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만으론 항공산업 못 살린다
[현장칼럼]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만으론 항공산업 못 살린다
  • 문병기
  • 승인 2021.04.11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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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미봉책(彌縫策.)’이란 말이 있다. 실로 꿰매는 방책이란 뜻으로, 빈 곳이나 잘못된 부분을 빈틈없이 메운다는 좋은 의미이다. 하지만 오늘날엔 일시적인 ‘땜질처방’이란 뜻으로 변질돼 사용된다.

최근 항공제조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두고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방책이 아니라, ‘눈 가리고 아웅’식의 일시적인 응급처치 수준이란 것이다.

항공 산업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고사 직전에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만이 살 길이라며 경남도와 사천시, 항공업계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섰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정부는 지난 3월 항공제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신규 지정했다. 10개월만의 쾌거로 곳곳에 환영의 플래카드가 내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은 정부가 경기의 변동,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지정한다. 사업규모의 축소나 폐업으로 고용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악화될 우려가 있는 업종에 한해서다. 이번 신규 지정에는 ‘항공기용 엔진 제조업’과 ‘항공기용 부품 제조업’이 포함됐다. 전국 247개 기업 중 78%인 194개가 경남도내 있어, 항공제조업체 종사자 고용유지에 도움이 될 것임은 의심에 여지가 없다.

사업주 및 근로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상향과 직업능력개발훈련비를 인상 받을 수 있다. 생계비 대부한도도 상향되고, 고용·산재보험료의 납부기한 연장, 체납처분 유예 등의 혜택도 가능하다. 꽉 막힌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수 있다.

특히 항공부품제조업체가 집중돼 있는 사천지역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보잉737맥스’의 잇따른 추락사고와 ‘코로나19’가, 잘나가던 항공 산업을 뿌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업체들은 80%이상 매출이 감소하고 근로자들은 실업자로 내몰리고 있다. 산업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시점에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큰 힘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항공업계의 반응은 예상 밖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그렇게 바랐건만, 되고 나니 ‘미봉책’이라며 시큰둥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물에 빠진 놈 건져놓으니 내 봇짐 내라 한다’며 괘씸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보다 실질적인 후속대책들이 마련돼야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 업체들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물량확보이다. 당장 생산라인을 가동할 물량이 없는데, 정부의 응급처치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음은 누구나 안다. 업체들은 코로나 종식 등 모든 일상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기약 없는 시간을 버텨야 한다. 그래서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이고, 미봉책이란 지적도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시급한 것은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후속 대책 마련이다. 초저금리로 융자금대폭 확대와 대출 기간 최소 5년 이상 보장, 만기 도래 대출금 연장 등 추가 금융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지방투자보조금 환수 위기 업체들의 조건완화와 기간연장은 물론 국내 군수 물량 조기 발주도 앞당겨야 한다. 여기에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은 까다로운 조건과 높은 이율로 인해 중소 항공부품업체는 ‘그림에 떡’이나 다름없다. 이같은 폐단도 개선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만으로 정부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지금 항공업계의 현실이다.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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