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문 (국립산청호국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오스카 쉰들러라는 독일 사업가가 1100명의 유대인을 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오스카 쉰들러 보다 더 큰 업적을 가지신 분이 계시다.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서 10만명의 피난민을 구출하는데 큰 공을 세우신 ‘현봉학 선생’이다. 현봉학 선생은 1922년 함경북도 성진에서 출생하여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하고 미국의 버지니아 주립의과대학에서 2년 간 유학 생활을 했다. 1950년 3월 귀국해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 중 6·25전쟁이 발발 한다. 대구로 피난 직후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 해병대 소속 문관으로 임명돼 미군과 사이에 통역을 했다.
인천상륙작전 때에는 미 해병대 1사단과 함께 인천에 상륙해 서울에 들어왔고 이후 강원도 고성에 머물고 있을 때 미 10군단 알몬드 소장이 한국 해병대 시찰을 나왔다. 이때 현봉학은 알몬드 소장과 한국 해병대 여단장 신현준 준장 사이에서 통역을 맡았다. 이야기가 끝나자 알몬드 소장이 현봉학에게 “자네 영어를 참 잘 하는데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었고, 현봉학은 “버지니아 주립의과대학을 다녔다”고 했다. 고향이 버지니아주였던 알몬드 소장은 반가워했고 이 일을 계기로 미 10군단 민사고문으로 임명 되고 알몬드 소장의 통역관이 되었다.
이후 맥아더장군의 ‘무제한 북진’ 명령이 떨어지고 한국군과 미군은 북진 했지만 생각지 못한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해 전술에 밀려 후퇴 할 수밖에 없는 상항에서 미군 8개 사단이 개마고원 1000m 이상에 위치한 장진호 호수에서 중공군에 포위 되어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 속에서 처절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미 10군단과 영국 제41코만도(특공대)가 투입 되어 철수하는데 이미 육로는 적군의 손에 넘어 갔고 철수 할 수 있는 곳은 바다뿐 이였다.
이렇게 모든 병력과 전투물자를 배로 철수하는 ‘흥남철수작전’이 시작 되었다. 미군이 함흥에서 흥남으로 철수 하는 것을 본 주민들이 후퇴하는 미군을 따라 흥남으로 몰려들었다. 군인 10만 명, 피난민 10만 명, 그리고 전투물자까지 흥남부두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흥남철수작전은 군인과 물자를 후방이송하는 작전으로 민간인 후송 계획은 없었다. 부두에 몰려든 10만 명 이상의 피난민들이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을 본 현봉학은 국군 1군단장 김백일 소장과 함께 알몬드 장군을 찾아가 피난민들을 후송해 줄 것을 건의했지만 전시 상황에서 이는 수용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죄 없는 피난민을 두고 가면 그들에게는 죽음밖에 없습니다.’ 라고 간청했고 결국 알몬드 장군에게 승낙을 받아 물자를 내리고 피난민을 배에 태우기 시작 했다. 이것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의 서막 이였다.
이 기록은 한 배에 가장 많은 피난민을 태운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 되어 있다.
1950년 12월 15일부터 12월 24일까지 10만 명의 피난민을 안전하게 철수 시킨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그렇게 완성됐다.
현봉학선생은 6·25전쟁이 끝나자 미국으로 돌아가 학업과 연구에 몰두하고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그는 임상 병리학자로 그 분야 최고의 의사로 2007년 미국에서 노환으로 별세 하였고 이후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12월 국가보훈처의 ‘이달의 6·25전쟁영웅’으로 선정 되었다.
한 사람의 민족애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10만 명의 피난민을 구했다. 이런 선생이 계시기에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70년 전 현봉학 선생의 애국정신이 10만 명의 피난민을 안전하게 구출하였듯이 현재 수많은 의료진과 공무원 및 국민들의 하나 된 마음과 희생 봉사정신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한 현재 난국을 빠른 시일 내 극복하리라 본다.
이병문 (국립산청호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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