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검정고시 꼭 합격해 지원에 보답할게요”
“중졸 검정고시 꼭 합격해 지원에 보답할게요”
  • 백지영
  • 승인 2020.11.08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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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가정폭력 피해자, 진주범피에 감사편지
두 자녀와 복지시설 머물며 홀로서기 꿈꿔
“초졸이라는 학력과 열등감으로 인해 자신감이 부족한 저에게 자존감을 회복할 좋은 기회를 만났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귀한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진주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불’(이하 진주범피)에 감사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남편의 지속적인 가정 폭력에 홀로서기를 결심한 한민서(42·가명) 씨가 중졸 검정고시 학원비 영수증에 동봉한 편지였다.

진주범피는 지난 7월 도내 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한 한 씨를 지원하기 위해 상담을 하던 중 그에게 학력에 대한 깊은 응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정 형편상 초등학교 졸업 이후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그에게는 늘 ‘초졸’이라는 딱지가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한 씨는 3살 무렵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연년생 여동생과 함께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는 두 딸을 양육할 수 없었다. 그는 친구들처럼 중학교 교정에서 뛰어노는 대신 경제 활동을 위해 직물공장 취직을 택했다. 다행히 그렇게 부양한 동생은 번듯한 의료계 종사자가 됐다.

한 씨는 결혼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꿈꿨으나 남편은 폭력적이었다.

다시 경제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초졸이라는 꼬리표에 고용주들이 색안경부터 쓰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현재 진행 중인 이혼 소송을 잘 끝내고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진주범피 문을 두드렸다. “꼭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싶은데 혹시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진주범피는 고민에 빠졌다.

현행 규정상 범죄 피해자에게 심리치료비, 긴급생계비, 장례비, 학자금, 간호비, 돌봄 비용, 취업지원비 등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지만 검정고시 학원비는 이들 항목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타지역에서 지원 사례가 있는지 수소문해 봤지만 전무했다.

다행히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와 협의한 끝에 검정고시 학원비를 ‘취업지원비’ 명목에 넣어도 되겠다는 결론을 얻어 지난 9월 중등과정 비용 206만원을 지원했다.

한 씨는 학원에서 설렘을 안고 첫 수업을 들은 날 진주범피에 감사 편지를 작성했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중등과정 검정고시 합격으로 보답하겠다. 정말 감사하다”며 “지금 받은 이 선물을 잊지 않고 저와 같이 어려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한종 진주범피 사무국장은 “현재 머무는 복지시설에 최대 1년 정도 머물 수 있는 걸로 안다.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시설에서 나와 아이들과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본인이 원한다면 이후 고졸 검정고시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그의 도전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한 씨가 중등과정 검정고시 수업을 받은 첫날 수강료를 지원해준 진주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작성해 보낸 감사 편지. /사진제공=진주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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