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민들레 홀씨 되어
[교단에서]민들레 홀씨 되어
  • 경남일보
  • 승인 2020.02.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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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리 (수정초등학교 교사)
우리 반의 이벤트, 선생님과 함께 가는 시조 여행 (13)‘북적북적 시조 버스’ 아홉 살 시인들의 시조집이 출간되었다.

신종 코로나라는 중국발 악재가 전국을 강타한 탓에 거리는 한산하고 모임들은 모두 취소되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기다리는 축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고 둥둥 떠다니는 비누 거품이었다.

1년 동안 준비한 야심 찬 잔치로 리코더 합주와 민요와 판소리, 시 낭송까지 골고루 준비되어 있었다.

‘건강을 지키는 활동도 중요하고 1년을 준비해온 출판 기념식도 중요한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무조건 밀고 나가 보는 거야.’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교실이 아닌 시청각실을 선택해 바닥을 청소하고 소독까지 완료한 후, 손 소독액과 마스크를 준비해서 입구에 챙겨두었다.

“참여하고 싶은 친구들만 오는 것이 시조 잔치란다.”

출판 기념식 아침, 시청각실에는 아홉 살 시인들이 의젓하게 모여 앉았다.

제목과 표지화를 그린 혜서는 “전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시조가 우리나라의 시이고 쉽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목숨을 걸고 아이들의 잔치에 동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어머니 대표의 인사말에 장내는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유찬이랑 시화, 여원과 동균, 소빈이까지 자신들이 쓴 시조를 큰소리로 낭송을 했다. 우리들의 잔치에 어울리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아홉 살의 시인들과 그들을 격려해 주기 위해 모여주신 학부모님들 용기 있는 선택이 빛나 보이는 순간이었다.

주변의 사물을 조금만 더 새롭게 바라보고 재미있게 표현해 보려는 것, 그것이 시조를 쓰는 기본 정신이다.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사물과 만나는 순간마다 재미있는 생각들을 덧보태고 자신만의 느낌으로 덧칠해 온 덕분에 초록빛으로 꾸며진 시조집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현실은 시조를 쓰는 일이 나라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고 나만의 독특한 생각이나 의견을 만들어내는 창조 작업의 시작이란 점이다.

“선생님, 아이들이 자랑스러워요.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잔치가 열려서 행복해요.”

“아이가 가진 고운 마음들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와줘서 고마워요.”

선생님과 함께 가는 시조 여행은 13번째 역에서 우선 멈춤이다. 그러나, 시조 여행에 참여한 꼬마 시인들은 봄바람이 불면 민들레 홀씨처럼 이 땅 여기저기에 시조의 씨앗으로 뿌리내릴 것이다. 다음 또 그다음 역을 찾아 떠나고 남강으로 되돌아오는 연어의 꿈을 만들어 낼 것이다. 시조 여행은 오래, 오래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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