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밀양의 숨은 소담길을 걷다
옛 밀양의 숨은 소담길을 걷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7.30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봉사, 밀양읍성, 상문송림 등
도심 둘레길에서 느끼는 ‘행복’
태풍이 지나간 후 밀양을 들렀다. 밀양은 가는 곳마다 옛 것들이 즐비하다. 밀양을 대표하는 영남루와 표충사 그리고 구석구석 선비의 삶과 정신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그중 밀양강이 굽어치는 둘레길 안에 시인 묵객들이 그 운치에 반했다는 무봉사, 때론 울창한 숲을 이룬 곳, 삼문송림과 성벽을 오르며 한 폭의 풍광을 담아 볼 수 있는 밀양읍성을 소담하게 담았다.

밀양 아리랑길 1코스는 도심에서 산책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둘레길이라 쉽고 편안하게 즐기며 걸을 수 있다. 영남루 주차장에 주차한 뒤 잠시 유유자적 흐르는 밀양강을 바라보는 영남루에서의 풍광은 가히 영남 제일의 누각이다. 홀로 바라보는 영남루의 빼어난 절경에 황홀할 정도다.

영남루 아래에는 아랑의 영정을 모시는 사당, 아랑각이 옆길로 가는 길에는 신라 천년 고찰 무봉사가 있다. 대나무숲과 돌담 사잇길로 걷다 보면 일주문에서 옛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천왕상이 그려진 무량문에 이르니 영남루와 사뭇 다른 풍경이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봉황이 춤추는 형국’이라는 의미의 무봉사는 구석구석 숨겨져있는 보물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대웅전에 봉안된 인자한 미소의 석조여래좌상(보물 제493호), 태극나비 전설로 전해져오는 나라의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는 설, 심하게 훼손되었지만 가치가 더욱 빛나는 석조 약사여래 좌상, 고요함 속 그리움으로 쌓인 5층석탑 등이 사찰의 깊이를 파고든다.

붉은 백일홍이 핀 7월의 무봉사는 세상 시름 잊을 정도로 평온하고 어머니 품 같은 존재다. 추녀 끝에 달린 풍경소리에 청아함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무봉사에서 다시 읍성으로 오른다. 높은 계단을 오르면 끌어안은 형상이 마치 한 몸이 되어 애틋한 사랑으로 표현된 연리지에 매료된다. 사명대사 유정의 동상을 지나며 빽빽하게 늘어선 소나무의 품위에 반할 정도다. 고즈넉함이 읍성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밀양읍성은 조선 성종 10년(1479)에 축조된 이후 여러 해를 지나 파괴되거나 복원되었다. 성곽 따라 걷는 기분은 과거의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 오래 머물고 싶었다. 천천히 오래 담고 걸었다. 무봉대는 그야말로 ‘봉황이 춤을 추는 누각’이라는 뜻으로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그 이유는 밀양강과 경부선 철교, 시가지가 한눈에 담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읍성은 새로 복원한 동문까지 이어진다. 동문 가까이 내일동 문화예술마을이 있다. 별달 굽이길로 벽화와 조형물이 가는 골목길마다 밀양의 옛이야기로 담겼다.

영남루 맞은편의 강변 위 둘레길은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옛 선비들이 걷고 걸어 삼문솔밭의 향연과 마주한다. 조선 시대 말엽 고종 때 밀양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방수림으로 조성되었는데 1만 8000여 ㎡에 100여 년생 곰솔 2000여 그루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솔밭길에 들어가면 갈수록 향긋하고 은은한 솔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솔밭에 불어오는 밀양강의 강바람이 시원하고 청량감을 준다. 이재금 시인의 구슬픈 시비가 애달프다. 솔밭길이 끝나면 지천에 널린 29점의 암각화 조각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밀양 아리랑길 1코스를 마쳤다.

도심에서 즐기는 둘레길은 겸손하다. 요란하지도 않고 얻는 것이 많다. 밀양 아리랑길 1코스는 구석구석 숨겨진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어 뜻깊은 시간들로 채웠다.

/강상도 시민기자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신라 천년 고찰 무봉사의 전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