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할미봉(1026m)은 함양군 서상면을 지나 전북 장계면으로 넘어가는 육십령고개 북쪽에 솟아있는 백두대간 상의 암봉이다.
이 암봉에서 더 진행하면 장수덕유산이라고 부르는 서봉에 닿고 조금 더 간 뒤 등로에서 살짝 벗어난 지점에 남덕유산이 보인다. 이 길은 다시 북으로 내달려 삿갓재 무룡산 향적봉 등 유려한 대간을 이어간다.
할미봉은 주로 육십령이나 영각사를 기점으로 남덕유산을 산행할 때 서봉과 함께 산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등산객들은 할미봉 그 자체의 매력과 인근 3형제바위, 지능선의 대포바위를 보고자 해서 단독산행하기도한다.
특히 거대한 바위와 바위사이에 걸쳐 있는 할미봉의 초자연적인 풍경이 매력포인트이기도 하다. 지능선에 있는 기암괴석 대포바위와 여근(?)바위는 해학적인 사연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할미봉은 3형제봉과 함께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운 봉우리지만 남덕유산의 명성에 밀려 그 자신 진가를 평가받지 못하는 편이다.
이번에 취재팀은 그야말로 자체 발광하는 멋을 지닌 할미봉에 올랐다가 장쾌하게 펼쳐진 서봉 남덕유산의 풍광을 눈에 익히고 대포바위를 거쳐 명덕리 반송마을로 하산했다.
이날 산행에선 갑자기 추워진 탓에 전날 내린 눈과 함께 뜻밖의 상고대를 만났다.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상고대는 나무에다 은구슬을 달아놓은 것처럼 아름다웠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얼음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는 청아했다. 눈 구경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 요즘 모처럼 만난 상고대와 눈은 산행객을 백색의 천국으로 이끌어 주었다.
반면 반송마을 하산 길 등산로는 가파른데다 얼음과 눈이 뒤덮여 있어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위험을 감수해야했다.
▲등산로: 백두대간 육십령고개→첫 봉우리→할미봉→서봉·대포바위 갈림길→대포바위→반송·양삼마을갈림길→임도→양삼마을 회관. 7㎞ 휴식포함 4시간 30분 소요.
▲통영∼대전고속도로 서상 IC에서 빠져나와 26번로에 올라서면 북쪽에 국립공원다운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덩치의 남덕유산이 보인다.
중앙에 우뚝한 봉이 남덕유산, 그 오른쪽이 월봉산, 반대편 쪽이 서봉이고 조금 떨어진 곳에 독립된 암봉이 할미봉이다.산행 들머리인 백두대간 육십령(해발 730m)은 자연생태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주차장과 매점이 성업 중이다.
육십령이란 이름은 영남 안의감영에서 육십리, 호남 장수감영에서 육십리여서 붙여진 이름이란 말이 전한다. 또한 고개를 넘기 위해 크고 작은 육십개의 고개를 넘어야 해서 육십령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전설도 있다. 영남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주요 교통로 중 하나로 조령, 죽령, 팔량치와 함께 영남 4대 큰재로 꼽는다. 육십현, 육복치라고도 한다.
1400㎞에 달하는 백두대간에 대해 기술한 안내판 앞으로 난 임도를 따라 가다 산으로 붙는다.
낡은 등산로를 정비하기 위해 침목을 옮기는 근로자들 사이를 비켜서서 능선에 올라선다.
낮은지대에 논두렁같이 생겼지만 한줄기 물방울이라도 갈래 낼 만큼 백두대간의 길은 선명했다.
밤새 크게 떨어진 수은주는 얼굴을 바늘로 찌르는 듯했다. 관목에 피어난 얼음 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고도를 높일수록 큰 나무 우듬지에도 얼음들이 보였다. 그 얼음은 햇빛에 반짝였다. 지난밤에 산을 넘어가던 안개와 서리가 나무에 달라붙어 얼어버린 상고대다.
1시간이 채 안돼 첫 봉우리에 올라선다. 할미봉과 3형제봉이 눈앞에 다가온다. 뒤로는 남덕유산 월봉산이 배경이 돼준다.
할미봉 오른쪽에 있는 3형제봉에 자연적으로 구멍이 뚫린 바위가 보인다. 거대한 바위 사이에 집채만 한 바위가 걸쳐있는 특이한 구조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이나 사막 가운데 바람구멍이 난 거대한 아치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바위는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어 눈으로 보는 것으로만 만족하고 다가갈 수는 없다.
이러한 풍경들은 곳곳에 핀 상고대와 어울려 겨울할미봉의 품격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실로 이 장면이 이 산의 압권이다.
첫 봉우리에서 고도를 낮췄다가 할미봉 오름길 험로에 다가선다. 눈길인데다 카메라에 스틱까지 들고 오르려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드디어 할미봉. 가까운 곳에 형제바위 남덕유산 월봉산이 허연 상고대를 이고 있다.
북쪽으로 남덕유산과 서봉이 눈앞에 다가온다. 오른쪽에 월봉산 금원산 황석산까지 깨끗하게 조망된다. 백운산 장안산 왕산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주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 아래 가까운 곳에는 영각사 경남도교육청 덕유학생교육원, 반대편의 한국마사고등학교를 비롯해 경주마 훈련주로와 목장이 특징적으로 보인다.
할미봉은 삼국시대 때 백제와 신라의 국경으로 영토전쟁의 격전지였다. 침입자를 막기 위해 쌓은 명덕산성과 봉화 토기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등산로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당시 전쟁통에 병사들이 먹을 쌀을 쌓아놓은 합미성(合米城)이란말이 할미성→할미봉으로 변했다고 한다.
할미봉 바로 옆에 반송마을·서봉갈림길이다.
아름다운 남덕유산이 버티고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아 대포바위방향으로 하산 길을 잡았다. 급경사에 눈길이 시작됐다. 눈이 없어도 조심해야할 만큼 위험한 고난이도의 벼랑길이다.
등로에 깔린 얼음과 눈때문에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양쪽 손에 로프를 잡고 대롱대롱 매달린 채 내려가거나 엉덩이를 깔고 미끄러져 내려간다.
미끄럼을 타는 것은 빨리 내려갈 수 있고 신이 나는 일이지만 혹시라도 벼랑으로 나가 떨어 질까봐 조마조마하다. 사람들은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그 짜릿함에 빠져들어 즐기는 경향이 있다. 일행은 이 하산 길에서 미끄러지고 찧고 자빠지는 수난을 감수해야했다.
2.6m 높이의 대포바위가 나타난다.
어찌 보면 대포바위가 같기도 하지만 사실 남근석을 닮았다. 그것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듯한 독특한 형상이어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대포바위가 장계쪽을 향해 있어 임진왜란 때는 해프닝도 있었던 모양이다. 진주성을 친 왜적들이 전주로 진출하고자 할 때 이곳에서 복병인 큰 대포를 만나 우회하는 바람에 장계면이 화를 면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앞서 대포바위에 닿기 전에 만난 독립문바위(?)와 한쌍이 될만한 바위다.
취재팀은 중간에서 반송마을 길을 놓치는 바람에 양삼(陽三)마을로 하산했다.
산이 파헤쳐진 광산 앞에는 허연바위들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광경은 주정뱅이가 토악질한 흔적처럼 보였다.
덤프와 포클레인은 더 끌어낼 일이 없는 것인지 시동이 꺼져 있었다. 일제 때부터 채굴이 시작된 뒤 지금까지 수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채굴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스틱부딪치는 소리에 놀란 고라니는 부리나케 달려가다 제풀이 자빠진 뒤 다시 일어서 산등성이를 넘어갔다.
반송(盤松)마을은 반석 위에 큰 소나무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요. 양삼마을은 양지마을과 삼거리의 첫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양삼마을 회관에서 함양 서상면의 택시를 부르면 육십령까지 데려다 준다.(택시비 1만6000원)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이 암봉에서 더 진행하면 장수덕유산이라고 부르는 서봉에 닿고 조금 더 간 뒤 등로에서 살짝 벗어난 지점에 남덕유산이 보인다. 이 길은 다시 북으로 내달려 삿갓재 무룡산 향적봉 등 유려한 대간을 이어간다.
할미봉은 주로 육십령이나 영각사를 기점으로 남덕유산을 산행할 때 서봉과 함께 산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등산객들은 할미봉 그 자체의 매력과 인근 3형제바위, 지능선의 대포바위를 보고자 해서 단독산행하기도한다.
특히 거대한 바위와 바위사이에 걸쳐 있는 할미봉의 초자연적인 풍경이 매력포인트이기도 하다. 지능선에 있는 기암괴석 대포바위와 여근(?)바위는 해학적인 사연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할미봉은 3형제봉과 함께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운 봉우리지만 남덕유산의 명성에 밀려 그 자신 진가를 평가받지 못하는 편이다.
이번에 취재팀은 그야말로 자체 발광하는 멋을 지닌 할미봉에 올랐다가 장쾌하게 펼쳐진 서봉 남덕유산의 풍광을 눈에 익히고 대포바위를 거쳐 명덕리 반송마을로 하산했다.
이날 산행에선 갑자기 추워진 탓에 전날 내린 눈과 함께 뜻밖의 상고대를 만났다.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상고대는 나무에다 은구슬을 달아놓은 것처럼 아름다웠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얼음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는 청아했다. 눈 구경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 요즘 모처럼 만난 상고대와 눈은 산행객을 백색의 천국으로 이끌어 주었다.
반면 반송마을 하산 길 등산로는 가파른데다 얼음과 눈이 뒤덮여 있어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위험을 감수해야했다.
▲등산로: 백두대간 육십령고개→첫 봉우리→할미봉→서봉·대포바위 갈림길→대포바위→반송·양삼마을갈림길→임도→양삼마을 회관. 7㎞ 휴식포함 4시간 30분 소요.
▲통영∼대전고속도로 서상 IC에서 빠져나와 26번로에 올라서면 북쪽에 국립공원다운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덩치의 남덕유산이 보인다.
중앙에 우뚝한 봉이 남덕유산, 그 오른쪽이 월봉산, 반대편 쪽이 서봉이고 조금 떨어진 곳에 독립된 암봉이 할미봉이다.산행 들머리인 백두대간 육십령(해발 730m)은 자연생태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주차장과 매점이 성업 중이다.
육십령이란 이름은 영남 안의감영에서 육십리, 호남 장수감영에서 육십리여서 붙여진 이름이란 말이 전한다. 또한 고개를 넘기 위해 크고 작은 육십개의 고개를 넘어야 해서 육십령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전설도 있다. 영남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주요 교통로 중 하나로 조령, 죽령, 팔량치와 함께 영남 4대 큰재로 꼽는다. 육십현, 육복치라고도 한다.
1400㎞에 달하는 백두대간에 대해 기술한 안내판 앞으로 난 임도를 따라 가다 산으로 붙는다.
낡은 등산로를 정비하기 위해 침목을 옮기는 근로자들 사이를 비켜서서 능선에 올라선다.
낮은지대에 논두렁같이 생겼지만 한줄기 물방울이라도 갈래 낼 만큼 백두대간의 길은 선명했다.
밤새 크게 떨어진 수은주는 얼굴을 바늘로 찌르는 듯했다. 관목에 피어난 얼음 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고도를 높일수록 큰 나무 우듬지에도 얼음들이 보였다. 그 얼음은 햇빛에 반짝였다. 지난밤에 산을 넘어가던 안개와 서리가 나무에 달라붙어 얼어버린 상고대다.
1시간이 채 안돼 첫 봉우리에 올라선다. 할미봉과 3형제봉이 눈앞에 다가온다. 뒤로는 남덕유산 월봉산이 배경이 돼준다.
할미봉 오른쪽에 있는 3형제봉에 자연적으로 구멍이 뚫린 바위가 보인다. 거대한 바위 사이에 집채만 한 바위가 걸쳐있는 특이한 구조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이나 사막 가운데 바람구멍이 난 거대한 아치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바위는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어 눈으로 보는 것으로만 만족하고 다가갈 수는 없다.
실로 이 장면이 이 산의 압권이다.
첫 봉우리에서 고도를 낮췄다가 할미봉 오름길 험로에 다가선다. 눈길인데다 카메라에 스틱까지 들고 오르려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드디어 할미봉. 가까운 곳에 형제바위 남덕유산 월봉산이 허연 상고대를 이고 있다.
북쪽으로 남덕유산과 서봉이 눈앞에 다가온다. 오른쪽에 월봉산 금원산 황석산까지 깨끗하게 조망된다. 백운산 장안산 왕산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주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 아래 가까운 곳에는 영각사 경남도교육청 덕유학생교육원, 반대편의 한국마사고등학교를 비롯해 경주마 훈련주로와 목장이 특징적으로 보인다.
할미봉은 삼국시대 때 백제와 신라의 국경으로 영토전쟁의 격전지였다. 침입자를 막기 위해 쌓은 명덕산성과 봉화 토기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등산로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당시 전쟁통에 병사들이 먹을 쌀을 쌓아놓은 합미성(合米城)이란말이 할미성→할미봉으로 변했다고 한다.
할미봉 바로 옆에 반송마을·서봉갈림길이다.
아름다운 남덕유산이 버티고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아 대포바위방향으로 하산 길을 잡았다. 급경사에 눈길이 시작됐다. 눈이 없어도 조심해야할 만큼 위험한 고난이도의 벼랑길이다.
등로에 깔린 얼음과 눈때문에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양쪽 손에 로프를 잡고 대롱대롱 매달린 채 내려가거나 엉덩이를 깔고 미끄러져 내려간다.
미끄럼을 타는 것은 빨리 내려갈 수 있고 신이 나는 일이지만 혹시라도 벼랑으로 나가 떨어 질까봐 조마조마하다. 사람들은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그 짜릿함에 빠져들어 즐기는 경향이 있다. 일행은 이 하산 길에서 미끄러지고 찧고 자빠지는 수난을 감수해야했다.
2.6m 높이의 대포바위가 나타난다.
어찌 보면 대포바위가 같기도 하지만 사실 남근석을 닮았다. 그것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듯한 독특한 형상이어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대포바위가 장계쪽을 향해 있어 임진왜란 때는 해프닝도 있었던 모양이다. 진주성을 친 왜적들이 전주로 진출하고자 할 때 이곳에서 복병인 큰 대포를 만나 우회하는 바람에 장계면이 화를 면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앞서 대포바위에 닿기 전에 만난 독립문바위(?)와 한쌍이 될만한 바위다.
취재팀은 중간에서 반송마을 길을 놓치는 바람에 양삼(陽三)마을로 하산했다.
산이 파헤쳐진 광산 앞에는 허연바위들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광경은 주정뱅이가 토악질한 흔적처럼 보였다.
덤프와 포클레인은 더 끌어낼 일이 없는 것인지 시동이 꺼져 있었다. 일제 때부터 채굴이 시작된 뒤 지금까지 수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채굴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스틱부딪치는 소리에 놀란 고라니는 부리나케 달려가다 제풀이 자빠진 뒤 다시 일어서 산등성이를 넘어갔다.
반송(盤松)마을은 반석 위에 큰 소나무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요. 양삼마을은 양지마을과 삼거리의 첫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양삼마을 회관에서 함양 서상면의 택시를 부르면 육십령까지 데려다 준다.(택시비 1만6000원)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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