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219] 남해 응봉산
명산 플러스[219] 남해 응봉산
  • 최창민
  • 승인 2019.10.17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퉁불퉁 벼랑길… 아찔한 칼날 능선…
오르락 내리락 산에서 배우는 인생의 참맛
 
칼날 능선의 아찔함을 체험하면서 남해의 아름다움을 조망할 수 있는 산.

남해 응봉산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한동안 이어지는 칼날 같은 능선은 설악산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에 비길 정도로 스릴이 넘치고 대양으로 열린 남해는 무한한 꿈과 희망, 상상을 갖게 한다. 컨테이너선들이 오가는 바다풍경에서 희망을, 울퉁불퉁한 벼랑길을 오르내리면서 인생의 쓴맛 단맛, 현실을 반추한다고 할까.

응봉산을 과거 매봉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미뤄 산이름 ‘응’은 한자 매응(鷹)임을 알 수 있다. 실제 하늘에서 보면 산의 형세가 매가 바다를 향해 날개를 편 모습이다. 응봉산 정상이 머리가 되고 선구리와 설흘산 줄기가 양 날개가 된다. 산 아래에서 보면 매봉산 육조문, 설흘산이 가천마을을 보호하듯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봉화대가 세워진 인근 설흘산 해발이 더 높아 주봉으로 꼽지만 사실 아름답기로 치면 응봉산에 비길 바가 못 된다. 그래서 대개 응봉산과 설흘산을 연계해 산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지역에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천 다랭이마을과 병행해 효율적인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은 설흘산만 고집하기도 한다.

지도에는 선구리 방향에서 차례대로 옥녀봉 조산 낙뇌산 은산이 늘어서 있지만 이정표가 없어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는 것은 아쉬움이다. 위험해 진입을 금지한 곳에 이런 산봉우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산행 내내 내륙에는 바위산인 호구산이 보이고 바다에는 소치도와 노도가 보인다.

▲등산로: 남해군 남면 선구마을→정자나무→노을펜션 뒤편 주차장→설흘산 안내이정표→너럭바위→제단→바위전망대→암릉지대→첨봉(칼바위)→너럭바위→응봉산(472m)→응봉산·설흘선갈림길→소몰이가실길→가천다랭이마을→1024지방도·선구마을 회귀(마을버스 이용). 7㎞에 4시간 소요.

▲선구마을 노을펜션이 이번 산행의 들머리다. 마을 지형이 신선이 옥통소를 부는 형국이어서 선구마을이다. 펜션 뒤편 주차장에서 밭 사이 길을 따라 산으로 다가갈 수 있다. 고갯마루 작은 밭떼기는 이 마을 어느 할머니의 생명과도 같은 평생 삶터이리라. 깨와 고구마가 가을 색으로 변하고 있다.

산길은 카펫처럼 부드럽다. 최근 불어 닥친 태풍 ‘타파·미탁’ 영향으로 해송 잎과 약한 가지가 잘려서 길을 덮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린카펫이다. 태풍이 바다를 뒤집어 놓기도 하지만 육지의 수목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실감한다.

태풍의 위력, 그 이면에는 튼실한 가지만을 키워낸다는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일종일 게다.

두 세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바위굴이 등산로 옆에 있다.

10분 만에 너럭바위 전망대에 올라선다. 바다 쪽에는 선구마을이, 내륙으로 들어온 곳에는 운암마을이 위치한다. 70여가구가 돼 보이는 운암마을 뒤 우뚝한 산은 145m짜리 시리봉이다. 멀리 바다 건너 광양시와 오동도, 여수시와 돌산도가 보일정도로 시야가 트인다.

등산로는 마을사람들이 산신에 제를 올리는 제단을 돌아 돌담곁으로 이어간다. 돌담 안쪽은 집터나 무덤인 듯했다.

선구리에서 1시간 동안에는 주변에 해송과 수목, 크고 작은 바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늘도 있고 안락한 쉼터도 많다.

이 구간을 지나고 나면 이 산의 트레이드마크 암릉이 나타난다. 길을 두 갈래다. 한쪽은 안전한 길 다른 쪽은 날카로운 암릉 길이다. 자신의 산행 스타일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아무래도 암릉길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뾰족한 바위 투성길은 상당히 위험하다. 곳곳에 출입을 제한하는 팻말이 붙어 있다. 오름길 다리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조망권에 흥분한 나머지 부산히 움직이다 서로 부딪쳐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등반사고가 빈번한 것을 감안하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일 등산객이 설악산 망군대 산행 중 추락사한 것을 비롯 여름에는 지리산 폭포에서 2명이나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1시간 10분 만에 거대한 암릉과 맞닥뜨린다. 높이 20m에 달하는 벼랑인데 두 팔까지 동원해 암벽등반 하듯이 올라야한다.

이 산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위험한 구간으로 체력이 좋은 사람만이 오를 수 있다.

암벽 정상에 다달았을 무렵 눈에 들어온 시그널의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새옹지마(塞翁之馬)·작비금시(昨非今是)’, 변방 노인의 말처럼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될 수도 있다는 말과 전에는 그르다고 여기던 것이 오늘은 옳다고 생각된다는 말이다.

함께 쓰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세상사 일희일비 하지말라’는 의미로 들렸다.

고도가 높아졌다, 높게 보이던 시리봉은 발밑에 있고 선구·운암마을 가옥들은 어떤 모자이크 작품처럼 디자인적이고 컬러풀하다.

바다에는 많은 배들이 오간다. 큰 배는 느리게 가고 작은 배는 빠르게 지나간다.

칼바위 등 날카로운 암릉은 30분간 더 지속된다. 안전산행을 위해 암릉길 좌우에 로프를 설치해 놓았다.

계속되는 칼날 능선, 기기묘묘한 암릉이 즐비하다. 대체로 왼쪽 내륙 쪽이 급경사여서 허광한 경지가 펼쳐진다. 그 길을 따라 한 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스릴 만점, 온몸에 짜릿함이 느껴진다. 낭떠러지에 눈길을 주면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고 어지럽다.

암릉 길에는 그늘을 만들어 주는 수목이 별로 없기 때문에 햇볕이 강한 날에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식수도 충분히 준비해야한다.

며느리 말고 딸에게 쬐게 한다는 가을햇살이 온몸을 감싼다.

2시간이 채 못돼 응봉산 정상에 닿는다. 선구마을에서 2.5㎞ 거리다. 때맞춰 응봉산 하늘에 참매 한마리가 날았다. ‘삑∼삑∼’거리면서 선회한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호구산이 가깝게 다가와 있고 소치도와 노도가 선명하다. 소치도는 특정도서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노도는 ‘사씨남정기’를 쓴 서포 김만중의 유허지이다. ‘아득한 섬들은 구름이 내려앉은 바다 건너에 있고 방장·봉래산 못지않은 절승(絶勝)이 가까이 있네…, 남들은 나를 보고 신선이라 하겠구나.’ 그가 남긴 시다.

정상에서는 두 길로 나뉜다. 왼쪽은 설흘산까지 1.8㎞ , 오른쪽은 육조문 거쳐 가천다랭이마을로 가는 능선길이다.

설흘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경사가 심해 미끄럽다.

길의 성질은 지금까지와는 정반대다. 아주 푹신하고 편안하며 고즈넉하다.

그늘을 만들어 주는 숲, 활엽목들이 많이 보이는 아름다운 숲이다. 숲 사이로 신비한 색감을 자랑하는 코발트빛 바다색이 새어 들어온다.

응봉산에서 30분 만에 갈림길이 나온다. 정면 500m지점이 설흘산이고, 오른쪽은 가천마을로 하산하는 길이다

설흘산 봉수대는 금산 봉수대와 사천 전남을 연결했다. 명찰 명산 보리암과 금산, ‘꾀꼬리 노래와 눈물’ 앵강(鶯江)만 일대가 조망된다.

취재팀은 가천마을로 틀어 임도를 만난 뒤 ‘소몰이살피길’ 로 하산했다. 이 길은 과거 마을 사람들이 소를 몰고 다닌 길이다.

가천 다랭이 마을에선 여섯 부처님이 탄신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육조문이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좁고 작은 논배미’가 있는 다랭이마을에 관광객이 넘쳤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등산로 상의 동굴
제단
 
 
선구마을
 
암벽등반을 해야하는 코스
 
선구리
 
칼날같은 암릉길
 
 
응봉산 정상
 
 
ㄱㄿ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