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미국과 중국 사이
[천왕봉] 미국과 중국 사이
  • 경남일보
  • 승인 2021.05.27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나라가 대국이요 초나라도 대국이라/조그만 등나라가 간어제초 하였으니/두어라 누군들 주인 아니랴, 제도 초도 섬기리라’ 조선 성종 연간 기생 소춘풍의 시조를 현대어로 적었다. 문무 대신들 술시중에 한쪽 편만 들 수 없어 양다리를 걸친 권주가다.

▶등(藤)나라가 제와 초 사이에 끼어 괴롭다는 말이 간어제초(間於齊楚). 고대 중국 제후국들의 국제관계 한 단면이다. 기생 글재주 덕에 고시조로 전해 내리던 간어제초가 21세기 대한민국 사람들 입에 다시금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사드, 쿼드, 대만, 남중국해를 둘러싼 패권놀음 한복판에 애꿎게도 우리가 끼어 있는 거다. 서로 제편 들라 하니 일러 ‘간어미중’ 인가.

▶줄곧 친중 성향을 보여오던 문재인 정부가 일전 대통령 방미에서 급거 친미로 돌아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공동성명에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가 포함된 것을 두고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함께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거다. 당장 중국이 ‘불장난 말라’며 불같이 화를 내고 있다.

▶이번 방미를 계기로 외교정책 방향을 튼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일각의 의심처럼 임기응변으로 미국 편을 든 것이기야 하랴. 외교부는 ‘원론적 얘기’라는 식으로 미국서 도장 찍은 말을 중국 쪽에 변명하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야말로 나약한 간어제초 권주가에 다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강소국이니,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니 자처하지 않나. 강소국 정부다운 뱃심을 국민들은 이번에 한번 보고싶다. 정재모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