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 [242]거제 옥녀봉
명산 플러스 [242]거제 옥녀봉
  • 최창민
  • 승인 2020.04.30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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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포항 대우조선해양
옥포항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녀봉은 거제의 동쪽에 위치한 산으로 장승포 아주동과 일운면 옥림리를 아우르고 있다. 옥녀봉(玉女峰·555m)이라는 산 이름은 전국에 40여개가 있는데 거제에만 네 곳이 있을 정도로 흔하다. 옥녀봉에 얽힌 전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옛날 하늘의 옥황상제 딸이 죄를 짓고 이 땅에 내려와서 산으로 변했고 이로 인해 산의 전체적인 모습이 머리를 감고 있는 여인의 형상이라고 한다.

옥녀봉은 바다로 열린 희망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555m의 작은 산이지만 옥포항과 지세포항 양 옆으로 열린 조망이 일품이다.

옥포항 대우조선해양 도크에는 잃었던 조선 강국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듯 거대한 골리앗크레인이 오가며 초대형 컨테이너선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해운 재건의 첫 가시적 성과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 해운의 경쟁력을 알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해운산업과 우리 경제의 회복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 것이다.

 

아름다운 지세포항
아름다운 지세포항


반대편 지세포항은 잔잔한 호수처럼 포근하다. 스카이블루빛의 아름다운 해변과 우뚝 솟은 리조트 소노캄 거제, 상상 속의 집 등 풍요로움이 가득한 시설들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 외 옥녀봉 정상의 대삼각점본점과 지맥 상에 있는 봉수대는 오래된 과거에 만들어진 이 산의 자랑거리이자 볼거리이다. 산 속에는 선선한 봄바람이 파고들어 갓 돋아난 나뭇잎을 흔든다. 이파리는 멀리서보면 별처럼 반짝이고 다가가면 소나기 소리를 낸다. 이 계절 한바탕 신록의 잔치를 벌여보자는 태세다.

▲등산로: 거제 근로자가족복지회관→체육공원갈림길→임도 철계단→소동고개→헬기장→옥녀봉→이진암·관음암갈림길→경주정씨묘→정자쉼터→조망바위 봉수대→이정표갈림길→왼쪽 대우조선해양방향 하산

 

▲출발은 거제 근로자가족복지회관 주변이다. 산언덕에 위치해 주차할 곳이 마땅찮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회관 뒤로 난 신설도로를 따라 가다가 ‘옥녀봉’ 팻말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찾아 들어간다. 산을 곧바로 치고 올라가지 않고 산기슭을 따라 옆으로 한참 돌아가야 한다. 오른쪽 바로 밑에는 아주공설운동장과 축구명문 거제고교, 도내에서 두개뿐인 사립 대우초등학교 등이 잇따라 보인다. 중학교와 함께 모두 하나의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꿈길인듯 초록수목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꿈길인듯 초록수목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싱그러운 연초록 숲과 편백 숲을 통과하면 허리돌리기 등 각종 운동시설이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더 진행하는 코스와 꺾어서 곧바로 산으로 치고 올라가는 코스로 나뉜다. 경사가 급해서 시간이 단축되거나 완만해서 시간이 지체되는 차이가 있다.

취재팀은 치오르는 코스를 택했다. 산소 옆길을 따라올라 출발 20여분이 지났을때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임도를 만난다. 산불감시원 차량이 지나다니는 임도이다. 철사다리가 산쪽에 걸쳐 있어 이를 이용해 산으로 재진입할 수 있다. 오름길은 갈지(之)자 모양이 20여개정도 굽이치면서 지맥이 있는 소동고개까지 이어진다.

유난히 맑은 날씨에 초록색이 물감처럼 번지는 숲으로 향하는 선행인의 모습이 마치 천국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야말로 싱그럽고 상큼하고 황홀하다.

출발 50분 만에 옥녀샘을 만난다. 산 능선에 거의 다 올라온 지점에 물이 풍부한 샘터가 있는 게 신기하다. 한 바가지 샘물이 주는 시원함을 비길 데가 없다.

암석사이로 도회지가 보인다.
암석사이로 도회지가 보인다.

  곧이어 소동고개 능선이다. 오른쪽이 문동마을과 국사봉이고 왼쪽이 옥녀봉이다. 국사봉 쪽에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문동폭포가 피서객을 부른다. “높은 산 깊은 골도 없는 섬, 거제도에 웬 폭포?”할지 모르겠다. 실제 거제에서 유일한 폭포이다. 절벽을 타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는 여름철 장관을 이룬다. 거제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인기다. 수년전 시에서 3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인공으로 물을 끌어와 폭포수량을 크게 늘렸다.

채 1시간 30분이 못돼서 정상에 닿는다. 철탑을 비롯해 여러 개의 통신탑, 이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철망 울타리까지…, 다소 난잡하다. 등산객을 위해 설치한 팔각정자도 난잡함을 보탤뿐이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멀리하면 비로소 이 산이 자랑하는 조망권이 살아난다. 가로로 길쭉한 지심도를 비롯해 연근해 섬들은 가깝게 다가온다. 맑은날 보인다는 일본 대마도는 햇살 속에 숨었다.


  반대편 옥포항은 임진왜란 시 이순신 장군이 왜적선 26척을 침몰시킨 옥포대첩의 승전지이다. 지금은 침체된 조선 강국을 살리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이 많은 선박들을 수주해 건조작업을 하느라 근로자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완공단계에 든 HMM소속의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5∼6대가 대양으로 나갈 마지막 준비에 분주하다. 산에서 근무 중인 산불관리인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명명식을 가진 처녀선은 이미 옥포항을 떠났다고 했다.

정상에 1910년 설치한 대삼각점 구조물이 눈길을 끈다. 1910년 6월 대한민국 최초로 설치한 중요한 삼각점이다. 일본 대마도 유명산과 어악을 여점으로 거제도 (옥녀봉)와 부산 영도(봉래산)를 구점으로 사각망 관측 계산해 대삼각본점을 설치했다. 이 두 삼각점을 기점으로 전국에 대삼각본점 400점을 실치하고 토지조사를 시행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삼각점이라고 한다. 수 년전 거가대교를 건설할 때 이를 활용했었는데 오차가 발생해 시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측량술이 지금처럼 정확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란다.

길은 고도를 낮춰 봉수대 방향으로 이어진다. 낮아지면서 옥포만을 비롯한 지세포 조망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봉수대(경남도기념물 129호)는 조선 전기인 15세기에 왜구를 감시할 목적으로 설치했다. 해발 226m이지만 멀리 일본의 대마도를 바라보고 있어 당시에는 옥포진 방어를 위한 군사요충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서의 가라산, 서북의 계룡산, 북쪽의 강망산 봉수대와 연계돼 바다 건너 가덕도 봉수대로 이어졌다. 조선말 훼손돼 방치된 것을 1993년에 도 기념물로 지정해 1995년 복원했다.

‘대동지지’ 거제 봉수조에 의하면 중요한 간봉인데 가라산 봉수대 외에 가배량에 남망, 옥포에 옥림산, 지세포에 눌인곶, 율포에 가을곶봉수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옥림산 봉수대가 이 봉수대의 전신으로 보인다.

한때 거제풍력(주)은 이 일대에 거제 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하려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 팔색조 수달 흰꼬리수리 남방동사리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서식처임을 주장하며 반대해 무산된바 있다. 봉수대에서 반환해 되돌아오다가 아주동으로 내려가는 길로 산행을 마무리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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