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 [239]여항산
명산플러스 [239]여항산
  • 최창민
  • 승인 2020.03.19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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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풍광 펼쳐지는 낙남정맥 최고봉
여항산(艅航山)은 낙남정맥 상에 있는 산 중 최고봉으로 꼽힌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출발한 정맥이 삼신봉을 거쳐 창원 무학산, 김해 신어산에 이를 때까지 솟아 있는 산 중 최고봉이라는 뜻이다. 실제 정병산이 566m, 무학산이 762m인데 반해 여항산은 770m이다.

본보에서는 2013년 여름 여항산을 게재한 바 있으나 당시 궂은 날씨로 인해 최단거리코스로 오른 뒤 풍광을 보지도 못한 채 안개 속을 헤매다가 엉뚱한 곳으로 내려온 기억이 있다. 7년만에 코스를 달리해 다시 찾았다.

남해고속도로 함안 부근에서 정남쪽에 미국 그랜드 캐니언의 한 조각이라 할 만한 특이한 실루엣을 가진 여항산이 보인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의 최북단에 있는 산으로 함안군과 경계를 이룬다. 생김새에 따라 요강산, 각데미산으로 불린다.

창원시가 알리는 명칭의 유래에는 ‘1588년 함주 도호부로 온 정구(鄭逑)가 여항산의 지형은 지리적으로 반역의 기가 있어 남쪽이 낮아서 배가 넘어갈 수 있다는 뜻으로 배 여(艅), 배 항(航)자를 써 여항산이라 붙인 것이라고 소개해놓고 있다.

곽데미산은 천지개벽 시 정상에 각(곽)하나 놓을 자리만큼 남았다는데서 유래한다고. 이 곽데미가 갓뎀산로 바뀐 사연은 6·25전쟁 때로 추정된다. 지역주민들에게 곽데미산이라고 들은 미군들이 주인이 수 십차례 바뀌는 전투에 진절머리를 내면서 갓뎀(goddam·제기럴)으로 희화화(戱畵化)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등산로:함안군 주서리 좌촌마을주차장→마을 상부 1·2코스갈림길→2·3코스 갈림길→3코스→가재샘→낙남정맥 능선→헬기장→여항산 정상→갈림길→1코스 및 여항산 둘레길→좌촌마을 회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소도시 명산인 탓에 이정표 등 비교적 등산로 정비가 잘돼 있다. 등산로는 6개 코스가 있어 자신의 체력에 맞춰 정할 수 있다. 좌촌마을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1, 2, 3코스는 모두 고만고만해 누구나 산행이 가능하다. 다만 가장 긴 코스는 여항산 서북산 봉화산을 함께 종주하는 6시간짜리가 있다.

3코스는 정상에 오른 뒤 시계반대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출발은 좌촌마을주차장이다. 2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산불조심을 안내하기 위해 주민들이 근무하고 있다.

50가구에 110여명이 사는 마을안길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군이 다가선다. 마을의 희노애락을 간직한 아늑하고 평안한 쉼터이다. 마을 상부 첫 번째 갈림길에서 1코스를 버리고 오른쪽 3코스를 따른다. 1코스는 단거리지만 급경사이고 3코스는 길지만 경사가 완만해 수월한 편이다.
솔숲
솔숲

가야할 산정에 주상절리 같은 거대한 바위덩이가 보인다. 제주 한라산 영실코스 산정풍광을 닮았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큰 바위가 인상적이다. 소나무군락이 시작된다. 솔숲 솔향이 봄바람에 실려 온다. 큰 쉼 호흡으로 마시는 아침의 피톤치드는 상쾌함을 준다.

중간에 휴식할 수 있는 공원벤치와 평상이 놓여 있어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오른쪽 100m지점에 있는 가재샘 갈림길을 뒤로하고 곧장 능선으로 치오른다.


출발 후 1시간 만에 낙남정맥 능선이다. 오른쪽이 미산령을 통해 지리산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왼쪽이 여항산 서북산 쪽이다. 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2명과 그의 부모가 일행을 추월해갔다. 그들은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졌다”면서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가족 모두 산에 왔다”고 했다. 글로벌 21세기 최첨단 IT시대, 인류는 달을 넘어 화성에도 가고 태양계 밖으로 우주선을 내보내는데 우리는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염병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작금의 현실은 두려움과 공포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여항산 정상
여항산 정상

의외로 산꼭대기 부근에 덩치가 큰 소나무가 보인다. 다만 덩치에 비해 키가 크지 않은 것은 키 높이로 승부할 경쟁나무가 곁에 없는데다, 거센 바람을 이겨 내야하는 생존법을 터득한 탓이리라. 9부 능선에서 만난 가로형 돌무더기는 여항산성 흔적이다.

  정상은 거대한 바위로 된 골산이 남북으로 뻗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평평한 곳이다. 양쪽으로는 천길 낭떠러지여서 바람 불고 안개 낀 날은 특별히 조심해야한다.

탁월한 조망, 예전에 안개 때문에 보지 못했던 사방의 전망이 다가온다. 산 아래 들머리 좌촌마을 뒤로 무룡산에서부터 청룡산, 천주산, 투구봉, 무학산, 광려산, 봉화산, 서북산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돌아서면 지리산과 방어산 백아산 자굴산이 눈을 시리게 한다.

1950년 이곳에서 전쟁이 있었다. 8월 21일부터 한달여간 미 제27연대와 제24연대가 북한군 제6사단, 제7사단과 낙동강방어선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격전을 벌였다.

훗날 평화시대에 이곳 출신의 시인 이수익은 ‘여항산’을 애절하게 노래했다./그 산 울창한 숲 수정처럼 맑은 계곡물 시원한 바람소리 있다/꽃며느리 밥풀, 마타리, 구렁내덩굴 피고 지는 야생화 있다/중략/그리로 흐르던 산골물이 내 핏줄 되었고/깨끗한 공기가 내 폐를 키웠으므로/눈감기까지 버릴 수 없도록 푸르고 질긴 인연을 내게 준 고향은 또 하나의 내 몸 유적/그것은 오늘의 나를 이끄는 오래된 힘이 되었으므로/어서가자 가자 숨죽여 부르는 피의 노래를/


조경석과 소나무가 어울린 여항산의 풍광
하산길의 경치가 아름답다. 조경석처럼 기이한 바위들 사이로 분재소나무가 제각기 위치에서 자태를 뽐낸다. 그 울퉁불퉁한 바위틈에 데크는 편안하게 하산하면서 이러한 풍광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등산로를 약간 벗어난 곳에도 크고 작은 전망대가 나타난다. 마당바위 못미친 지점 갈림길에서 비스듬하게 하산 길을 재촉한다.

1시간쯤 내려왔을 때 여항산 둘레길을 만난다. 산허리를 도는 구간으로 함안군 여항면 주서리 좌촌주차장에서 감재고개 입구, 상별내, 임도 좌촌주차장으로 연결된다. 1구간 단풍길 7.7㎞, 2구간 소나무숲길 3.2㎞, 3구간 별내길 1㎞, 4구간 치유의 길 2.1㎞, 총 4개구간으로 각각의 길에 묻어 있는 자연의 색을 느낄 수 있다. 14㎞로 5시간30여 분이 소요된다. 둘레길에선 나무로 만든 새둥지가 보인다. 지난해 말 함안군 자원봉사센터가 야생조류 생태환경조성을 위해 보금자리를 만들어 달아준 것이다.

여항산 산행 중 조금은 신중하게 지나야할 이유도 있다. 산행 블로그엔 이 산에서 가끔 염소와 멧돼지 목격담이 올라와 있다. 심지어 염소의 출산장면까지 봤다는 등산객이 있는가 하면 야성의 염소가 달려드는 바람에 당초 가려했던 곳으로 가지 못하고 쫓겨서 다른 곳으로 하산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이날도 산정 부근에는 서너마리의 멧돼지가 산을 뒤지고 다닌 흔적을 볼 수 있었다. 7년 전 걸었던 여항산, 기억 저편의 편린을 퍼즐 맞추듯 끼워가며 걷는 재미가 쏠쏠한 산행이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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