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경남의 백년가게 (5)의령 화정소바
[창간특집] 경남의 백년가게 (5)의령 화정소바
  • 김영훈
  • 승인 2020.02.20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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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맛으로 소바 외길인생
의령은 ‘홍의장군’ 곽재우와 함께 3가지 음식으로 이름난 곳이다.

소고기국밥, 소바, 망개떡은 의령 3미(味)로 유명해 전국에서 이 맛을 찾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의령을 방문한다.

특히 소바가게는 읍내가 떠들썩거릴 만큼 관광객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소바는 일본 음식이지만 의령 소바는 메밀을 활용하는 것 말고는 기존 일본 소바와는 다르다. 그래서 의령 소바는 한국식(의령식) 전통 소바로도 불려진다.

1979년 문을 연 화정소바 역시 의령 관광객 유치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온소바부터 냉소바, 비빔소바, 비빔국수, 화정국수 등 다양한 면 요리로 40년을 넘는 세월동안 한자리에서 의령 소바를 알리고 있다.

화정소바는 현재 3대 사장인 김동환(36)씨와 김륜희(34)씨가 공동대표로 운영 중이다.

1979년 당시에는 이들의 부모인 김선화(66), 이종선(66) 부부가 화정식당으로 시작했다.

이들 부부를 거쳐 큰 누나 나영(41)씨가 잠시 업을 맡았다가 김동환 대표와 막내 동생 륜희씨가 가업을 이어 받았다.

화정소바의 시작은 어려운 이웃에 대한 연민에서부터 시작됐다.

1978년 의령시장에서 그릇가게를 운영했던 김선화-이종선 부부가 좌판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에게 국수를 나눠주면서 시작됐다. 화정식당 이름은 김선화 1대 사장의 고향(의령군 화정면)에서 따왔다. 아내 이종선씨는 진주시 대곡면 출신이다. 부부 모두 음식 솜씨가 있었다.

김동환 대표는 “당시 부모님께서는 시장에서 그릇가게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할머니들에게 가끔 국수를 대접해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로 나눠드리던 국수가 입소문이 나면서 돈도 조금씩 주셨다고 한다”며 “돈도 돈이지만 찾으시는 분들이 많고 맛도 좋다고 주변에서 장사를 권유해 1979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수와 소바를 팔게 됐다”고 전했다.

1970년대 말 일본 소바가 의령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지만 김동환 대표는 당시 의령지역에 메밀밭이 많아 메밀가루 구입이 유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이 의령으로 들어와 그 맛을 잊지 못해 소바를 만들어 먹어 의령소바가 됐다는 설도 있다”며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당시 의령은 메밀농사가 잘 돼 식량으로 많이 사용됐다. 지금은 소바가 유명해 ‘소바’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당시에는 메밀국수라고 해서 많이 드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소바와 의령 소바는 차이가 있다”며 “말은 소바지만 의령 전통 메밀국수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웃에 대한 배려로 시작한 화정소바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이 됐다.

특히 소바 종류에 따라 면의 굵기를 조절해 직접 면을 뽑는 것과 1만㎡(3000평) 밭에서 직접 키운 신선한 식재료(채소들)를 이용해 소바를 만든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이에 작은 가게에는 늘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줄을 서는 것은 필수였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던 화정소바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어머니 이종선씨가 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후 치료 등을 이후로 결국 2007년 가게 문을 잠시 닫게 된다.

이후 주변 소바가게들은 급성장했고 화정소바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져 갔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김동환 대표의 누나 나영씨가 용기를 내 가게를 다시 열었다.

김 대표는 “부모님께서 일궈온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 누나가 먼저 용기를 냈고 2011년 다시 문을 열었을때 모든 가족들이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을 다시 열었을때 ‘잘 될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화정소바를 잊지 않고 많은 손님들께서 다시 찾아 주시는 것을 보고 용기를 가지게 됐다”며 “처음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아버지께 육수 내는 법을 배우고 면도 직접 뽑으며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전 손님들께서 ‘그맛 그대로’라고 하실때 가장 기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화정소바는 많은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1대 사장인 김선화-이종선 부부는 손님 대접 등을 이유로 방송 등 언론 인터뷰를 거절해 왔다.

이런 점들은 아들 김동환 대표에게는 늘 아쉬움이 있었다.

김 대표는 “우리 가게의 가장 큰 장점은 정직한 맛을 낸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알리지 않는다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젊은 사람이 대표가 됐기 때문에 이제는 알릴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년가게도 이같은 이유로 신청하게 됐다”며 “부모님의 그동안 노고를 인정받는 것뿐만 아니라 의령 소바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있는 의령전통시장에서 내 힘이 다하는 동안 끝까지 화정소바를 지켜나갈 것이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화정소바를 맛볼 수 있게 백화점 등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영훈기자 hoon@gnnews.co.kr



※화정소바 : 소바, 국수 등. 의령군 의령읍 의병로18길 9-3(서동리, 의령전통시장 안), 전화 055-572-1122, 운영시간 하절기 오전 9시 30분~오후 7시 40분, 동절기 오전 9시 30분~오후 7시 20분, 연중 무휴. 주차가능(의령전통시장 공영주차장, 무료)





 
의령시장에 위치한 화정소바는 소바 맛집으로 통한다. 1대 사장인 김선화, 이종선 부부가 그릇가게를 운영하면서 국수를 하게 된 것이 화정소바의 시작이다. 자식들이 운영하고 있는 화정소바는 2019년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사진은 아버지 김선화(오른쪽)씨와 아들 동환씨.
사진은 어머니 이종선(오른쪽)씨와 딸 김나영씨 모습. 김나영씨는 2011년 2대 사장으로 화정소바 문을 다시 열었다.
의령읍에 위치한 의령전통시장 입구. 의령 명물인 의령소바, 소고기국밥, 망개떡 가게가 밀집돼 있다. 시장 주변에 무료 공영주차장이 여러곳 있어 외지 이용객이 편하게 시장을 방문할 수 있다.
화정소바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화정소바 식당 내부 모습.
냉소바.
비빔소바.
온소바.
화정소바는 직접 키운 채소로 육수와 반찬 등에 사용한다. 사진은 김선화씨의 과거 모습.
화정소바는 직접 키운 채소로 육수와 반찬 등에 사용한다. 사진은 이종선씨의 과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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