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쓰기] 경남교육청 미래교육 구축 본격화 선언
[우리말쓰기] 경남교육청 미래교육 구축 본격화 선언
  • 박철홍
  • 승인 2020.10.2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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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생각·체험그릇으로 구성한 미래교육테마파크
발상도 신선하고 우리말로 쉽고 정감 있게 잘 표현
‘교수학습지원시스템’은 교육학습 지원방식이나 교육학습 지원체계로
중의적 표현 ‘아이 좋아’는 ‘아이, 좋아’로 하면 뜻이 더 명확하게 살아나




경남교육청의 첫 번째 구호는 ‘아이 좋아’이다. 교육 비전은 ‘배움이 즐거운 학교, 함께 가꾸는 경남교육’이다. 교육 지표는 ‘함께 배우며 미래를 열어가는 민주시민 육성’이다. 박종훈 교육감이 내세우는 경남교육의 정책 방향은 ‘책임 교육, 혁신 교육, 미래 교육’이다.

경남교육청 누리집을 보면 쉽고 간단한 우리말로 정책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 놓았다. 경남교육청이 평소 우리말, 우리글을 잘 살려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경남교육청은 경상남도 내 유·초·중등 학교의 교육을 이끌고 밀어주며 도와주는 중요한 기관이다. 경남교육청은 이를 위해 수많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사업을 벌인다. 크고 작은 행사를 날마다 여러 곳에서 연다. 새로운 건물도 짓는다. 위원회를 비롯해 각종 모임도 만든다.

정책, 제도, 사업, 행사, 건물, 위원회 등을 가리키는 말과 이것들의 내용을 채우는 말은 모두 공공 언어이다. 경남교육청은 거의 매일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경남교육청에서 뿌린 보도 자료에 실린 공공언어들은 언론을 통해 도민에게 전달된다. 도민들은 언론 보도를 보면서 경남교육청이 우리 미래 세대의 교육과 행복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된다.

먼저, 경남교육청의 첫 번째 구호 ‘아이 좋아’는 ‘아이들이 좋아한다’라는 뜻과 ‘아, 좋구나!’라는 뜻이 모두 담긴 말이다. 중의적으로 해석된다. 이럴 경우 ‘아이, 좋아’처럼 쉼표(,)를 넣어주면 두 가지 뜻이 더 명확하게 살아난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6월 29일 ‘미래교육테마파크, 미래형 교수학습지원시스템으로 경남교육청 미래교육 구축 본격화 선언’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민선 7기 교육감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박 교육감은 “미래교육의 모델이 될 미래교육테마파크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수업과 배움의 획기적 전환을 선도할 ‘(가칭)미래형 교수학습지원시스템’을 9월에 개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미래교육 구축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경남교육청이 미래교육의 모델로 만드는 기관 이름은 미래교육테마파크이다. 이름에는 테마파크라는 외래어를 붙였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재미있고 쉬운 이야기가 많다. 보도 자료를 살펴보면 ‘경남의 미래를 담는 미래교육테마파크는 공감그릇, 생각그릇, 체험그릇의 3개 동으로 구성된다. 공감그릇은 교사 연수, 문화예술공연, 포럼과 세미나를 운영하는 공간이다. 생각그릇은 미래교육테마파크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연구하며, 미래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곳이다. 가장 핵심적인 체험그릇은 체험 및 연구, 실제 제작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되는 공간이다’라고 적혀있다.

미래교육테마파크를 공감그릇, 생각그릇, 체험그릇으로 구성하겠다는 발상도 신선하지만 무엇보다 쉬운 우리말로 이해하기 쉽고 정감 있게 잘 표현했다. 앞으로 많은 기관에서 참고로 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보도자료에서 쓴 ‘모델’, ‘포스트 코로나’, ‘포럼’, ‘세미나’ 등 외래어는 각각 ‘모형’, ‘코로나 이후’, ‘공개 토론회’, ‘발표회/토론회/연구회’로 순화해 쓸 수 있다. ‘프로그램’, ‘콘텐츠’는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는 말인데, 현재는 더 쉬운 말로 순화하기 어렵다.

미래형 교수학습지원시스템에 대해 보도 자료에서는 ‘국내 유수의 포털 업체가 제공한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미래형 교수학습지원시스템은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돼 수업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필요 없다’라고 소개했다.

교수학습지원시스템에서 ‘시스템’은 ‘체제, 조직, 방식, 체계’라는 말인데 여기서는 ‘교육학습 지원방식’ 또는 ‘교육학습 지원체계’라고 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

‘포털 업체’는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로 추정된다. ‘포털 사이트’는 ‘인터넷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이트’라는 의미로, 널리 쓰이는 누리망 관련 용어가 되었다. 이를 ‘관문 사이트, 정문 사이트, 입구 사이트’ 같은 말로 바꾸어 쓰면 더 이해하기 쉽다. ‘포털 업체’는 ‘관문 사이트 운영 업체’가 된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한 마디로 간단하게 바꾸기 어려운 말이다. ‘애플리케이션’도 요즘 흔히 쓰는 말로서 ‘응용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홀로 쓰면 문맥상 어색해진다. 제대로 쓰려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해야 하고, 이를 쉽게 순화하면 ‘응용 프로그램’이다.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 관계자는 “경남교육청이 경남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여럿 눈에 띈다”며 “사업의 이름을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짓고, 그것을 알리는 보도 자료도 쉬운 말로 쓰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쉬운 말, 아름다운 우리말로 만들어가는 미래의 경남교육에 모든 교육 가족의 발길과 눈길이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경남교육청에서 사용하는 공공 언어가 더 쉽고 아름답게 드러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철홍기자 bigpe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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