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주를 사랑한 거열휴씨를 아십니까?
[기고]진주를 사랑한 거열휴씨를 아십니까?
  • 경남일보
  • 승인 2020.10.19 16: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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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국 (전 진주교육장)
 

 

거열휴(巨烈烋)는 지금부터 꼭 115년 전 10월 20일 진주에 와서 처음 살았던 서양인, 휴 커를(Hugh, Currell)선교사의 한국이름입니다. 그는 본래 영국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영국에서 의학공부를 하고 1899년에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호주에서 개업을 했습니다. 호주에 살던 그는 ‘한국에 의료선교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선교사가 되기를 결심하고 서른 한 살의 젊은 나이에 부인과 함께 1902년 한국에 왔습니다.

거열휴 부부는 처음에 부산에서 지내다가 당시 경남도청 소재지였던 진주에 의료시설이 빈약함을 보고 진주로 왔습니다. 부인과 두 딸, 자신들을 도와주는 박성애씨 가족과 함께 1905년 10월 18일 부산을 출발해 마산까지 기차로 왔다가, 진주까지는 걸어서 20일 밤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미리 사두었던 북문 안 성내 4동(현 중앙 광장 부근) 열 칸 초가 마방집에서 22일 첫 주일예배를 드리고 진료소를 열었습니다. 진주에 살았던 첫 서양인이기도 한 거열휴 부부는 1906년 대안면에 새로 교회당을 짓고 안동남학교와 정숙여학교를 설립하고 교장으로 봉사하며 남녀 어린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그 학교는 나중에 광림학교와 시원여학교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이는 진주에서 경상우도소학교(현 진주초등 전신, 1896년 개교)에 이어 두 번째로 개교한 학교이며 여학교는 처음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서부 경남을 두루 다니며 전도해 진주 반성교회, 송백교회, 하동읍교회, 입석교회, 횡천교회, 삼천포교회, 창선교회 등 많은 교회를 설립했습니다. 진료소는 영세해 호주에 가서 모금활동을 하여 1913년에 서양식 근대식 병원인 배돈병원(페이튼 부인 기념병원)을 봉래동에 개원했습니다. 서울 세브란스 의과대학에 가서 강의 하는 등 한국 의료발전에 크게 기여하다가 1915년에 귀국한 뒤 호주해외선교위원회에서 봉사하다가 1943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진주에서 호주 선교사들이 백정에게 예수를 믿도록 전도하여 진주교회에서 평민과 양반 신자들과 함께 예배드리도록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로 양보하고 신앙으로 화합하여 계층간 벽을 허물었습니다. 여성들의 인권에도 관심을 가져 공창(公娼)에서 지내는 여인들을 진료하면서 그들의 절박한 삶을 깨닫고 공창 폐지운동도 했습니다.

그들은 교회를 세워 복음을 전하는 일 외에도 병원을 열어 각종 질병에 걸린 환자들을 보살피고 한국인 의사와 간호사들을 길러냈으며 진주에 경남성경학교를 세워 손양원, 주남선 등 많은 기독교 지도자를 배출했습니다.

이들은 기독청년운동(YMCA)과 소년운동에 앞장서고 기미만세의거와 신사참배반대 운동을 돕다가 1940년 일제에 추방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진주가 교육도시와 병원도시로서 명성을 얻게 것도 거열휴를 비롯해 진주를 거쳐간 46명의 호주 선교사와 의사, 간호사들의 선교와 교육, 의료분야에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국(異國) 땅 오지(奧地)인 진주에 와서 활동하신 그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풍토병으로 자신과 자식이 목숨을 잃어 한국에 묻히기도 하였습니다. 호주에 돌아가서도 후손에게 자신의 유해는 한국에 묻어달라고 유언으로 남겨 진주교회 묘원에 묻힌 분도 있습니다. 얼마나 거룩한 희생이고 섬김이며 나눔입니까? 그 분들의 고귀한 희생과 사랑에 숙연해질 뿐입니다.

유감은 부산과 마산에는 호주 선교사들이 설립한 병원과 학교가 지금도 발전하여 기념하고 있는데 우리고장 진주에서는 병원과 학교가 중단되고 교회만 남아 있습니다.

열악했던 진주지역의 근대화에 이바지 한 호주 선교사들에게 우리는 상당한 마음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 하여 은혜 갚기를 좋아합니다. 진주시가 지금이라도 호주 선교사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념 공간이나 조형물을 만들어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 국가와 국민의 위상과 존엄을 드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헌국 전 진주시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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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순 2022-01-14 10:52:23
1908년에 생긴 송백교회가
1914년에 이전하면서 개명한 것은
참 어이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도 월드비전이 머꼬요.
한글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고
특색도 없고
이름 때문에 열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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