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활 SOC로 동네생활 행복권 보장을
[기고]생활 SOC로 동네생활 행복권 보장을
  • 경남일보
  • 승인 2020.05.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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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수 (신라대 교수)
코로나19사태는 기존 일상생활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로 재편시키고 있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가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누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래학자 저드 레너드 역시 지금이 대전환의 분기점이라고 보고 인지된 위기만이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현실에 잘 대처하여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대전환의 시기에 새로운 변화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 문제를 해결할 ‘오래된 미래가치’도 중요한데 그것에는 ‘동네’라는 영역이 있다. 동네는 특정 장소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의 삶에 가장 소중한 부분이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편리하게 아이를 맡겨야 하고, 또 대부분 초등학생들은 안전하게 걸어서 학교에 가야하며, 노인과 장애인들은 평생 살아오던 곳에서 질 좋은 돌봄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생활보장이 이루어지는 동네는 인간의 삶의 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백세인생시대에는 일터에서 보낸 세월보다 더 긴 기간을 삶터를 중심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노년기때 삶이 동네거주 여건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선진복지국가에서 주목하는 삶의 질 정책이 ‘정든 곳에서 계속 거주하기’(Ageing in Place)와 신체 등의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동네 내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기’(Normalization)이다. 
이처럼 중요한 동네 생활은 저출산, 고령화로 지방소멸과 동네소멸로 인해 큰 도전을 받고 있으며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이다. 정주환경과 생활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과 도시지역에 젊은 층이 집중하고 인구도 늘어나고 있는 반면, 비수도권, 중소도시, 농어촌지역은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돼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한계지역이 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39%이며, 3,463개 읍면동 중 43.4%가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 소멸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앞으로 인구사막화와 생활서비스 사막화가 급속하게 전개될 것이다.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보장해주는 필수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정든 동네를 떠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동네소멸 문제를 해소할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핵심전략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생활SOC사업이다. 생활SOC란 사람들이 먹고, 자고, 자녀를 키우고, 노인을 부양하고, 일하고 쉬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인프라와 삶의 기본전제가 되는 생활보장시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와 기간시설 중심의 물리적 SOC는 크게 성장하였지만 상대적으로 생활SOC는 매우 부족하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사업의 핵심으로 2018년 관련 개념을 도입하여 2022년까지 체육관, 도서관, 보육시설 등 생활SOC 확충을 위해 정부예산 30조, 민간투자 등 총 48조를 투입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실내체육관, 도서관, 보육 및 돌봄시설을 10분 내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크게 늘어난다. 취약지역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차장,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기초인프라를 확충하여 정주여건을 개선하게 된다. 이 중 여러 근린시설을 복합화시킨 곳이 총 900개이며, 생활문화센터, 국민체육센터, 다함께 돌봄센터, 작은도서관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사업의 진행도 지역이 주도해 지역에 필요한 생활SOC 시설계획을 수립하면 다양한 관계부처가 맞춤형으로 지원하되 지역발전투자협약의 방식으로 추진한다. 
향후 동네소멸을 예방하고 동네생활행복권을 보장하는데 생활SOC가 보다 더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보완하였으면 한다. 첫째, 위기의 동네시대를 해소하고 근린생활보장을 위해 필요한 동네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비전을 통해 아이들이 즐겁게 자랄 수 있고, 어르신도 노후의 삶을 편안하게 즐기며 살 수 있는 등 모든 세대가 교육, 돌봄, 사회서비스, 주거 및 근린생활여건, 문화, 안전, 환경 영역에서 삶의 질을 충족시킬 수 있는 목표가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동네비전은 생활SOC로 구체화될 수 있게 된다. 둘째, 동네생활진단지표를 개발하여 전국 읍면동을 진단하여 생활여건이 취약한 20% 동네(약 700개)에 생활SOC 지원을 집중시키고 특히 취약한 영역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생활SOC의 사업 중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제로에너지건물, 전기차충전소, 동네생활 정보화, 스마트근린생활 지원 등을 패키지화하는 스마트빌리지사업을 포함시켜 새로운 동네모델로 운영한다. 넷째, 재정여건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지속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실질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의 직접적 운영을 중심으로 하되 현실적 해결책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콤팩트시티(compact city) 전략을 통해 교통수단 개선, 돌봄 및 보육 서비스의 집중화, 주거 및 생활인프라의 거점을 육성하여 인구 감소시대에 맞도록 생활SOC의 집중화, 복합화의 입지적 조성과 계획수립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모범적 대응으로 방역에 있어 세계적인 표준을 만들었듯이 동네소멸을 막고 주민 삶의 질은 혁신적으로 높이는 생활SOC사업으로 동네생활보장 모범의 뉴노멀 국가로 우뚝 서게 되기를 기대한다.
초의수 (신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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