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격리 면제 제도 ‘허점’
코로나19 자가격리 면제 제도 ‘허점’
  • 백지영
  • 승인 2020.10.20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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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확진 외국인 격리면제 받았지만 사회활동 중 양성
“2주는 힘들더라도 5~7일 정도는 격리 시키자” 지적도
사업상 목적으로 자가격리를 면제받고 8일간 진주지역에 머무르던 외국인이 확진되면서 자가격리 면제 제도의 허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해외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난 4월부터 모든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확진 여부와 무관하게 14일간 자가격리 의무를 부과하면서 ‘격리면제 대상자’라는 예외 대상을 지정했다.

격리면제 대상자는 입국 직후 음성 판정을 받으면 자가격리가 아닌 능동감시만 받게 된다. 이 경우 매일 자가진단 앱에 본인의 건강 상태를 입력하고 1339 콜센터 직원과 건강 상태 관련 통화를 해야 하는 것 외의 제약은 없다.

현행 지침상 격리면제 대상자는 △입국 전 한국대사관에서 ‘격리면제서’를 사전에 발급받은 입국자 △A1(외교), A2(공무) 비자 보유자 △항공기 승무원 등이다.

이 중 한국대사관과 관련 부처의 심사를 거쳐 격리면제서를 발급받는 대상은 △중요 사업상 목적 △학술적 목적 △장례식 등 인도적 목적이나 기타 공익적 목적 △공무 국외 출장 후 귀국하는 공무원 등이다.
 
심사 시 기존에는 중요 사업상 입국의 경우 사업의 중요성·긴급성·불가피성 등 사업과 관련한 부분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최근에는 역학적 위험성도 추가해 살펴보고 있다. 

도내에서 자가격리 면제자가 확진된 것은 지난 19일 양성 판정을 받은 외국인 A씨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프랑스에서 체류하던 내국인이 부친상을 이유로 자가격리를 면제받고 입국한 지 이틀만에 김해시 방역당국으로부터 확진 통보를 받았다. 해당 확진자는 부산지역 장례식장과 식당 등을 방문했으나 그로 인한 추가 확진자는 없었다.

자가격리 면제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일반인들은 A씨 확진 이후 해당 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격리 면제자라도 입국 단계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통과해야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기는 하지만, 누적 해외입국자 중 검역단계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가격리 중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가 절반가량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가진단 앱 사용과 콜센터 통화 외에 추가적인 관리를 나서야 한다거나, 2주는 힘들더라도 평균 증상 발현일인 5~7일 정도는 격리 의무를 부과하자는 주장 등이 제기되고 있다.

정모(37)씨는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요건들을 살펴보니 해외여행 외에는 사업 등의 이유로 쉽게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며 “앱과 전화로 증상 유무 확인하기만 하는 현재 방식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 조작이 가능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지난달 12일부터 방역당국이 중요 사업상 목적의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격리면제서 발급 기준과 절차를 강화하는 등 관리 강화 등에 나서면서 매달 증가 추세에 있던 국내 자가격리 면제자 수는 다소 감소하는 모양새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집계한 격리면제 대상자는 4월 678건을 시작으로 5월 1133건, 6월 1829건, 7월 2456건, 8월 2902건 등 꾸준히 증가해 오다가 발급 기준이 강화된 9월 들어 1760건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20일 기준 경남지역에서만 격리 면제자 96명이 활동하고 있는 등 국내 격리 면제자 수가 여전히 상당한 만큼, 언제든 이들이 이번 사례처럼 양성 판정을 받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방역상 불안과 달리 경제계나 여행업계, 항공업계 등은 꾸준히 자가격리 면제자 확대 등을 요구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방역이 우수한 일부 국가끼리 해외여행에 나선 일반인에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트래블 버블’ 도입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중소기업 관련 해외입국자 격리면제서 심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벤처부 관계자는 “방역과 경제 간 균형을 맞추는 선에서 격리 면제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라 국가별 코로나19 유행 정도에 따라 같은 사업상 목적이라도 중요도를 다르게 판단해 면제 여부가 갈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음성 판정을 받은 무증상 상태의 자가격리 면제자가 확진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확진자를 0명으로 만들어야 하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피해는 최소화하고 활동은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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