인지 한국산인지 국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상품 자체만 보고 고르고 있다”고 밝혔다.

진주의 한 여행사 관계자도 “일본 여행 예약을 취소한 고객은 아직 아직 없다. 큰 변화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불매운동이 소상공인 위주로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도내 한 대형유통점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위주가 돼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는 않고 있다. 매출 영향을 논하기도 이른 것 같다. 하지만 유통업의 특성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진주지역 주부들이 활동하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는 회원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회원들은 댓글을 통해 “국가 간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며 “일본 여행 취소와 맥주와 신발, 과자 등 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일본산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택과 집중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부수현 경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소비자 불매운동은 적극적인 소비자 행동 중의 하나다. 가장 분노한 소비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지만 지속도가 떨어지는 편”이라면서 “장기적 활동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모든 일본산 제품을 불매하기 보다는 전범 기업을 선택해 집중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일본 불매운동 포스터.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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